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우리는 어떤 사람인가?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6-10-06 조회수692 추천수2 반대(0) 신고

 

<우리는 어떤 사람인가?>


“너희는 주의하여라. 모든 탐욕을 경계하여라. 아무리 부유하더라도 사람의 생명은 그의 재산에 달려 있지 않다.”

“어떤 부유한 사람이 땅에서 많은 소출을 거두었다. 이렇게 해야지. 곳간들을 헐어 내고 더 큰 것들을 지어, 거기에다 내 모든 곡식과 재물을 모아 두어야겠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 말해야지. ‘자, 네가 여러 해 동안 쓸 많은 재산을 쌓아 두었으니, 쉬면서 먹고 마시며 즐겨라.’

그러나 하느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어리석은 자야, 오늘 밤에 네 목숨을 되찾아 갈 것이다. 그러면 네가 마련해 둔 것은 누구 차지가 되겠느냐?’

자신을 위해서는 재화를 모으면서 하느님 앞에서는 부유하지 못한 사람이 바로 이러하다.” (루가 12,15-21)


  12장 15절의 탐욕을 경계하시는 말씀은 인간의 존재 문제가 소유와 연결되지 않는다는 가르침입니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여부는 그가 무엇을 얼마나 소유하고 있는지와 전혀 관계가 없다고 말씀하십니다. 이 앞 절에서 유산문제로 다투는 아우가 예수님께 중재를 요청합니다. 율법에 의하면 장자는 아버지의 땅을 전부 차지하고 나머지 재산의 반도 가지며, 나머지 반을 가지고 다른 형제들이 나누어 갖는다고 되어 있습니다. 율법에 기록된 대로 처리하면 될 것인데 그때나 지금이나 인간의 욕심은 한도 끝도 없어 형제끼리 서로 충돌하고야 말았나 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분쟁에 직접 관여하시지 않습니다. 그 당시에 랍비로 칭송 받는 사람은 송사에 판결을 내려 줄 수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재산 분배를 원만히 해결했다고 해서 인간 마음속에 숨겨진 탐욕이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아셨습니다. 나아가 인생을 오직 경제적인 능력으로만 판단하려는 사람들의 시각을 바꿀 필요가 있었습니다.

  

  이 어리석은 부자는 살아가는데 필요해서 재산을 쌓아놓은 것이 아니라 제 곳간에 더 많이 쌓아두고 싶어 했던 것뿐입니다. 곳간에 이미 가득 곡식이 저장되어 있는데도 이렇게 그저 쌓아놓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자신의 안전만을 위해 더 많은 것을 탐한 것입니다. 이런 행위를 성경에서는 우상숭배라고 여기고 징계합니다. “탐욕은 우상 숭배입니다.(골로새 3,5)”, “불륜을 저지르는 자나, 더러운 자나, 탐욕을 부리는 자는 곧 우상 숭배자입니다.(에페 5,5)”


 하느님이 아닌 것에 모든 의미를 두는 것이 우상숭배입니다.


  이 부자는 하느님, 이웃, 너에 대한 언급을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자신에게만 관심을 두었습니다. 자신 외에는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부자에게 재산은 오직 소유와 쌓기 위한 것이지 나눔과는 관계가 없었습니다. 더구나 그는 이 재물을 영원히 없어지지 않으며, 언제까지나  자기 소유일 것이라고 여겼습니다. 또 곳간에 쌓아 두었다가 가격이 폭등할 때 되팔아 상당한 이문을 남길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한 인간이 하루에 먹는 양은 기껏해야 세홉 남짓합니다. 그럼에도 그는 곳간을 허물고 새 곳간을 지어 가면서까지 모아두려 하였습니다.

  성서에서는 만나의 기적에서 자기에게 필요하지 않은 것을 과도하게 쌓아 놓는 것을 비난했습니다.


  이 비유의 마지막 구절에서 하느님께서 주신 목숨을 되 찾아가십니다. 또 그 재산이 누구의 차지가 되겠느냐고 힐문하시어 어리석은 부자 주위에 그의 죽음을 슬퍼해 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을 표현합니다. 오히려 엉뚱한 자가 횡재하고서 잘 된 일이라고 웃을 것이라는 암시입니다. 그는 재산을 모으기 위해 온갖 추악하고 악랄한 노랑이짓을 했을 겁니다. 그동안 그는 일하느냐고 잠도 안자고 제대로 먹고 쉬지도 못했을 겁니다. 그러기 위해 얼마나 지독하게 이웃과 자신을 학대 했을까요? 아마 자신이 지옥에 살고 있으면서도 그는 지옥인줄 몰랐을 겁니다. 


 ‘하느님 앞에서 부유하지 못한 자’는 언제나 지옥을 경험할 뿐입니다.


  21절은 후대에 삽입된 것으로 보이는데 “너희는 가진 것을 팔아 자선을 베풀어라. 너희 자신을 위하여 해지지 않는 돈주머니와 축나지 않는 보물을 하늘에 마련하여라. 거기에는 도둑이 다가가지도 못하고 좀이 쏠지도 못한다.” (12,33절)와 연결하여 보면 의미가 분명해 집니다. 자신만을 위해 재산을 축적하는 어리석은 부자가 되지 말고 자선을 베풀어 하늘에다가 보물을 마련하라는 경구입니다.


  J. 예레미아스는 이 비유를  임박한 종말에 직면하여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요구하는 이야기(예화)라고 해석합니다. 우리가 노아의 홍수에 직면해서 재물과 토지를 끌어 모은다면 전혀 헛된 것처럼 이 부자의 행위도 임박한 종말을 외면하는 처사라는 것입니다. 종말이 다가온 줄 안다면 그는 모든 재산과 곡식을 풀어야 마땅하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지금이 종말 시대이니 그에 합당한 처신을 하여야 한다고 가르치신 것입니다. 지금은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입장권인 보물을 하늘나라에 마련해야 할 때라는 것입니다.


  오늘은 민족의 명절인 한가위입니다. 조상들의 음덕을 기리고 풍성한 곡식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는 날입니다. 혹시라도 소홀히 했던 일가친척이 없는지 살펴보고, 가난한 이웃과 재물을 나누는 날입이다.

  옛날 우리 조상들은 아무리 부자라도 사방 백리에 끼니를 거르는 사람이 없도록 보살펴야 하늘이 내린 부자라 하여 칭송했답니다.

  오늘날 그래도 과거보다는 넉넉하게 살고 있습니다. 또 재산가들도 많이 생겼습니다. 많은 재산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은 그만큼 더 많이 베풀 수 있는 은총을 받은 것이니 기뻐해야 하고 축하해주어야 할 일입니다.


 하지만 볕이 밝을수록 그림자도 진하다고 합니다. 제 몸에서 그림자를 지워 없애는 방법이 무엇인줄 아십니까? 그것은 제 몸보다 더 큰 존재에게 다가가 안기는 것입니다. 바로 나를 없애고 주님 품안에 의탁하는 것입니다. 주님의 그림자 속으로 들어가는 일입니다.


  우리가 어떤 사람인가는 바로 주님께 어떻게 의탁하느냐에 달렸습니다.


“당신은 그러실 수 있습니다. 당신은 제 하느님이시니까요. 당신은 제게 원하시는 대로 무엇이든 하실 수 있습니다.”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