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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20 > “예수님, 제가 마시겠습니다” / 강길웅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6-09-20 조회수851 추천수8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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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수님, 제가 마시겠습니다”

 

                           


   “유도화 뿌리 삶은 물을 누가 마셔야 하나?”

   이말은 지난 가을(1993년)미국에서 그랜드캐니언 관광을 할 때 버스 안에서 가이드가 한 말이다. 사실인지 어쩐지는 모르지만, 옛날 장희빈이 마신 사약이 바로 유도화 뿌리 삶은 물이라는 것이며, 오늘의 사회를 병들게 하는 모든 이들이 바로 이 물을 마셔야 한다는 것이 그가 외친 주장이었다.


   가이드는 사실에 입각한 증언을 하기 위해 스크랩한 신문을 보이면서 부모를 죽이고 친척을 죽이고 또는 공금을 횡령하고 애인을 토막 살해한 기사들을 일일이 소개했는데 바로 이들에게 유도화 뿌리 삶은 물을 마시게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 유도화 -


   로스앤젤레스에서 그랜드캐니언까지는 버스로 아주 긴 여행이었다. 그러나 자칭 코미디 출신이라는 가이드의 만담으로 우리는 조금도 지루한 줄을 몰랐다. 마음 약한 한국 노인들은 감동이 되어 박수갈채를 아끼지 않았으며, 부모에게 살아생전에 효도해야 한다는 대목에서는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고마워들 했었다. 그러나 며칠 듣다 보니 가이드에게 거부감이 생겼다.


   그가 자신에 대해 한 얘기는 대충 이랬다.

   그는 마누라를 주먹으로 다스려서 꼼짝 못 하게 했으며 나중에 미국으로 건너올 땐 아내를 아주 버렸고 그리고 그 아내가 암으로 죽을 때는 자기도 아들들도 아무도 가 보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기는 이제 회개하여 새 마누라를 극진히 모신다고 자랑을 하더니, 교회에 나가고 보니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고 선전도 했다. 그런데 나는 그 마지막 대목에서 비위가 상해 버렸다.


   사실, 내가 그의 회개에 마음 상할 일은 아니었다. 기뻐해 주고 축하해 줘야 하는 것이 옳은 도리였다. 그래도 왠지 나는 그 친구가 번뻔스럽게 보여 그를 다시 봤을 땐 밥맛이 뚝 떨어졌으며 그가 하는 우스갯소리는 이젠 하나도 재미가 있지 않았다. 심하게 말하면, 유도화 뿌리 삶은 물은 바로 그 친구가 마셔야 할 판이었다. 즐거운 여행이 즐겁지 않은 여행으로 바뀐 것은 순전히 내 기분 탓이었다.


   어쨌거나, 여행을 마치고 로스앤젤레스에 살고 있는 친구를 만났을 때 나는 너무도 반가웠다. 그리고 마침 그때 근 40년 동안 병마에 시달리던 내 여동생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마지막 20 년은 완전한 식물인간으로 지냈던 그녀는 이미 장사까지 지낸 뒤여서 귀국도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친구와 함께 양주를 몇잔 마셨는데 바로 그 때문에 밤새 토하면서 고생을 했다.


   나는 사실 술을 끊은 사람이었다. 그것도 만 3년 간 술을 입에 댄 적이 없었다. 그리고 내가 술 끊은 얘기를 방송이나 잡지에 발표하여 다른 중독자에게 도움을 주기도 했었다. 그런데 무심코 한 잔 마신 것이 길(?)이 들어 그 후 로도 술 때문에 여러 날 고생하게 되었다. 그때 문득 가이드의 말이 계속 들렸다. (R)


  “유도화 뿌리 삶은 물을 누가 마셔야 하나?”

   “예수님, 제가 마시겠습니다!”

http://my.catholic.or.kr/vegabond

 

 


    - 인생은, 편하게 살기에는 너무 짧다(소록도에서온 편지)중에서/강길웅 요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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