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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오늘 복음묵상] † 이방인에게서 한 수 배운다./박상대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6-09-18 조회수685 추천수7 반대(0) 신고

  2006년 9월 18일 연중 제24주간 월요일

 

 저는 주님을 제 집에 모실만한 사람이 못되며

감히 주님을 나가 뵐 생각을 못하고 있습니다.

거저 한 말씀만 하십시오.

그러면 제 종이 낫겠습니다.(루가 7,6-7)

 

I am not worthy to have you enter under my roof.
Therefore, I did not consider myself worthy to come to you;
but say the word and let my servant be healed.

 


 

 예수님께서 백인대장의 믿음을 보시고 한마디 말씀으로 그의 병든 종을 고쳐 주십니다

 

☆☆☆


 

 군대 생활에 익숙한 백인대장은 한마디의 명령이 어떤 힘을 지니고 있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상관의 명령은 그의 부하들에게 곧 현실이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천지를 창조하신 하느님의 한마디 말씀이 어떠한 창조의 힘을 발휘하는지 알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말씀으로 창조하셨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은 곧 현실입니다. 예수님 역시 한마디 말씀으로 백인대장의 노예의 병을 고쳐 주십니다. 창조주 하느님의 능력을 드러내신 것입니다. 사실 사람도 자신이 한 말을 성실히 지킬 때 그 말에도 힘이 있습니다. 우리도 힘 있는 말을 합시다.

 

 

                               † 이방인에게서 한 수 배운다.


예수께서는 산에서 밤을 새워 기도하신 후 제자들 가운데서 12사도를 따로 선발하셨고(6,12-16), 산을 내려와 평지에 이르러 거기에 모여든 모든 병자들과 악령으로 고생하는 이들을 고쳐 주셨으며(6,17-19), 제자들을 포함한 그들 모두에게 황금률과 원수사랑을 골자로 한 소위 평지설교(6,20-49)를 들려주셨다. 설교를 마치신 예수께서 오늘은 가파르나움으로 가셨다.

여기서 예수님은 이스라엘의 어떤 사람에게서도 볼 수 없었던 이방인 백인대장의 놀라운 믿음에 감탄하시고, 중병으로 거의 죽게 된 그의 종을 고쳐주셨다. 백인대장의 놀라운 믿음과 그의 종에 관한 치유사화는 마태오복음과 요한복음에도 발견된다.(마태 8,5-13; 요한 4,43-54) 그냥 넘어 갈 수도 있겠지만, 세 복음서를 자세히 살펴보면, 같은 사건을 가지고 제각기 달리 서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마태오는 10가지 기적사화를 모아 놓은 기적사화집성문(8-9장) 안에서 두 번째 기적으로 이를 다루고 있으며, 요한은 자기 복음서의 첫 번째 기적사건인 가나 혼인잔치기적(2,1-12)에 이어 두 번째 기적으로 이를 전하고 있다. 요한은 고관이라 하는데 마태오와 루가의 백인대장과 같은 인물로 추정된다.

백인대장이라 함은 통상 로마제국의 군사편제에 따라 부하 100명을 거느리고 있는 상당히 중요한 임무와 역할을 행사하는 백부장을 뜻한다. 희랍어 성서 원문에는 서민출신이 아닌 ‘왕궁의 관리’로 표기되어 있다.

당대의 유명한 역사가 요세푸스 플라비우스(Josephus Flavius, 37?-100)는 “백부장이란 명령을 내리는 자로서, 지나치게 위험을 자처해서는 안 되고, 행동에 있어서 침착하고, 믿음직한 인물이어야 하며, 성급하게 전투에 뛰어 들어서도 안 되고, 절박한 상황에 처했을 때는 자신의 위치를 사수할 각오가 되어 있는 사람”이라고 그 자격을 서술하고 있다.

복음에 등장하는 백인대장은 게다가 자기 종까지 아끼고 사랑하는 자비심이 많은 사람으로 보인다. 루가는 이 백인대장이 이스라엘 백성들을 사랑하여 회당까지 지어준 그런 사람이라고 덧붙였다.(5절) 그런데 사람들은 보통 이 백인대장을 로마군대의 고위 관리로 생각하지만, 사실은 헤로데 안티파스 군대의 이방인 백부장일 가능성이 높다. 그것은 이 기적사화를 행하신 예수님의 활동장소가 헤로데 안티파스의 관할구역인 갈릴래아 지방의 가파르나움이기 때문이다.

세 복음서의 비교에서 발견되는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면, 마태오복음에는 백인대장이 직접 예수를 찾아와 종의 치유를 위한 자비를 청하고, 요한복음은 고관이 직접 와서 병으로 죽어가는 자기 아들의 치유를 정하고 있는 반면, 루가복음에는 백인대장이 먼저 유대인 원로 몇 사람을 예수께 보내어 종의 치유를 간청하게 한 점이다.

유대인 원로들은 백인대장이 회당까지 지어 줄만큼 유대인들을 사랑하는 사람이며, 예수의 도움을 받기에 합당한 자로 소개한다. 이에 도와 줄 마음을 먹은 예수께서 길을 가시는 도중에, 이번에는 백인대장이 친구들을 시켜 예수님의 직접 왕림(枉臨)의 수고로움을 사양하고 그저 치유의 한 말씀만 부탁하였다는 것이다.

“주님, 제 안에 주님을 모시기에 합당치 않사오나, 한 말씀만 하소서. 제가 곧 나으리이다.”(7절 참조) 이 기도문은 온 세상의 가톨릭 신자들이 미사 중 영성체 예식 직전에 사제가 축성된 성체를 높이 들고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분이시니, 이 성찬에 초대받은 이는 복되도다.” 하는 외침에 응답하는 기도문이다. 이 기도문이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백인대장의 아름다운 신앙고백에서 유래되었다는 것은 우리 교회가 이방인의 믿음에서 한 수 배웠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얼마나 놀라운 믿음의 고백인가? 오늘날 이 같은 믿음은 외교인에게서보다 우리에게서 먼저 발견되어야 하리라. 아울러 루가는 오늘 복음을 통하여 자신이 늘 강조하는 기도의 다양함을 보여준다. 기도란 하느님께 직접 드릴 수도 있지만, 백인대장이 예수께 유대인 원로들과 친구들을 통하여 자신의 바람을 전해 드렸듯이, 우리도 다른 사람, 또는 성인이나 천사들을 통하여 전구(轉求)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래서 우리도 자신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고통 받고 역경에 처해있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 기도할 수 있는 것이다...........◆

-박상대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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