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을 따르고 싶다. 그러나 주님을 따르기 전에 먼저 만나게 되는 것은 언제나 나 자신이다. 몇 년 전 돌아가신 시어머님에 대한 그리움과 함께 아쉬운 점들이 자주 떠오른다. 내가 실수로 떨어뜨려 금이 간 시어머니의 틀니를 즉시 고쳐드리지 못해 오래 불편해하셨던 것도 그 중 하나다.
“예수님을 따르기 전에 먼저 너나 잘해라.” 마음 아플 때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다. 하지만 예수님은 내게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스스로를 이해하라고 하시는 것 같다. 그분은 이미 훌륭하게 자신의 몫을 다했다는 것을 받아들이라고. 나의 삶에 영향을 미치셨고, 내가 그 의미를 받아들여 생명의 길로 나아가게 된다면 어머니는 내 안에서 새롭게 태어나는 거라고.
예수님과 나의 관계가 시작되었을 즈음 어느날이었다. 나의 부주의로 남편과의 관계에서 그동안 쌓였던 소원한 것들이 표면으로 떠올랐다. 마침 아들도 사춘기를 힘들게 보내고 있던 터라 모든 것이 내 못난 탓인 것만 같았다. 먼저 남편과 아이들을 돌봐야 할 것 같았다. 그러나 그 순간 예수님은 나를 초대하셨다. 뒤돌아보지 말고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라고.
사람들은 늘 자신의 생각 속에 머무른다. 그 안에서 궁리하여 가장 좋은 방법을 찾으려 애쓴다. 그러나 그 생각이 우리의 운명도 되고 굴레도 된다는 것을 알았다. 예수님을 따르는 길은 생명의 길이다. 예수님은 쟁기를 들고 뒤돌아보기를 원하지 않으신다. 생명의 길을 따르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우선이어야 함을 강조하신다.
홍선미(의정부교구 중산 천주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