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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가을의 성인 ----- 2006.10.4 수요일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기념일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06-10-04 조회수639 추천수6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06.10.4 수요일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기념일                        

욥기9,1-12/14-16 루가9,57-62

                                                              

 

 

 

가을의 성인



우리나라의 계절은

전례시기와 너무 잘 들어맞아 감사한 마음이 들 때가 참 많습니다.

 

오늘 축일을 지내는 프란치스코 성인은 꼭 가을의 성인처럼 느껴집니다.

마냥 편안하고 넉넉하며 자연스러운

가을철에 꼭 맞는 프란치스코 성인입니다.


오늘의 본기도의 서두 역시 성인의 영성을 요약하고 있습니다.
“성 프란치스코를 청빈과 겸손으로 그리스도와 같아지게 하신 하느님”


베네딕도 성인이 깊은 산 같은 분이라면,

프란치스코 성인은 드넓은 들판에다 흐르는 강 같은 성인입니다.

 

하느님의 피조물인 자연을 사랑하여

가난과 겸손의 자연이 되어 사셨던,

마치 그 생애가

한 편의 아름다운 시이자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과도 같았던 성인이셨습니다.

 

하여 종파를 초월하여

지금도 만인에게 사랑 받고 있는 프란치스코 성인입니다.

우선 프란치스코 성인 축일에 시 한편을 선사합니다.
무밭의 무들이 자라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아

어제 산책 후

즉시 써놓은 ‘웬 아침부터 육체미 대회가?’란 재미있는 시입니다.


아침부터
육체미 대회가?

잘 가꿔진 무밭
나란히
도열한 무들

옆으로 늘어진
무 잎들
벗어버리고

저마다 육체미를
자랑하는
무 사나이들!

근육질 알통의
팔뚝 같기도 하고
쭉 벋은 종아리 같기도 하다

옆에서
넋 놓고 바라보는
배추 처자들!

얼마동안은
계속될 육체미대회
아침 산책 때 마다 봐야겠다.



자연의 품 안에서 하느님과 자연,

사람들의 사랑 안에서 무럭무럭 자라가는 무들이

꼭 프란치스코 성인의 영성을 반영하는 듯 했습니다.

프란치스코 성인은 참 자유인이었습니다.
예수님처럼 물처럼, 바람처럼, 구름처럼 무엇에도 매이지 않고

끊임없이 성령 따라 자유로운 삶을 사셨습니다.

 

말 그대로 정처 없는 순례여정의 삶이셨습니다.


“여우들도 굴이 있고 하늘의 새들도 보금자리가 있지만,

  사람의 아들은 머리를 기댈 곳조차 없다.”


바로 예수님의 삶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말씀이자

우리의 정주의 삶에 끊임없이 도전이 되는 말씀입니다.

 

온통 자연이 되어 하느님 안에 정주하면서,

말 그대로 예수님과 같은 무욕의 삶을 사셨던 성인 이셨습니다.


중요한 건, 이탈의 정신이자 무소유의 정신입니다.
이런 영성으로 살 때 진정 청빈과 겸손의 삶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물질문명으로

날로 깊어가는 현대인들의 영혼의 병을 치유하는 제일의 처방 영성입니다.

수도자들은 물론 모든 신자들에 해당되는 영성입니다.

다음 복음의 주님의 두 말씀 역시

우리 모두를 살펴보게 하는 평생 화두로 삼아야 할 말씀입니다.


“죽은 이들의 장사는 죽은 이들이 지내도록 내버려두고,

  너는 가서 하느님의 나라를 알려라.”


자기를 따르려는 이에게 아버지의 장사까지도 허락하지 않는 예수님이십니다.

“쟁기에 손을 대고 뒤를 돌아보는 자는 하느님 나라에 합당하지 않다.”


가족들과의 작별 인사도 허락하지 않는,

인간적으로 너무나 냉정한 주님이십니다.


가족들과의 끈끈한 관계 속에

얼마나 자주 뒤를 돌아보며 사는 우리들인지요?


가장 질긴 집착의 끈이 바로 가족과의 인연임을 보여주는 말씀입니다.
가족과의 인연을 끊는 다기 보다는

하느님 안에서의

초연과 이탈의 깨끗한 사랑으로 승화되어야 할 관계임을 깨닫습니다.

 

이래야 비로소 무엇에도 집착함이 없이

구름처럼, 바람처럼, 구름처럼 자유로이 흐르며

하느님 나라를 알리며 사랑과 생명을 선사할 수 있습니다.


이런 자유에의 여정은 끊임없는 정화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마치 오늘 욥기에서 혹독한 시련의 과정을 통과하는 욥처럼 말입니다.

 

안팎으로 비우고 버려가면서

그 무엇에도 집착함이 없이 무욕의 사랑으로,

성령 따라 자유로이 흐르는 삶이 될 수 있도록

이 미사 중에 주님의 은총을 청합시다.


청빈과 겸손의 삶을 통해,

자유롭게 하는 사랑,

생명을 주는 사랑을 통해,

지금 여기서 실현되는 하느님 나라입니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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