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 가서 도넛이나 먹읍시다 " [김영진 바르나바 신부님]
작성자김혜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6-09-20 조회수692 추천수10 반대(0) 신고

 

 

 

우리 본당에서는 매주일 미사 후 다과시간을 갖는다.

 

이 자리는 한 주일 동안 그리웠던 친구, 이웃들을 만나

대화하는 시간이요,

새로운 얼굴들과 인사하는 시간이며,

무엇보다 성체를 마음마다 모신 후 형제 자매를 사랑의 눈으로

바라보고 손을 잡아 주는 사랑의 시간이다.

 

단순히 커피 한 잔에 도넛 한 개를 먹는 시간이 아니다!

 

그런데 어느날,

모임에서 복음 선포에 대한 강론을 열심히 하던 중

 

"미사가 끝났으니.....,  다음에 무엇입니까?" 하고 물었더니.

 

한 형제가 농담으로 대답하기를

 

"가서 도넛이나 먹읍시다." 하는 것이다.

 

물론 농담인 줄을 너무 잘 알고 있으면서도

내가 속이 좁은 탓에 그만 슬쩍 넘겨 버리지를 못하고,

 

'저 사람이 도데체 내 강론을 무엇으로 알길래 저렇게 대답하나' 하며

당황해 한 적이 있었다.

 

우리는 미사 때마다

"미사가 끝났으니 가서 복음을 전합시다." 라고 하는

사제의 파견 명령을 받는다.

 

이 말에 신자들은

주님의 심부름꾼으로서의 영광을 주셨으니

"하느님, 감사합니다." 라고 답하고 성당을 나간다.

 

복음을 전해야 한다는 것은 신자들의 첫째이자 마지막 사명이다.

예언자들은 복음을 전하는 것을 첫째로 삼았고,

사도들 역시 복음 선포를 제일의 목표로 삼았다.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자세는 두 가지인데

그 하나는 용기이며,

두 번째는 여행 가방 준비이다.

 

예언자 아모스의 경우를 보면 참으로 뱃짱이 두둑하다.

왕궁의 사제였던 아마지야가

나이도 어리고, 배운 것도 없고, 직업도 목축과 농사일을 하던

아모스에게

 

"너 같은 게 무슨 예언자냐?

 딴 데 가서 떠들고 밥이나 빌어 먹어라." 하고

호통을 치며 깔보고 비웃자,

 

"그래, 나는 돌무화과를 가꾸는 농사꾼이다.

 그리고 양떼를 돌보는 목동이다.

 그리고 나는 하느님 말씀을 듣고 실행해야 한다." 하고

 

배짱 세게 나간다.

 

외쳐주는 이가 있어야 듣는 이가 있다.

아는 것이 없다고 믿음이 약한 것도 아니오,

아는 것이 많다고 믿음이 강한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하느님께서 주신 그대의 두 손으로 사랑을 만들고,

키우고 가꾸어 나가는 것이다.

 

천주교 신자들은 용기, 꿋꿋함이 너무 없다.

 

"나 같은 게 뭐 아는 게 있어야지."

"나 만 잘하면 되지." 하며

 

입열기를...

손 펴기를...

부끄러워 한다.

 

왕이 듣거나 말거나 하느님의 말씀을 외쳐대던 아모스와 같은

도전과 용기가 있어야 한다.

 

두 번째는 여행 가방 준비이다.

먼 여행을 떠나는 사람일수록 그 가방이 작아야 한다.

 

얼마 전,

어떤 분의 임종을 도와드리면서 마지막 가시는 그분의 가방을 보았다.

약 몇 알, 머리빗, 치약, 칫솔, 성서, 영어 사전 등이

천국 여행을 떠나시는 그분의 모든 소지품이었다.

 

여행 가방은 아주 간단해야 한다.

복음에서 예수님은 먹을 것과 돈은 필요없고,

신발 옷 등도 간단하게 하나씩만 가져가라고 하신다.

 

다시 말하면 세상것을 싸가지고 다녀서는 복음 선포,

즉 주님의 증인 노릇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라!

재산, 명예, 권세, 가족 등을 잔뜩 싸들고서야 어찌 먼 길을 다니며

주님의 말씀을 선포할 수 있겠는가?

 

오늘 이 성당을 나서는 그대여!

용기를 가지고 하느님의 말씀을 소리칩시다.

간단한 여행 가방을 가지고, 즉 겸손한 마음으로 선교 여행을 떠납시다.

 

 

농담이라도

 

"도넛이나 먹읍시다." 이게 웬 말입니까! 

 

 

 

 

 

-  [밀가루 서말짜리  하느님]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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