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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96) 곧장 천국으로 / 임문철 신부님
작성자유정자 쪽지 캡슐 작성일2006-09-30 조회수691 추천수6 반대(0) 신고

 

 

"너희가 회개하여 어린이처럼 되지 않으면 결코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한다."

(마태 18,1-5)

 

 

 

몇 달 전 후두암으로 투병 중이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진통제가 더 이상 듣지 않아 고통스러워하던 모습은 자녀로서 차마 눈뜨고 지켜볼 수 없었다.

 

예상보다 일찍, 너무도 편안하게 임종하시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아버지를 잃은 슬픔보다 안도와 감사의 기도가 나왔다.

 

장례미사에서 나는 동료 사제들과 교우들에게 이런 고백을 했다.

 

"어제 밤을 새면서 친구들과 고스톱을 쳤는데, 제가 엄청 땄습니다.

 천국에 가신 아버지가 저를 도와주신 것입니다."

 

모두 장례미사라는 것도 잊은 듯 폭소를 터뜨렸다.

 

"저는 아버지의 영혼이 지금 하느님 품 안에서 평화와 안식을 누리고 계심을 믿습니다. 그러니 오늘은 슬퍼할 날이 아니라 기뻐하고 감사해야 할 날입니다. 우리 어머니는 천당 가는 게 그렇게 쉬우냐고 하셨지만, 이 동네 교통이 마비될 만큼 많은 교우분들이 오셔서 기도해 주고, 신부님들이 미사도 많이 봉헌해 주셨는데, 이런 아버지가 천국에 가지 못한다면 누가 천국에 가겠습니까?"

 

사실 많은 이들이 극소수의 성인들이 아니고는 대부분 연옥에서 단련을 받은 후에야 천국에 들어간다고 믿는다.

 

소화 데레사는 누구나 죽은 뒤에 연옥을 거치지 않고 곧장 하늘나라에 갈 수 있다고 수련수녀들에게 말하곤 했다.

부원장 수녀가 이를 몹시 못마땅하게 여겼으나 데레사에게 하느님은 심판관이 아니라 인자하신 아버지이기에 담대히 자신의 확신을 말했다.

 

"하느님의 심판을 찾는 수녀님들은 그것을 겪게 될 것입니다."

 

얼마 후 부원장 수녀가 죽었는데 3개월 후 데레사의 꿈에 나타났다.

그 꿈 얘기를 원장 수녀에게 했다.


"부원장 수녀님이 어젯밤 꿈에 오셔서 자신을 위해 기도해줄 것을 청했습니다. 

 분명 선하신 하느님의 자비에 대한 믿음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소화 데레사는 자신의 업적이나 장점에 의지하려 하지 않고, 

모든 것이 아버지이신 하느님의 사랑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깊이 깨달은 분이었다.

 

그래서 평생 동안 한번이라도 주님의 얼굴에 

조그마한 미소라도 띄게 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며 

'작은 길'에 충실하여 완덕의 정상에 오른 분이다.

 

그래서 잘못을 수없이 되풀이하며 사는 우리지만

곧장 천국으로 갈 수 없다는 생각은

하느님 아버지를 슬프게 한다고 믿었다.

 

하느님께서 우리가 연옥에 가는 걸 원치 않는데

우리가 연옥에 가게 되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하느님의 자비를 믿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하느님을 심판관으로 믿는 사람은 공의에 따라 심판 받고,

자비로운 분으로 믿고 받아들이는 사람은 자비를 입게 될 것이다.

우리가 바라고 믿는 대로 받게 되기에........

 

      글쓴이 : 제주 중앙주교좌 성당 : 임문철 주임신부님 

 

                     ㅡ 출처 : 가톨릭 다이제스트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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