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186) 맞고 갈래, 안 맞고 안 갈래/ 박보영 수녀님
작성자유정자 쪽지 캡슐 작성일2006-09-15 조회수961 추천수6 반대(0) 신고

 

 

군종병이 아닌 일반사병으로 군입대하여 자대배치를 받은 신학생 A는 고참 앞에 불려갔다.

그 고참은 "너 주일마다 성당에 가야 할 텐데 맞고 갈래? 안 맞고 안 갈래?" 하고 묻는 것이었다.

 

신학생은 주일아침마다 소위 '빳다'를 맞아야 성당에 갈 수 있었다.

 

정해진 날, 정해진 시간에 정기적으로 행해지는 부당한 폭력 앞의 한 영혼을 생각하며 나는 사뭇 목이 메었다.

 

그러나 그는 끝내 악 앞에 굴하지 않았고, 오히려

 

'고통으로부터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선택하는 자유로움'

 

때문에 자신의 신앙이 성장하였고, 성소도 확고해졌으며, 군 생활도 더 의미 깊었다는 아름다운 체험담으로 그는 이야기를 맺었다.

 

인간은 얼마나 존엄한가, 더구나 신앙을 가진 인간은 얼마나 강인하고 숭고한가!

 

첫 소임으로 시골본당에서 2년을 지낸 적이 있다.

그때 본당신부님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일을 키우셨는데 그 속도나 열성을 온전히 따라잡기가 어려웠다.

 

왜 그일을 해야 하는지, 그 의미도 채 소화하기 전에 계속해서 떨어지는 임무는 점점 나 자신을 소심하게 만들었다.

 

할머니 신자 분들의 손을 잡아주고,

눈길에 행여 넘어지실라 새벽같이 비질을 하고,

빗물 고여 아이들 옷 버릴라 성당마당 패인 곳에 모래 퍼다 메우고,

중등부 아이들이랑 왕복 3시간 자전거여행을 하고,

나는 있는 힘껏 행복하려고 노력했다.

 

어느 날, 지하식당 개축현장에 나오라며 목장갑을 건네시는 신부님께 나는 핑계를 꾸며 거짓말을 했다.

계속되는 벽돌 나르기,

모래와 시멘트 나르기,

건축쓰레기 청소 등등에 지쳤던 것이다.

 

신부님의 인간적인 호의와 신의를 나는 그 순간 여지없이 깨어버렸다.

지금은 회개하여 그 거짓말의 정체를 선명하게 볼 수 있지만, 당시 그것은 얼마나 모호한 얼굴을 하고 있었던지..........

 

거짓에 대한 대가(代價)는 매웠다.

나 자신에 대한 실망과 순백같이 흰 수도복이 주는 죄책감은 쉽게 털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설상가상 하느님은 아예 작정을 하셨는지 나의 알량한 거짓을 들통나게 했다.

나는 궁지에 몰린 쥐처럼 나의 비겁에 대한 모멸을 씹고 또 씹어야 했다.

 

지금도 나의 무의식중에 심각하게 자리하고 있는 공포는 나의 비겁한 자아(自我) 때문에 언젠가 일을 그르치게 되고 말지도 모른다는 피해의식이다.

 

                                     그러나

 

 

++++ '하느님 때문에 고통을 선택하는 순교자들' 은 우리에게 호소한다.++++

 

우리가 악 자체에만 시선을 집중시킬 때,

연약하고 유한한 인간에게 악은 그 힘을 무한 증식하지만,

 

우리가 하느님에게 시선을 둘 때,

악은 더 이상 위력적이지 않다고.

 

아니 한 순간에 그 형체조차 녹아버리는 허깨비가 된다고....  .

 

어떤 상황 속에서도 하느님을 선택하는 것!

그것이 증거자가 되게 한다.

 

 ㅡ 글쓴이 : 포교 성 베네딕도 수녀회 : 박보영 수녀님ㅡ

 

                      출처 : 가톨릭 다이제스트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