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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헤로데 콤플렉스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6-09-28 조회수695 추천수6 반대(0) 신고

<헤로데 콤플렉스>

헤로데 영주는 이 모든 일을 전해 듣고 몹시 당황하였다.

“요한이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났다.”  “엘리야가 나타났다.”

“옛 예언자 한 분이 다시 살아났다.” 헤로데는 이렇게 말하였다. “요한은 내가 목을 베었는데, 소문에 들리는 이 사람은 누구인가?” 그러면서 그는 예수님을 만나 보려고 하였다. (루가 9,7-9)

“어서 이곳을 떠나십시오. 헤로데가 선생님을 죽이려고 합니다.” (13,31)

헤로데는 예수님을 보고 매우 기뻐하였다. 예수님의 소문을 듣고 오래전부터 그분을 보고 싶어 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분께서 일으키시는 어떤 표징이라도 보기를 기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헤로데도 자기 군사들과 함께 예수님을 업신여기고 조롱한 다음, 화려한 옷을 입혀 빌라도에게 돌려보냈다. (23,8.11)


  루가 저자는 헤로데라는 인물을 통하여 예수님이 사셨던 시간대를 설명합니다. 그리고 그 인물 됨됨이를 통하여 인간이 지닌 어두운 모습의 한 면을 그립니다.

 

  헤로데는 남들의 이목과 소문에 민감한 인간입니다. 그런 사람은 남들이 자기를 무시하는 것을 도저히 참지 못합니다. 그래서 그가 행동하는 판단기준은 자기의 주관이 아니라 체면에 달렸습니다. 그런 인물들은 자기 내면의 의지와 실제 들어난 자기 행동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항상 갈등 속에 살게 됩니다. 자기 마음먹은 대로 했어야 속이 후련할 텐데 결국 남의 이목에 따라 행한 꼴이니 생각할수록 분합니다. 그 갈등이 크면 클수록 그는 더욱 포악한 성질을 내게 됩니다. 그러니 그는 그 성질을 해소할 대상을 찾게 되고 아마도 예수님을 잡아다가 모든 자기 고민을 분풀이하려고 했을 것입니다. 이런 성격을 헤로데 콤플렉스라고 부를 만합니다. 가정에서 일어나는 처와 아이들을 구타하는 폭력도 이와 흡사하다고 합니다. 겉으로 볼 때 전혀 그렇지 않은 사람이 알고 보니 가정 폭력을 휘두른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랍니다. 그들은 외면과 내면의 갈등을 만만한 상대에게 투사하는 못난이 일뿐입니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은 남들이 자기를 좋게 평가해주기 때문에 그들은 자기들이 저지르는 구타와 폭력을 정당하다고 여긴다는 점입니다.

 

  남들도 인정할만한 적당한 이유를 찾지 못해 주도적으로 나서지 못하던 차에 예수님께서 체포되어 자기 앞에 서 계십니다. 헤로데는 만사가 제 뜻대로 되가는 통쾌한 기분을 만끽합니다. 헤로데와 같은 이중적 성격을 지닌 인물들의 특징대로 그는 짐짓 거드름을 핍니다. 제 눈앞에서 어떤 기적이라도 보여주길 원합니다. 그러나 그는 스스로 더 높고 힘 있는 자라고 증명해주기를 바랐던 것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예수님께서 어떤 표징을 보여 주셨어도 믿지 못했을 겁니다. 처음부터 그에게 예수님은 자기 체면을 살려주는 존재였습니다. 그러니 철저히 조롱하고 깔아뭉개어 버립니다. 자기가 하는 일이 정당한지 아닌지 여부는 애당초 관심조차 없었습니다.

  루가저자는 빌라도와 헤로데가 그날에 서로 친구가 되었다고 하여 똑같은 죄를 지었다고 고발하고 있습니다.


  헤로데가 요한을 참수하는 대목을 읽으며 사형제도에 대한 생각을 떠올려 봅니다. 인간이 지닌 폭력성이 여실히 들어나는 장면이 바로 전쟁이며 사형제도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헤로데는 그저 자기의 체면 때문에 아무 잘못도 없는 세례자 요한을 참수합니다. 절대 권력을 가진 자일수록 자기의 힘과 권위를 세우기 위해 사형이라는 극형을 마다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사형 제도를 행사하는 이유를 공공질서와 안녕을 지키려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사람의 생사여탈권을 지녔다는 만족감을 위해서, 복수를 위해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실행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대다수 사람들은 사형제도에 무관심하기 때문에 가장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그 제도를 반대하지 않고 있습니다.

  오늘날 많은 나라들이 사형 제도를 폐지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생명은 하느님께서 주신 것이므로 누구도 함부로 빼앗을 수 없습니다. 한국천주교회에서는 사형제 폐지를 공식적으로 찬성하고 있습니다.

  사형 제도를 찬성하는 이유를 들어보면 크게 다섯 가지로 요약됩니다. 1,사회정의 실현 2,흉악 범죄 예방 3,교도행정 비용절약 4,피해자와 피해자 유가족을 위한 처벌 5,국민의 법 감정 등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위에 열거된 이유들에 대하여 납득할 만한 대안을 제시하여서 설득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간 역사상 폭력으로 폭력이 잡힌 경우는 한 번도 없었습니다. 항상 폭력은 폭력을 낳았을 뿐입니다. 흉악범죄 예방효과는 강력처벌보다는 반드시 잡혀서 응분의 대가를 치른다는 사실이 더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무엇보다 고려해야 될 사항은 피해자와 그 가족의 마음을 어루만져줄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런 제반 사항이 충족되고 모든 국민들의 법 감정이 수긍될 때까지 인간 생명의 고귀함과 사형 제도의 부당함을 알려야 하겠습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모든 국민들의 중의가 모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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