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손에 잡힐 듯한 그분의 고뇌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6-09-13 조회수808 추천수7 반대(0) 신고
9월 14일 성 십자가 현양축일-요한 3장 13-17절


“모세가 광야에서 뱀을 들어 올린 것처럼, 사람의 아들도 들어 올려져야 한다.”



<손에 잡힐 듯한 그분의 고뇌>


요즘 포도가 한창입니다. 작업 차 서해안으로 자주 다니면서 알게 된 것 한 가지가 이쪽으로 포도밭이 유난히 많다는 것입니다. 대부도, 당진, 서산, 태안... 해안선을 따라 난 국도를 달리다보면 그 맛이 환상입니다. 향긋한 포도향기에, 길가에는 줄지어 늘어선 백일홍, 한들거리는 코스모스...


이쪽 포도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당도가 유난히 높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를 들어보니 그랬습니다. 이쪽 지방이 일조량이 많을뿐더러 바다로부터 불어오는 해풍이 껍질을 단단하게 해주는 효과를 준다는군요. 어떻게 보면 열악한 외부환경(뜨거운 태양, 습기 머금은 억센 바람 등)그래서 포도송이 내부의 당도를 유지시키는데 큰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따지고 보니 우리 삶에 있어서 열악한 외부환경도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겠습니다.


살아가면서 우리가 만나게 되는 외부로부터의 자극, 충격, 상처, 폭풍, 뜨거움, 고통, 십자가... 다 나름대로의 의미를 지닙니다.


결국 시련은 우리의 정신을 깨어있게 만듭니다. 고통은 우리의 영혼을 거듭나게 만듭니다. 상처는 우리의 내면을 깨끗하게 정돈시켜줍니다. 십자가는 우리의 인생을 보다 윤기 있게, 보다 영양가 있게, 보다 품위 있게 재구성합니다.


오늘 우리는 성 십자가 현양축일을 기념하고 있습니다.


이 세상 그 누구도 생각만 해도 끔찍한 십자가를 즐겨할 사람은 없습니다. 예수님조차도. 예수님께서도 조금씩 당신 가까이 다가오는 십자가 앞에서 너무나 감당하기 힘드셨기에 셀 수 없이 번민하셨으며, 피땀까지 흘리셨습니다.


그러나 결국 아버지께서 원하시니 자신에게 주어진 그 십자가를 묵묵히 지셨습니다.


당신 사명의 완성은 화려한 왕위착좌식이나 대통령 취임식, 엄청난 대관식이 아니라, 꿈에도 생각하기 싫은 십자가 위에서 완성된다는 것을 아셨던 예수님, 그분의 고뇌가, 그분 인생의 역설이, 그분의 용기가 손에 잡힐 듯 느껴지는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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