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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가슴 속에 숨어 계신 하느님 / 정규한 신부님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06-09-21 조회수973 추천수12 반대(0) 신고

하느님은 세상을 창조하신 후에 처음 얼마 동안은 땅 위에서 사셨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사람들과 함께 세상에 살고 계셨는데, 사람들은 아침부터 하느님께 몰려와 어떤 사람은 자녀가 없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자녀가 죽었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사랑에 빠졌는데 부모가 반대한다고 하는 등 여러 가지 많은 문젯거리들과 하소연들을 늘어놓기 때문에 결국에는 하느님께서 지치시고 말았다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문젯거리들을 가지고 하느님을 찾아가 저마다의 입장에서 해결하려 하였으나 불행히도 하느님은 한 분 뿐이셨습니다. 게다가 낮에 하느님을 만나지 못한 사람들은 한밤중에 하느님을 찾아와 괴롭혔고 하느님은 쉬실 수조차 없으셨습니다.

 

그래서 하느님은 마침내 당신의 조언자를 불러 말씀하셨습니다. "이 사람들이 도대체 나를 쉬게 내버려두지 않는구나. 이렇다가는 결국 피곤에 지쳐 사람들을 볼 수조차 없게 될 것이다. 그러니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 조언자는 하느님의 귀에 대고 작은 소리로 말씀드렸습니다.

 

 "사람들이 도저히 찾아오지 못할 장소가 한 곳이 있습니다. 그리로 숨으시지요" 하느님이 물었습니다. "그 곳이 어디인가? 어서 말해 다오." 조언자가 말했습니다. "사람들의 내면으로 숨으시면 됩니다. 그들은 당신을 찾기 위해 온 세상을 다 뒤지고 다니겠지만, 그들 자신의 내면으로는 도저히 들어가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그곳이라면 당신께서 편히 쉬실 수가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도 하느님은 그곳에서 편히 휴식을 취하시며, 우리가 찾아오기를 기다리고 계시다고 합니다.

요한 묵시록 3장 20절을 보면 "들어라. 내가 문밖에 서서 문을 두드리고 있다. 누구든지 내 음성을 듣고 문을 열면..."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이 말씀과 같이 하느님은 항상 우리의 내면에서 끊임없이 우리를 부르시고 계십니다.

 

그런데 그 소리를 의식하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것은 무슨 까닭입니까? 가슴속의 소리를 듣지 못한다는 것은 머리 속의 생각에 치우쳐 있기 때문입니다. 머리 속의 생각이 커질 때 내면의 목소리, 가슴의 소리를 들을 수 없고, 반대로 머리가 작아질수록 내면의 소리를 쉽게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기도할 때 자신의 모습을 관찰해 보면 자신이 내면에 계신 하느님을 찾고 있는지 아니면 머리로 하느님을 찾고 있는지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머리로 찾는다면 그것은 무엇이겠습니까? 그것이 기도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그것은 기도가 아니라 정리입니다. 정리는 기도가 아닙니다. 정리하는 것을 멈추고 내면에 있는 하느님, 가슴속의 하느님을 찾는 것이 진정한 기도인 것입니다.

 

그렇기에 세례자 요한도 "그분은 더욱 커지셔야 하고 나는 작아져야 한다."(요한3,30)고 하였던 것입니다. 내가 작아진다는 것은 바로 생각하기를 멈춘다는 것입니다. 그분이 커져야 한다는 것은 내면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늘 마음을 비우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나 빈 마음을 갖기 위해서는 먼저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머리로 생각을 하면서 빈 마음이 될 수는 없습니다. 이렇듯 내면의 목소리를 듣는 가슴이 커지게 될 때 우리는 빈 마음을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 때 바로 세례자 요한의 태도를 가질 수 있으며, 내면에 숨어 계신 하느님을 만나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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