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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11 > 괴짜수녀일기 / 보약보다 더한 아침잠 5분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6-09-24 조회수835 추천수12 반대(0) 신고
 

                     보약보다 더한 아침잠 5분

                            

   내가 수녀원에 입회할 당시 기상시간은 새벽 4시 55분이었다. ‘딱 오 분’만 더 잤으면 하는 게 소원(?)이었다. 아, 그런데 얼마 후 기상시간이 다섯 시로 바뀌었다는 말이 들려오지 않는가. ‘그러면 그렇지. 오 분을 아껴 뭐 할라꼬….‘


   그 다음날부터 새벽 기상종소리가 그렇게 기분 좋게 들릴 수 없었다. 왠지 푸근히 잔 듯했고 , 그 전날의 피로도 말끔히 가셔진 것 같았다. 그러니 당연히 기상종소리가 울리자마자 가뿐히 일어날 수밖에. ‘진작 이렇게 하지. 이건 보약이나 다름없어.’ 혼자 속으로 얼마나 쾌재를 불렀는지.


   그러고 나서 얼마 지난 어느 날, 큰 수녀님과 기상시간에 대해 예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학인이라도 하듯 몇 시에 기상종을 치시는지 여쭈었더니 4시 55분이라고 하시지 않은가. 이게 웬 소리? 바로 다음날 아침부터 기상시의 기분은 예전으로 되돌아갔다. 몸이 어딘지 찌뿌드드하고, 멀쩡한 머리 허리 팔 다리가 쑤시고…. 참으로 요상한 일이었다. ‘아침잠 5분은 보약보다 더하다는데.’


   그러니까 세상사 모두가 마음 하나 먹기에 달렸다는 체험을 톡톡히 한 셈이다. ‘마음먹기’에 대한 말이 나왔으니, 이런 경험을 얘기하면 어떨까.


   나는 벌레라면 무조건 무서워하는데, 그 무서워하는 정도가 보통이 넘었다. 특히 지렁이나 배추벌레, 송충이는 물론 쌀벌레, 밤벌레, 복숭아벌레 등 온몸으로 기어 다니는 것들은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쳤다. 이런 걸 두고 ‘신경성 벌레공포증’이라 해도 되나? 그런데 몇 년 전 환경학교 강의 중에 좋은 땅일수록 지렁이가 많고 나쁜 땅일수록 어떤 벌레도 잘 살지 못한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그 후부터는 벌레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비온 뒤 길바닥에 있는 지렁이를 보면 피하기보다 오히려 다가가서 자세히 보게 되고 그 지렁이가 귀엽기까지(?) 했다. 게다가 간식으로 과일을 먹을 때 과일벌레를 보고 나면 이건 고단백에다 무공해라는 생각이 들어 먹던 과일을 더 힘차게 베어 물 수 있었다. 그렇다고 그 벌레를 보고 입맛을 다실 정도는 아니니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우리 수녀회본원에는 나무가 많아서인지 까치가 자주 와서 ‘깍깍깍’운다. 까치가 울면 손님이 온다는 옛말 때문인지 까치소리는 아무리 들어도 싫지가 않다. 그러나 까마귀라면 어떤 느낌이 들까? 삼복더위일지라도 창문을 이층으로 닫아걸고 커튼까지 내렸을 것이다.


   그런데 까마귀처럼 자기 가족이나 동료와 평화롭게 지내는 새도 없으며, 언제나 새끼를 먼저 생각하고 오로지 이웃을 위해 자기를 헌신하는 새라는 말을 어느 신부님에게서 듣고부터는 그 울음소리 역시 싫지 않게 들려왔다. 요컨대 뭔가 좋은 얘기는 얼마든지 듣고 알아둘 필요가 있고, 세상일은 마음먹기에 달렸음을 요즘 들어 새삼 느끼게 된다.


            - 이호자 마지아 수녀(서울 포교 성 베네딕토 수녀회)/ 前 애화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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