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198) 가을 단상(斷想)
작성자유정자 쪽지 캡슐 작성일2006-10-02 조회수720 추천수6 반대(0) 신고

 

 

 

 

어제 방화동에 있는 공원에 갔었는데 곱게 물든 단풍들이 너무도 아름다웠다.

노란 은행잎, 자주색의 타는듯한 단풍나무, 이름모를 활엽수의 잎들은 노랗게 발갛게 색색이 물들어 가을 햇살에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웠다.

 

 

발바닥을 푹신하게 하는 오솔길을 걸어가는데 곱게 물든 낙엽들이 발에 밟힌다.

산들바람이 불 적마다 낙엽이 후두둑 후두둑 떨어져 날린다.

솔나무 밑에는 바싹 마른 솔잎들이 두껍게 깔려있다.

문득 시골에서 땔감으로 솔까래(솔잎)를 아궁이에 태울때 즐거웠던 기억이 새롭다.

땔감 중에 가장 때기 수월한 게 솔까래였다.

부지깽이로 솔솔  흔들어가며 불을 때면 참 재미있었는데.....

그러다가 갑자기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위주로 자기 좋아하는 쪽으로 생각하는가 보다.

 

                                        

수년전에 아는 사람으로부터 새우그림 한 장을 선물받은 적이 있었다.

새우 열 마리가 팔딱팔딱 뛰는 듯한 수묵화였다. 거금(?)을 들여 표구를 해서 걸었는데 어느날 친정어머니가 다니러 오셔서 그 그림을 들여다 보며 하시는 말씀에 난 너무나 황당했었다.

" 아! 그 새우  후라이팬에 소금 넣고 들들 구워먹었으면 참 맛있겠다."

새우를 무척 좋아하시는 어머니는 그렇게 새우그림이 먹음직했었나 보다.

난 어려서부터 새우를 먹지 않아서 그랬는지 어머니의 그런 말이 너무 황당하게 들렸었는데, 마른 솔잎을 보고 나도 모르게 땔감으로 보였으니 나역시 이하동문인가! ㅎㅎㅎㅎ.......

 

 

 

단풍진 잎들이 너무 고와서 몇 개를 주워보았는데 왜 하나같이 먼지가 늘어붙어있고 벌레가 갉아먹고 지저분했다. 멀리서 볼 때엔 그렇게 아름다워 보이는데 손에 들고 가까이서 보니 아름답지도 깨끗하지도 않았다. 깨끗한 잎새를 찾기란 (네 잎 크로버)를 찾기만큼이나 어려울 것 같았다. 주웠던 낙엽들을 다시 버렸다. 모든 것은 제자리에 있을때 아름답고 가치가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그래서 공원이나  길가에 피어있는 꽃이나 가지는 꺾지 말아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보며 즐길 수 있도록 놔두어야 한다. 꽃이나 나뭇가지는 꺾는 순간 그 아름다움을 잃어버린다. 제자리에 있음으로 해서 빛날 수 있는 가치를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낙엽을 줍다가 하나같이 지저분하여 나무에 달린 잎을 보았는데 역시 그 잎들도 지저분하긴 마찬가지였다. 멀리서 보았을땐 그렇게도 아름다운 잎새들이 어쩌면 하나같이 그리도 지저분한가! 아 ! 그래서 모든 사물은 거리를 두고 바라보아야 아름답다는걸 새삼 깨달았다. 사랑하는 사람도 멀리 두고 바라볼때 아름답고 경치도 그렇고 사물들도 그렇고 깊이 들어가고 가까이 부딪히다 보면 추한 모습이 들어나게 마련인것 같다. 그래서 헤어진 사랑, 못 이룬 사랑이 더 아름답게 느껴지고 애틋한 게 아닐까!

 

 

그냥 벤치에 앉아 청명한 하늘에 곱게 물든 나무들을 보며 있자니 나는 영락없는 가을여자의 모습이다. 만추(滿 秋)의 여인이 따로 없다. 이 세상에 색깔이 없다면 얼마나 삭막할까? 노랗고 빨갛고 파랗고 자주색 빛갈들이 뒤섞여 저마다의 고운 색을 뽐내는  자연을 바라보며 일찌기 느껴보지 못한 찬란한 아름다움과 삶의 기쁨을 생각한다. 행복이란 멀리 있지 않고 바로 주위에 지천으로 널려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바로  (세 잎 크로버)의 행복을 생각한다.

행운의 네 잎 크로버가 아닌 행복의 세 잎 클로버를 떠올리면서.....

 

 

이 글은 작년 가을, <가을 여자>란 제목으로 자유게시판에 올렸던 글입니다.

이제 또 새로운 가을이 돌아 왔네요.

다시 한번 방화동에 있는 그 공원에 가보고 싶은 마음으로 묵상방에 올려봅니다.

그 당시엔 신희상 형제님이 음악을 달아주셨는데 어제 음악 올리는 법을  배우고 이번엔 제 힘으로 올렸답니다.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