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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디딤돌과 걸림돌 / 제 병영 신부님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06-09-18 조회수754 추천수3 반대(0) 신고

 <티없으신 성모 성심 성당 입구의 프란차스코 정원. 프란치스코 성인의 성상은 우리 가정의 성모상 크기와 같은 아주 작은 성상입니다>

 


      어릴 때부터 발목을 잘 삐어 고생을 한다. 요즘도 등산이나 길을 걸을 때 발목을 잘 삔다. 누군가 나보고 몸이 부실해서 그렇다고 한다. 부실한 몸은 아니라고 자부하지만 자주 발목을 삐다 보니 등신이나 길을 걸을 때 조심하게 된다. 발목이 삐는 것은 평지가 아니라 무엇인가 높이가 차이가 나는 것을 밟을 때 일어나는 것이다. 어릴 때는 며칠 지나면 회복이 되고 했지만, 요즘은 회복이 점점 더디다. 이렇게 계속 삐다 보니 이제는 치료를 받게 된다. 그리고 조심하게 되고 예방차원으로 굳어진 몸을 풀기 위해 아침마다 운동을 한다. 이 운동으로 훨씬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을 가지고 하루를 좋은 기분으로 시작하고 있다.


     발목이 삐는 것은 걸림돌 때문일 것이다. 걸림돌에 넘어지고 발목을 삐고 하면서 화풀이는 걸림돌에다 한다. 때로는 그것을 걷어 차고 싶기도 하고, 왜 하필이면 여기에 있냐고 불만을 터트린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것이 꼭 걸림돌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만약 걸림돌에 걸려 그렇게 자주 발목을 삐지 않았다면, 지금 운동을 하고 건강을 관리하는 일에 소홀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러니 그것이 이제는 디딤돌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인생의 여정에서 우리는 디딤돌 보다는 걸림돌을 더 많이 만난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걸림돌에 넘어지면서 상처받고 괴로워하며 때로는 나만의 세계를 만들어 안주하고자 하는 방어태세도 가져 보기도 한다. 인간관계 안에서 어떤 사람은 정말 없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자신이 이것에 대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음에 낙담하고 실망하면서 가슴 알이를 하게 된다.


     이런 반복을 통해서 우리는 두 갈래의 길을 걷게 된다. 하나는 걸림돌이 영원히 나의 인생에서 불행의 요인으로 여기는 것이고 또 하나는 걸림돌을 디딤돌로 여기는 것이다. 걸림돌로 받은 상처와 아픔을 통해서 인생의 여정을 더 아름답고 현명하게 만들어 갈 수 있다면 그것은 디딤돌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 걸림돌만을 원망하고 그것을 없애려고 인생을 소진하며 자신을 쳐다 보지 않는다면 그것은 영원히 인생의 족쇄가 되어 나를 불행하게 만들 것이다.


     때로 걸림돌 때문에 가슴이 답답하고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고, 지금의 자리를 떠나고 싶은 심정이 나를 엄습하곤 한다. 무기력감에 빠지며, 나의 존재가 너무나 초라해 보이는 순간을 맞이하기도 한다. 이럴 때 나에게 위안과 용기를 주는 것이 바로 예수님이시다. 그분은 당신의 뜻이 아닌 고통과 죽음을 앞두고 번민하시며 그 걸림돌을 디딤돌로 만들기 위해 피와 땀을 흘리며 기도 하셨다. 인간의 방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방법으로 그분은 당신의 죽음을 받아들이셨다. 그러기에 그 걸림돌은 온 인류의 디딤돌로 승화된 것이 아닌가! 하느님이 보시기에 걸림돌과 디딤돌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우리가 그것을 구분할 뿐이지!


     이런 생각을 하며 초가을의 아름다운 하늘에 나의 마음을 열어 본다. 상큼한 바람과 더 높은 하늘은 마냥 나를 불러 세우고자 하나 보다. 오늘 만날 걸림돌이 단지 돌일 뿐이라는 생각을 가지며 관대한 가슴을 열망한다.

 

                                                                      <예수회 홈 페이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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