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 가을 병
작성자김혜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6-09-23 조회수765 추천수9 반대(0) 신고

 

 

 

              

 

이른 아침,

 

 
 
 
하느님의 섭리를 믿는 신앙의 부족인지,
저는 종종 가족들, 
사랑하는 사람들의 건강을 불안해 하고 많이 염려하는 병을 갖고 있지요. 
엄마와 큰언니에게 찾아온 병에 대한 공포 때문이지요. 
 
사랑하는 이들의 생명조차 하느님 손에 맡기고 신뢰할 수 있었으면 하는데,... 
하늘나라에 대한 믿음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놓지 못하는 약함입니다. 
 
아무튼 소식을 띠우신 것을 보니 안녕하셨구나, 
다만 바빴구나..하는 다행함을 느끼며, 
걱정한 제 모습이 속상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무튼 유진이 결혼 축하드리구요, 
주님의 보살핌 안에 행복한 가정 만들어가기를 빕니다.
 
                                      마리 석문 수녀 올림.
 
 

 

아침부터 눈물이 그렁그렁 매달립니다.

가을이 오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면

아직도 철이 덜 든 제마음은

눈물을 준비합니다.

 

슬프지 않아도...

외롭지 않아도...

그저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울음이 터져나올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제가 사랑하는 수녀님의 이 메일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고 말았습니다.

 

지난 순교자 축일에 축하를 드리려고

석문(성인 현석문님)수녀님께 축하인사를 드렸었습니다.

 

그동안 제가 마음이 좀 바빴었습니다.

작은 아이 결혼도 있었고,

비지니스도 장소를 옮기고..

그냥 온 여름을 바쁘다고 노래하며 보냈습니다.

 

그 핑게로 수녀님께 소식을 전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석문 수녀님은 저를 하느님 앞에 무릎을 꿇게 하신 분입니다.

19년 전에 저의 가족에게 교리를 가르치시고

 

자꾸 놓으려는 하느님의 손을 끝까지 붙잡게 하시며 

세례를 준비하여 주신 인연!

 

그 인연 이젠 제가 그냥 놓아 드리지를 않아서...

 

한국으로 돌아가신지 17년이 되어도 종종 소식을 드리며 살고 있습니다.

제가 가끔 올리는 [할아버지의 기도] [모래 알]등

다 수녀님이 보내 주신 책들입니다.

 

수녀님은 어머님을 일찍 여위셨습니다.

그리고 수녀님이 되신 다음,

큰 언니를 또 하느님 품에 보내드리셨습니다.

 

그리고 제가 건강하지 못한 것을 환히 알고 계십니다.

그래서 늘 제 건강을 묻곤 하셨는데..

 

오늘 아침 받은 이메일.

'찬미 예수님' 또는 '안녕하세요?'도 없이

그냥 곧바로 시작되는 수녀님의 짧은 편지...

지난 여름 얼마나 염려를 하셨는지가 읽어져 마음이 아팠습니다.

 

진심으로

용서를 빌었습니다.

 

사실.. 

이 가을에 두 아이 모두 가정을 이루어 제 품을 떠나니

행복함과 동시에 조금 허전함도 고백합니다.

텅 빈 느낌으로 온 집안을 돌아다니며

 

"잘 살아라!"

 

"정말 잘 살아라!"

 

중얼거리는 제 모습이 가을이라 조금 더 아파 보이긴 합니다.

 

아직 수녀님껜 말씀드리진 못한 제 마음이지요.

이 가을만 지나면 내가 언제... ? 

씻은 듯이 사라질 허전함...

 

그래도...

 

유승희님의 시가 저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나.. 아  너무 아프거든!

       

                             - 유승희 -

 

 

선인장 가시가 손끝에 찔려야만

아픈건 아냐

탱탱 여문 알밤송이

툭툭 떨어져 아픈 건 아무것도 아니야

 

온몸이 후끈후끈  달아 오르는

신열에 시달리는

독감에 결려

마치 눈알이 빠지 듯 아픈 거

그건 더 더욱 아니야

 

그냥

오도카니 무릎 세우고 손깍지 끼고 앉아

창 밖을 보다가도

팽그르르 눈물 고이며

가슴이 옥신옥신 아프거든

 

하냥

거피 한 잔을 앞에 놓고

싸늘히 식어가도록

한 모금도 넘기지 못한 채

온통 한 가지 생각으로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거든

 

마냥

지싯지싯 땅거미 기어드는

창가에 기대서서

지칠 줄 모르는 기다림에

떼꾼하니 십리는 기어 들어간 올갱이 눈

뻐근하니 아프거든

 

오방지게도

자그만 요 가슴에

너무 많은 네가

올올이 박히고 박혀서

 

                               .. 아!

진정

  너무 아프거든..

 

 

* 제가 찍었습니다

 

 

              저의 마음을 성모님의 마음에 옮겨드립니다.

          순결하신 어머니,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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