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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괴짜수녀일기 < 7 > 신발 두 짝의 박장대소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6-09-17 조회수747 추천수8 반대(0) 신고
 

                    신발 두 짝의 박장대소

                                      
                 

   몇 년 전 여름철의 일이다. 1박 2일의 교장연수를 끝내면서 우리는 근처에 있는 특수학교를 방문하게 되었다. 그런데 유년대 복장을 한 학생들이 현관 입구에 죽 늘어서서 안내를 하면서, 비닐봉투를 두 장씩 나누어주는 게 아닌가. 보아하니 교실을 더럽히지 않도록 구두 위에 신는 덧신용인 것 같았다.


   ‘웬 두 장씩이나? 뭐 할라고 한 장이면 충분하지.’ 나는 비닐 한 장이라도 아껴야 한다는 생각에, 속으로 혀를 끌끌 차며, 한 장은 정중하게 사양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비닐 봉투 하나에 한쪽 발을 넣었는데, 나머지 한 쪽은? 두 발을 비닐 봉투 하나에 넣으려는 순간, ‘아차, 이게 아니었군.’ 그제 서야 나는 깨달았다. 다행이 아무도 본 사람은 없었으나 벗어놓은 신발 두 짝이 나를 보고 박장대소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하여튼 이일만은 비밀로 묻어두자고 내심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물가절약이라는 내 갸륵한(?) 의도는 무시된 채 순식간에 수도원 내에서 특종 뉴스가 되고 말 테니까.


   특수학교에서 일어난  이 특종 사건 이후 오늘까지 나는 그 비밀을 감춰둔 채 비닐 봉투 한 장 아끼기 운동에 앞장서 왔다. 독자들과 동료 수녀들이여! 이렇게 공개 고해성사를 보는 나를 제발 놀리지 마시길…, 나는 이 보속을 위해 더 기특한 일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사실 나는 물을 아껴 쓰기 위해 빨래도 자제(?)하고 세숫물 양도 줄이고 있다는 것을 하느님은 알고 계시니 말이다. (R)

http://my.catholic.or.kr/vegabond


 

   ‘하느님, 이만하면 저도 꽤 쓸 만한 환경 사도 아닌교?’


  

      - 이호자 마지아 수녀(서울 포교 성 베네딕토 수녀회)/ 前 애화학교장

 

                                                    

                                                     With solitary my wild goo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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