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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Re: 어느 거지와 수호천사
작성자이현철 쪽지 캡슐 작성일2006-10-04 조회수611 추천수8 반대(0) 신고
          어느 거지와 수호천사 (10/4 성프란치스코 기념일)

 

  십자가를 안테나로!

 금년 아씨시의 성프란치스코 기념일(10/4)을 맞이하면서 저는 작년 10월 11일에 선종한 한 젊은 거지(?)를 떠올립니다. 그분은 ‘오늘은 내 남은 생애의 첫날입니다...’라는 구상 시인의 시처럼 하루하루를 기쁘고 충실하게 살다가 먼저 주님 품에 안긴 프란치스칸 고 민성기 요셉 사제입니다. 지난 봄에 민신부님의 유고집 ‘아프리카, 아프리카, 아프리카’가 나왔는데 이달 기일에는 추모집 ‘새의 찬가’가 나올 예정이라고 합니다. “내가 천국에 가면 더 많은 활동을 하고 또 나를 기억하는 모든 이를 나의 영적 자녀로 삼겠다”고 말씀하신  프란치스칸인 ‘오상을 받은 비오신부님’처럼 민신부님은 당신 글을 읽거나 홈피( http://min0319.com)를 방문하는 많은 이들을 당신 가족으로 입양하시고 또 선종하신지 불과 1년 만에 책도 무려 2권이나 출간하셨습니다. 아마 이달 11일(화요일) 오전 10시 인천 백석공원 성직자 묘지에서 있을 민신부님 추모미사에 가시면 이 책들을 선물로 받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참고로 민신부님이 생전에 어느 성소주일에 하신 강론의 일부를 소개합니다. 가브리엘통신


                                    <나의 수호천사>


  ...나(민성기 요셉)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신학대학을 가지 못했습니다. 사실 용기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미 대학을 다니고 있으니 이젠 신학교를 가기가 글렀다’고 생각하며 부산대학교에서 사회학을 공부하고 있던 어느 봄날이었습니다. 중간고사를 준비하기 위하여 빈 강의실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습니다. 큰 강의실에서 그것도 혼자 앉아서,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누군가 문을 열고 강의실로 들어왔습니다. 그리고는 곧장 나에게로 다가와서는 말을 건넸습니다.

  "나는 AFKN 테이프와 책자를 파는 외판원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나의 일 때문에 당신을 만나려는 것이 아닙니다. 나는 개신교 신자로서 아프리카에 선교사로 가는 것이 나의 꿈입니다. 그런데 복도를 지나가는 도중에 우연히 빈 강의실을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내 머리 속으로 ‘웬 가톨릭 사제가 앉아있다‘ 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습니다. ’내가 참 이상한 생각을 하고 있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그냥 지나치려다 ’나의 느낌을 저 사람에게 이야기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어떤 의무감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처음 만나는 당신에게 실례를 무릅쓰고 이야기 하는 것입니다."

 

  참 묘한 만남이었습니다. 지금도 나는 그가 누구인지 모릅니다. 그의 이름도 모르고 그의 얼굴 형태도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내가 나의 성소를 생각할 때면 그가 떠오릅니다. 그가 떠오를 때마다 나는 그가 아프리카 선교사로 갈 수 있도록 기도드립니다. 그가 내가 가톨릭 사제가 될 수 있도록 기도하고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나는 그를 내 인생의 첫 번 만난 수호천사라고 부릅니다. 그가 나의 <수호천사1>입니다. 그때부터 나는 대학생이라 하더라도 대학을 졸업하고도 신학교에 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결국 대학을 졸업한 후 꼰벤뚜알 프란치스코회에 입회한 첫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부산대학교를 다니며 대연성당에서 주일학교 교사를 하고 부산 지역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의식화 동아리를 꾸려나가고 있을 때 꼰벤뚜알 프란치스코회 모 수사님은 대연동 공동체에서 생활하고 계셨고 내가 속한 동아리의 지도 수사님으로 계셨지요. 그렇게 우리는 ‘수사님과 젊은이’로서 서로 만났습니다....그리고 졸업 후 나는 꼰벤뚜알 프란치스코회에 입회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 당시 나는 천주교 부산교구 젊은이를 대표하여 부산교구 평신도사도직 협의회 상임위원이었으며 부산교구 시노드 종교교육분과 위원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교구의 많은 신부님들과 친하게 지내게 되었고 수도회에 입회하려는 나에게 격려를 해주면서 ‘부산교구 소속으로 신학교를 가면 어떻겠냐?’는 권유를 자주 받았습니다. 나는 많이 망설였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여전히 정에 이끌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우유부단한 상태로 ‘수도회로 갈까? 교구로 갈까?’하고 고민하였습니다. 그러다가 내가 맡고 있던 고등부 학생회의 한 여학생이 나에게 조심스럽게 자신의 꿈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어제 밤에 꿈을 꾸었어요. 길을 가는데 저만큼 떨어진 곳에서 고등부 회장이 웬 거지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저 친구가 왜 거지하고 이야기하고 있을까? 하고 가만히 살펴보니 거지가 바로 선생님이었습니다. 하도 꿈이 이상해서 이 이야기를 선생님께 해드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이 꿈 이야기를 듣고도 한동안  ‘수도회냐? 교구냐?’를 고민하다 결국 방지거회로 방향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여러분들도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방지거’를 거꾸로 읽으면 ‘거지방’ 즉 ‘거지들이 모여 사는 방,’ 거지들이 모여 사는 공동체 방지거회, 프란치스코회이기 때문이었습니다. 나는 그 여학생을 내 인생에서 만난 <수호천사2>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이렇게 내가 만난 <수호천사1>은 나에게 사제성소의 기회를 마련해주었고, <수호천사2>는 나에게 수도성소의 기회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 민신부님의 홈피; http://min0319.com ) 에서-

 

 

                                           <성서묵상>


  그러므로 나는 분명히 말한다. “너희는 무엇을 먹고 마시며 살아갈까, 또 몸에는 무엇을 걸칠까 하고 걱정하지 말아라. 목숨이 음식보다 소중하지 않느냐? 또 몸이 옷보다 소중하지 않느냐? 공중의 새들을 보아라. 그것들은 씨를 뿌리거나 거두거나 곳간에 모아들이지 않아도 하늘에 계신 너희의 아버지께서 먹여 주신다. 너희는 새보다 훨씬 귀하지 않느냐?”(마태 6,25-26)

                           

                        (마르코니 문화영성 연구소 ; http://hompy.dreamwiz.com/hl1ye )

 

추신: 추모집 '새의 찬가'발간을 축하한다고 천상병 시인의 '새'가 노래하는군요^^*

http://hompy.dreamwiz.com/hl1ye?url=bbs/myhome_bbs.cgi%3fb%3d2%26c%3dv%26n%3d3914

 

주: 이 글은 작년에 올렸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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