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괴짜수녀일기]<5> 교황님의 ‘보디가드‘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6-09-14 조회수935 추천수8 반대(0) 신고
 

                        교황님의 ‘보디가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의 두 번째 한국방문이 있은 지도 10년이 넘어선다. 그러나 그때의 감격은 쉽게 잊혀 지지 않는다. 한국어로 미사를 봉헌하시던 모습하며, 화려한 제단과 수십만 군중들의 경건한 모습. 그리고 “찬미 예수” 하시던 교황님의 음성까지도 생생히 내 가슴 속에 살아 있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가장 또렷이 기억되는 것은 제단 왼편 수도자석 맨 가장자리에 있던 내 자리이다. 지금도 당시 103위 시성식 광경을 담은 대형사진을 볼 때 마다 그때의 내 자리를 떠올리게 된다. 그날 내게 주어진 제단 아래의 자리를 다른 사람에게 양보하고 일부러 제단 옆 높은 자리로 옮긴 것은, 교황님의 뒷모습이나마 더 가까이 보고 싶은 바람에서였다.


   사실 그 무렵, 교황 방문시의 삼엄한 경계는 심상찮은 것이었다. 나는 행사 시작부터 마칠 때까지 교황님의 안전만을 위해 끊임없이 기도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내 바로 옆에 매서운 눈초리를 가진 경호원이 서 있을께 뭐람. 시종일관 그 날카로운 시선이 머무는 곳으로 내 눈동자도 덩달아 따라가고 있었다. 그러니까 미사 내내 곤두선 신경은 시성식이 거행되고 있는 제대보다 이 경호원의 손놀림과 시선, 몸짓에 더 집중되어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미 나는 잘 훈련된(?) 경호원과 다를 바 없었다.


   성채분배를 위해 많은 신부님들이 성합을 들고 군중 속으로 들어갈 때 경호원이 그곳을 일일이 점검하는 것도 볼 수 있었다. 나는 더욱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교황님의 장엄축복과 함께 드디어 미사가 끝나자 교황님은 제의를 벗기 위해 제대 뒤를 돌아오시며 거기 선 사람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고는 신자들의 환호 속에 서서히 여의도 광장을 떠나셨다. 그 순간까지도 나는 마음을 졸이며 제발 무사하시기만을 기도했고 중계방송에 귀를 모았다. 교황님 모습이 완전히 내 시야에서 사라진 후에야 나는 비로소 안도의 한숨과 함께 긴장된 경호 자세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두세 시간 내내 미사를 드린 것인지, 교황님을 경호한 것인지, 그 경호원을 경호한 것인지.


   그날 집에 돌아왔을 때, 내 몸은 완전히 초주검이 되어 있었다. 그래도 교황님을 경호하고, 경호원을 경호(?)해야 할 임무를 무사히 마쳤다는 생각에 마음은 뿌듯했다. 그 후 어느 날, 그날 큰 행사에 공로가 많은 이들을 초청하여 그 수고를 치하한다는 뉴스를 듣고, 속으로 ‘나도 그 대상에 꼭 들어야 할 사람인데 몰라주는 구나’ 하고 혼자 웃음을 지었던 적이 있었다. 물론 올해도 그랬지만 해마다 교황님의 축일이 돌아오면 나는 간절한 마음으로 교황님을 위해 기도하곤 한다. 그분을 경호하던 용감무쌍한 ‘보디가드’답게. (R)

http://my.catholic.or.kr/vegabond


 

        - 이호자 마지아 수녀(서울 포교 성 베네딕토 수녀회)/ 前 애화학교장

 

                                 

 

                                                

                                                       With my wild goose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