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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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렇게 변할 수가 ...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6-09-19 조회수793 추천수7 반대(0) 신고

 

                       

                        이렇게 변할 수가 ...

                          

 우리 수녀회(세례자 성요한 수녀회)가 운영하는 어린이집은 여느 천주교 교육기관과 다름 없이 해마다 3월 초 입학미사를 봉헌한다. 막 어미 품을 떠나 세상 밖으로 나오는 병아리들을 위한 세상나들이 예식을 올리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너댓살 짜리 어린 친구들이 공식적으로 어린이집 등원을 시작하는 것이다. 이 새로운 예식에서는 병아리 친구들만의 즉흥적인, 특별한 예식이 벌어진다.


 지난 3월에 봉헌한 입학미사도 아주 특별했다. 미사를 집전하시는 신부님께는 중요한(?) 오리엔테이션을 해 드린다. "신부님, 아이들이 어리고 처음이라서 미사 중에 이상한 일이 일어날 수도 있어요"라고. 신부님께서는 넉넉히 이해하신다는 듯, 비장한(?) 각오를 하신다는 듯, 아리송한 표정으로 고개만 끄덕이셨다. '주님, 제발 이 시간이 무사히….'


 드디어 나들이 예식이 시작됐다. 맨 앞 두줄은 아동용 의자가 준비돼 있는데, 조금 큰 아이들은(오뉴월 하루 볕 차이일 뿐) 의자에 다소곳이 앉아 있다. 5분이 지났을까, 미운 오리새끼 친구들은 이 예식이 재미도 없고 이해할 수도 없어 자기들만의 놀이를 하기로 마음을 먹은 듯했다.


 한 순간 성현(4살)이가 벌떡 일어나더니 자기 몸의 2/3 크기 만한 의자를 옆자리로 옮긴다. 거기서 끝날 리가 없다. 주변에 있는 빈 의자들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반복해 옮긴다. 이것도 성이 차지 않는 듯 다소곳이 앉아 있는 아이들까지 일으켜 세우고 의자놀이를 즐긴다. 다른 아이들도 재미있는 의자놀이에 함께 할라치면 골목대장 끼(?)가 보이는 성현이는 허락하지 않는다.


 저희들끼리 실랑이를 벌이며 진행하는 의자놀이는 미사와 함께 어우러져 신부님의 그리 작지 않은 목소리가 아이들 소리에 묻히기도 하고, 영화 필름이 끊기듯이 미사예식 흐름이 잠시 멈추기도 한다. 침묵 속의 외침.

"오 주여!"


 미운 오리새끼, 미꾸라지와 같은 꼬마 친구들이 한 순간에는 순한 어린 양의 모습이 된다. 바로 신부님의 축복 안수 때이다. 엄마, 할머니 손에 이끌려서 축복을 받을 때 다소곳이 머리를 숙이는 모습, 역시 하느님 축복은 위대하다.


 두 달이 지난 후 봄 소풍 가는 날, 신부님께서 커다란 버스 안 의자에 의젓하게 앉아 있는 아이들 모습을 보시고 깜짝 놀라 말씀하신다. "아니, 이 개구쟁이 녀석들이 이렇게 변할 수가…."


         - 김인숙 수녀(세례자 성 요한 수녀회, 세례자 요한 어린이집)

 

                    
                           Love Affair / Ernesto Cortazar

 

                                                

                                              With solitary my wild goo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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