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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어린이 처럼 되지 않으면' - [유광수신부님의 복음묵상]
작성자정복순 쪽지 캡슐 작성일2006-10-01 조회수661 추천수4 반대(0) 신고

<너희가 회개하여 어린이처럼 되지 않으면>(마태 18,1-5.10.12-14)

 

그 때에 제자들이 예수님께 다가가, "하늘 나라에서는 누가 가장 큰 사람입니까?" 하고 물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어린이 하나를 불러 그들 가운데에 세우시고 이르셨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회개하여 어린이처럼 되지 않으면, 결코 하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한다."

 

우리 모두는 하늘 나라에 들어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하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인가? 예수님은 그 모델로 어린이를 제시하셨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회개하여 어린이처럼 되지 않으면, 결코 하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한다."라고 말씀하셨다. 아니, 다 큰 사람이 어떻게 어린이가 될 수 있을까? 도대체 "어린이가 되라."는 말씀은 무슨 뜻인가?

 

여기서 말하는 어린이란 미성숙한 어린이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어린이처럼"이라고 말씀하셨지 "어린이"라고 말씀하지 않으셨다. 그럼, "어린이처럼 된다."는 것은 어떤 모습일까? 예수님의 시대에는 여자나 어린이를 사람 취급조차 하지 않았다. 마치 사고 파는 물건처럼 취급하였다. 그래서 어린이란 말은 "종, 노예"란 뜻으로도 사용하였다.


"종, 노예"란 자기의 삶이 없는 사람이다. 오직 주인이 시키는 것을 하는 사람이다.
하늘 나라의 주인은 누구인가? 하늘 나라의 주인은 내가 아니라 하느님이시다. 그러니까  하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하느님이 하라는 대로 하는 사람만이 들어갈 수 있다. 마치 종이나 노예처럼 주인이 하라는 것에 순종하는 사람만이 들어갈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어린이처럼 되라는 것은 하늘 나라에 들어가기 위해서 억지로 종이나 노예처럼 되라는 것이 아니다. 강요된 노예나 종이 아닌 자유인으로서의 종이나 노예를 말한다. 어제 묵상에서 그리스도인의 자유를 말하였던 그런 자유스런 종이나 노예가 되는 것이다. 벼가 익으면 고개를 숙이는 법이고 과일이 익으면 떨어지는 법이다.

 

어린이처럼 된다는 것은 어린이가 갖고 있는 순순함, 단순함에 이르는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 더 이상 자기 고집이나 자기 뜻대로 살지 않고 하느님이 원하시는 대로 원하시는 것에 순응할 수 있는 사람을 말한다. 마치 어린이가 어른의 말에 순응하듯이 그렇게 하느님께 순응하는 사람이 되는 것을 말한다. 이런 상태에 도달하려면 도인의 경지에 이르러야 한다.

 

"주여, 잘난체 하는 마음 내게 없삽고, 눈만 높은 이 몸도 아니오이다. 한다한 일들을 좇지도 아니하고, 내게 겨운 일들은 하지도 않나이다. 차라리 이 마음은 고스란히 가라앉아, 어미 품에 안겨있는 어린이인 듯 내 영혼은 젖 떨어진 아기와 같나이다."(시편 130)라고 말씀한 것처럼 이 세상 쓴맛 단 맛 다 보고 나서 어떤 깨달음에 이르른 사람을 말한다.

 

성덕에 나아간 사람일수록 동안이고 마음은 단순하고 순수하다. 그마만큼 덕을 닦았기 때문이다. 진리를 추구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는 어느 경지에까지 이르렀기 때문에 모든 이의 모든 것이 되어 줄 수 있을 정도로 마음이 관대하고 바다같이 넓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바로 어린이처럼 된 사람이다.

 

이런 상태에 오른 사람은 누구에게나 봉사할 수 있고 적응할 수 있다. 자기 것이라고 굳이 고집하지 않고 남의 것도 얼마든지 받아들인다. 그리고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단순하며 순수하다. 즉 모든 것에서 초연한 상태를 유지한다. "어린이처럼"이라는 말은 결코 미성숙함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어린이처럼 하느님께 모든 것을 맡기고 매사에 단순하고 순수하게 살아가는 사람을 말한다. 그럼 어떻게 하면 이런 상태로 변화되어 성숙해질 수 있을까? 그것은 회개를 통해서 가능하다.

그럼 회개란 무엇인가?
회개란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새로운 방법으로 즉 내 방식으로가 아닌 하느님 방법으로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내가 해왔던 방식으로 하면 어린이가 되는 것이 아니라 점점 더 큰 어른이 되어가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모 수녀원의 피정집을 짓고 있다. 전에 작은 피정 집이 있었는데 건물에 금이 가고 점점 더 붕괴될 위험이 생겼기 때문이다. 금이 간 곳을 떼어 보기도 하고 여기 저기 고쳐 보았지만 결국은 허물고 다시 짓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위험해졌기 때문에 헐고 다시 새 건물을 짓는 것이다. 낡은 건물을 허물어 보니 바닥에 문제가 있었던 것을 발견하였다. 생 땅 위에 건물을 앉힌 것이 아니라 메 꾼 땅 위에 건물을 지었기 때문에 기반이 물러서 건물에 금이 가고 기울어졌던 것이다. 그러니 그 건물에 아무리 보수를 한다한들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었던 것이다.  건물의 기반이 튼튼해야 안전한 건물을 지을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상식적인 일이다.

 

회개한다는 것은 근본부터 새로 시작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내가 생활해왔던 방식들, 내가 목표로 삼았던 목표, 내가 습관 드려왔던 생활방식, 나의 사고 방식 등 모든 것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 동안 내가 생활해왔던 모든 방식으로는 아무리 해도 하늘 나라에 들어 갈 수 없다. 아니 어린이처럼 되지 못한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살아온 내 삶의 목표가 달랐고 방법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하늘 나라는 내 능력으로 들어가는 것도 아니며, 내 생각으로 들어 가 지는 것도 아니다. 하늘 나라는 어린이가 아버지 손을 잡고 들어가듯이 하늘에 계신 아버지 손을 잡고 들어가는 것이다. 아버지께서 데려가는 대로 따라 가고, 아버지께서 보여 주시는 대로 보고 들어가는 것이다. 하늘 나라는 큰 사람이 들어 가는 것이 아니라 어린이처럼 작은 사람이 들어가는 나라이다. 따라서 이 세상에서 가장 큰 사람이 가장 위대하고 높은 사람이지만 하늘 나라에서 가장 큰 사람은 가장 작은 사람이다. 작은 사람일수록 아버지께 완전히 의존하기 때문이다. 갓 태어난 어린이를 보라!  완전히 부모의 손에 자신의 모든 존재를 맡기지 않는가?
  
회개한다는 것은 "누가 가장 큰 사람이 되느냐?"라는 목표를 갖고 살았던 삶에서 "다른 사람을 섬기는 종. 하인이"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살아가는 삶이다. 회개한다는 것은 가장 큰 사람이 되어 다른 사람들을 지배하려는 자세에서 종이 되어 다른 이들을 위해 봉사하는 생활로 전환하는 것을 말한다. 회개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을 경쟁의 상대자로 여기고 그를 시기하고 질투하는 삶에서 나약한 어린이를 받아들이듯이 사랑으로 받아들이는 생활을 하는 삶이다.


따라서 회개한다는 것은 누구를 보던 무엇을 하던 항상 "가장 큰 사람이" 되고자 하는 관점에서 보고 판단하고 생각하던 습관을 버리고 이제부터는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들을 위해 봉사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들을 주인으로 섬기고 가장 낮은 자리에서 그를 섬길 수 있을까? 하는 것을 삶의 목표로 삼고 살아가는 삶이다.    

-유광수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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