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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자유의 길-----2006.9.17 연중 제24주일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06-09-17 조회수629 추천수7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06.9.17 연중 제24주일

                                              

이사50.5-9ㄱ 야고2,14-18 마르8,27-35

                                                              

자유의 길

어제 동아일보 머리기사가 오늘의 어려운 사회 현실을

잘 드러내주고 있었습니다.


“불황으로 삶이 고달파도 세상 탓만 하고 있지 않으리.”
라는 제하에 엄마는 구직 중, 아빠는 공부 중이라는 기사였습니다.


끝이 안 보이는 불황의 터널 속에서 일자리를 찾아나서는

사오십 대 어머니들과, 제2의 인생에 대비하여 머리를 싸매고

공부하는 50대 아버지들의 수가 날로 늘어가고 있다는 기사였습니다.

 

힘들고 고단한 시절, 나름대로 자기 삶의 자리에서 위축되지 않고

힘껏 당당하게 살아가는 이들이 참 아름답고 거룩합니다.


얼마 전 써 놓은 “들꽃의 고백”이란 시가 생각납니다.
작고 키 낮아도 하늘 가득 담을 듯이 활짝 핀 들꽃입니다.

하늘 아래
커봐야
도토리 키 재기다.

하늘 높이
솟은 나무
하나 부럽지 않다

오래
사는 것도
바라지 않는다.

단 몇 날을 살더라도
하늘 사랑
가득 담아

활짝
꽃으로 피어냄이
영원한 기쁨이요 행복이다

그렇습니다.
삶은 낭만이나 감상이 아니라 현실입니다.


주님의 말씀도 이런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참 적절합니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르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우리 삶의 진로를 보여주는 영원불변의 진리 말씀입니다.

주님을 사랑하고 따르는 삶이어야 합니다.
힘들고 어두운 세상일 수록 삶의 목표와 방향이 뚜렷해야 합니다.


삶의 목표와 방향, 두 말할 것 없이 바로 주님이십니다.
주님을 바라보고 주님을 따라 살아가야 세속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

온갖 고난을 견뎌낼 힘을 얻습니다.


잠시 주님의 뜻을 망각하고 자기 뜻을 찾다가 주님께 혼쭐나는

베드로가 아닙니까?


“사탄아, 물러가라. 너는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구나.”


따로 존재하는 사탄의 실재가 아니라, 주님을 잊고

내 맘대로 살아갈 때 우리 모두의 가능성이 사탄입니다.


목말라 물을 찾듯이 하느님을, 하느님의 뜻을 찾는 구도자로 사는 겁니다.
주님의 다음 말씀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너희는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그분의 의로움을 찾아라.

그러면 이 모든 것도 곁들여 받게 될 것이다.”


진정 하느님의 나라를, 하느님의 뜻을 찾을 때

매사 순조롭게 진행되리라는 약속입니다.

 

이사야서의 고난 받는 하느님의 종의 확신에 넘치는 고백,

바로 나의 고백이 될 것입니다.


“주 하느님께서 나를 도와주시니, 나는 수치를 당하지 않는다.
나를 의롭다 하시는 분께서 가까이 계시는데

누가 나에게 대적하려는가?


보라, 주 하느님께서 나를 도와주시는데 나를 단죄할 자 누구랴?”
이런 배짱이 있어야 살아갈 수 있는 거칠고 험한 세상입니다.

또 하느님이 내 백이 되실 때 이런 배짱을 지닐 수 있습니다.

진정 주님을 만났을 때, 주님을 사랑할 때 자발적으로

자신을 버리게 됩니다.


마치 가을 때 되어 익어 떨어지는 과일처럼 주님 만날 때

자연스런 자기 버림의 이탈입니다.


사실 억지로 자기포기는 가능하지도 않거니와 부작용도 큽니다.
어찌 보면 우리의 삶, 부단히 안팎으로 자기를 버려가고

비워가는 삶입니다.

 
사실 진정한 영적 성장이나 자기실현은 자기 버림과 함께 갑니다.
흔히 삶을 믿음의 순례 여정이라 일컫지 않습니까?


살아갈수록 가벼워져야 할 짐인데 살아 갈수록

혹시 늘어가는 짐은 아닌지요?


주님을 따라 아버지께 가는 여정인데 짐이 무겁다면 너무 힘듭니다.
버리면 버릴수록 투명하게 드러나는 주님의 현존에

내적 자유를 누립니다.


과연 나에게 안팎으로 버려가야 할 짐은 무엇이 있겠나,

자주 점검해 봐야 하겠습니다.

자기 버림 자체가 목적이 아닙니다.
자기 버림을 통해 누리는 자기만의 내적 자유, 이기적일 수 있습니다.
무책임할 수 있습니다. 혼자 사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우리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자기 버림과 제 십자가는 함께 가야 합니다.
믿음에 실천이 없으면 그러한 믿음은 죽은 것입니다.


바로 자기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가는 실천의 사람들이

진정 믿음의 사람들입니다.


자기 버림의 그 자리에 제 십자가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내 주어진 한계와 부족, 약함이란 십자가요,

내 주어진 책임으로서의 십자가입니다.


결코 제 십자가 없이는 결코 구원도, 자기실현도,

사람이 되는 길도 없습니다.


피할 수도 버릴 수도 없는 제 십자가입니다.
과연 내 십자가는 무엇입니까?


누가 대신 져줄 수도 없고 내려놓고 갈 수도 없는 내 십자가입니다.
그러니 길은 오직 하나, 내 운명의 십자가를 사랑하는 것입니다.


진정 내 운명의 십자가를 사랑할 때 이 십자가는 무거운 짐이 아니라

하느님의 선물임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십자가의 짐을 가볍게 해 달라 기도할 것이 아니라,

십자가를 질 수 있는 사랑과 믿음, 힘을 달라고 기도해야 합니다.
앞장 서 십자가를 지고 가시는 주님의 우리의 위로이자 힘입니다.

누구나 추구하는 자유로운 삶입니다.
바로 주님은 우리에게 참된 자유의 길, 참 사람이 되는 길,

참 제자가 되는 길, 아버지께 이르는 구원의 길을 보여주고 계십니다.

답은 단 하나입니다.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르는 길”뿐입니다.
이 거룩한 성체성사의 주님께서 우리 모두에게 제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잘 따라갈 수 있도록 풍성한 은총을 내려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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