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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섬김에 대해 배우기 . . . . . . [레이첼 나오미 레멘]
작성자김혜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6-09-14 조회수884 추천수12 반대(0) 신고

 

 

 

 

 

 

현대의 문화는 병든 사람들과 노인과 상처받기 쉬운 사람들을

존경하지 않는다.

 

현대는 독립과 능력을 추구한다.

인간이 끊임없이 상처 받을 수 있다는 감수성을 외면하고는

진정한 연민의 마음을 지닐 수가 없다.

 

나는 의과 대학에서 교육을 받는 동안

진정한 연민을 배울 기회가 거의 없었다.

 

남에게 봉사하기 위해서 강해져야 한다는 교육만을 받았다.

섬세하고 여린 감수성에 대한 부인이 그 교육의 밑바탕에 깔려 있었다.

 

내가 지니고 있던 크론병은

특별히 이런 생각을 더욱 잊지 못하게 만들었다.

 

인턴 시절 나는 몇 년 동안  날마다 상당량의 스테로이드를 복용했다.

크론병의 증세에 따라 복용하는 약의 양은 계속 바뀌었고

그 결과 외모도 급격하게 바뀌었다.

 

얼굴을 수시로 부어올랐고 심하게 여드름이 돋기도 했다.

몸무게도 들쭉날쭉했기 때문에 옷 사이즈도 8에서 16까지 다양한

옷을 가지고 있어야 했다.

 

또 자주 심한 고통을 느끼곤 했다.

이 시기동안 나는 매일 12명의 의사들과 동료로서 함께 일했다.

그 중 누구도 내게 그런 증상들에 대해 언급도 하지 않았고

나도 그들에게 말하지 않았다.

 

레지덴트 상급반이었을 때였다.

다섯 명의 레지던트들과 인턴들이 아침회진을 했다.

우리는 환자의 차트를 가지고 병실에서 병실로 바쁘게 옮겨갔다.

 

회진이 끝나려면 한 시간 가량 더 남아 있었다.

순간 내 몸안에서 날카로운 소리가 나는 것을 들었다.

오른쪽 다리가 주저앉는 것같은 엄청난 고통을 느꼈지만

아무도 그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마지막 병실의 회진을 끝내고 복도에서 치료 계획에 대해 의논을 했다.

나는 간신히 왼쪽 다리에 몸을 의지하고 서류 선반에 기대어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았다.

회진이 끝났을 때는 땀으로 뒤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들이 떠난 후에야 나는 간호사에게 도움을 청했다.

곧 응급실로 실려갔고 오른쪽 다리가 골절이 되었음을 알았다.

몇 년 동안 다량의 스테로이드를 복용하면 뼈가 약해질 수 밖에 없다.

 

다음날 깁스를 하고 목발을 짚은 채 병동을 돌아다녔지만

한마디라도 이 일에 대해 언급을 한 사람은 단 한 사람뿐이었다.

전날 나 대신 야근을 해준 레지던트였다.

 

그도 내 상태가 어떤지 물은 것은 아니었다.

내가 언제 자기 대신 야근을 할 것인지를 물었을 뿐이었다.

 

이 모든 것은 전문직이 갖는 긍지의 작용때문임을 안다.

당시 의사 중에서 몇 명 되지 않는 여성들은

남성의 영역에서 버티기 위해서 그들과 동등해지려고 안간힘을 써야 했다.

 

의사로서 우리는 개인적인 필요를 능가하는 역활을 담당하도록

훈련을 받았고 그렇게 행동할 때 서로를 존중해 주었다.

 

그러나 지혜는 상당히 다른 어떤 것이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한 계기를 통해 그것을 어려풋이 깨달았다.

당시로는 아주 드물게 의과 대학의 정교수 중에

여자 의사가 한 분 계셨다.

중년의 내과 의사였다.

 

나는 그분과 이야기를 제대로 나눈 적도 없었지만

그분을 존경했고 내가 따라야 할 모델이라고 생각했다.

 

그분은 미혼이었고,

일에 대한 열정과 공헌도는 하나의 전설이었다.

연구업적이 탁월할 뿐만이 아니라 환자도 잘 보았고,

가르치는 데에도 특별한 자질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젊은 의사들과 동료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았다.

매우 강인하고 열정적인 분이었다.

 

그런데 그녀의 가슴에서 혹이 발견되었다는 말을 듣고 우리는 모두

깜짝 놀랐다.

외과 과장이 수술을 담당했다.

 

혹은 악성 종양으로 판명되었다.

그녀는 마취에서 깨어나자마자 수술을 집도한 의사를 찾았다.

그리고 수술 결과와 혹에 대해 말해달라고 했다.

 

의사는 혹이 악성이었다고 말해주었다.

그녀가 마취에서 덜 깬 상태였기 때문에 의사는 암이라는 말을

제대로 알아 들었는지 확신할 수가 없어서

한 번 더 말해 주었다.

 

그녀가 잠에 빠져들었다고 생각하고 나가려고 할 때

그녀의 부드러운 음성이 들려왔다.

 

"이제 다른 사람이 나를 돌보도록 맡겨야 할 차례군요."

 

그녀의 이 말이 내게 아주 큰 영향을 끼쳤다.

그 말은 내 심장을 관통했다.

가슴이 벅차오르는 느낌을 주체할 수가 없어서

아무도 없는 당직실로 갔다.

 

며칠 전 나는 깁스를 푼 상태였다.

깁스를 하고 있는 6주동안..

나는 단 한 번도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았다.

또한 다른 사람들에게서 도와 주겠다는 말도 듣지 못했다.

 

전문직을 수행하는 사람으로서의 긍지였다.

그런데 처음으로 나는 이런 삶의 방식에 의문을 갖게 되었다.

 

그녀는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서 기꺼이 자신을 내어 맡겼다.

평소에 늘 강인하기만 해서 다른 사람의 도움이 전혀 필요 없었다.

 

하지만 암에 걸린 것을 알자

그는 곧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기꺼이 자신을 내어맡겼다.

 

다른 사람의 보살핌이 필요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녀는 강인한 사람이었지만

다른 사람의 연민을 받을 만큼 열려있었다.

 

나는 진정으로 강하다는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무어라 표현하기 힘든 감정이 솟아올랐다.

 

나는 그녀를 위해 울기 시작했다.

 

그녀와,

또 보이지 않는 곳에서 홀로 고통을 받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눈물을 흘렸다.

 

 

 

 

                  - [할아버지의 기도]중에서 -

                       류해욱 신부 옯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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