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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루카복음 단상] 할아버지 영전에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6-09-30 조회수677 추천수7 반대(0) 신고
 

할아버지 영전에

(루카9,44-45)


“너희는 이 말을 귀담아들어라. 사람의 아들은 사람들의 손에 넘겨질 것이다.”



   “갈 날 머지않았으니, 너희 천주 두려운 줄 알고 살 거라. 천당에서 만나자.” 당신은 그렇게 자신의 죽음을 알리며, 임종준비를 마쳐 놓으셨습니다.


   구교 집안에서 자라나 믿음으로 봉교(奉敎)하시던 할아버지. 당신이 그렇게 떠나신 지도 벌써 몇 해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말기 암이라는 사형선고를 받고서 부터는 은총의 세월을 감사로 마감하셨고, 살면서 맺어온 인연들께는 당신의 부음을 미리서 알리며, 일일이 사연을 실으셨지요. 당신이 보내주신 한 통의 사연을 저는 아직도 붙들고 있습니다.


   “천주의 사제님. 이 늙은이, 마지막 하직인사 올립니다. 오, 주 천주 보우(保佑)하사 은총 속에 살다 천주대전 나아갑니다. 미구에 사제님 뵈올 날 기다리오니, 부디 성교 봉직하시어 천당에 드소서.” 그것이 당신과의 마지막 인연이 될 줄이야. 당신을 눈물로써 보내 드리던 날, 꼭 당신을 다시 뵈리라 약속드렸지요.


   정녕 저의 마지막도 당신을 닮아, 못다 준 사랑 글 속에 실어 이승의 인연을 알뜰히 정리하고 싶습니다. 당신처럼 반듯하게 살다, 반듯하게 생을 마감할 수만 있다면. 당신 가고서야 깊은 뜻 깨닫는 무지를 용서 구하오니, 어르신 미구에 다시 뵈올 날 제 철없음을 함께 꾸짖으소서.


   - "주님을 찾는 행복한 술래" 中에서 ( 김강정 시몬 신부 / 부산교구 덕신성당 주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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