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화장실 안에서조차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6-10-06 조회수926 추천수11 반대(0) 신고
10월 7일 묵주기도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루카 10장 17-24절


“너희가 보는 것을 보는 눈은 행복하다.”



<화장실 안에서조차>


묵주기도를 하러 운동장에 나갔더니 정말 ‘쟁반만한’ 보름달이 뒷산 위로 떠올랐습니다. 부드러운 달빛을 온몸으로 느끼며 묵주알을 돌렸습니다.


오늘 기도 지향은 더욱 다양해졌습니다. 귀성객들의 무사귀향을 위해, 고향에 계신 모든 어르신들의 건강을 위해, 고향을 찾지 못해 가슴이 허한 이웃들을 위해, 북핵문제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


오늘 우리는 묵주기도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축일을 기념하고 있습니다. 묵주기도는 가톨릭 신자들 사이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기도, 간단하게 언제 어디서건 바칠 수 있는 아름다운 기도입니다.


오늘날 묵주는 가톨릭 신자들의 상징물처럼 되었습니다. 신자치고 묵주 한두 개 없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 것입니다. 축일이나 세례, 견진 선물로 묵주는 가장 인기품목입니다. 우리 ‘할머니 묵주 부대원’들 전철 안에서건, 버스 안에서건, 길을 가시건, 상관없이 자랑스럽게 묵주알을 돌리십니다.


그런데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 한 가지가 있습니다. 묵주기도는 숙제처럼 빨리 빨리 해치워야 할 기도가 절대로 아니라는 것입니다. 묵주기도는 마치 사이비 신도들이 염주 돌리면서 주문 외우듯 대충대충 넘어가서도 안 되는 기도입니다. 뿐만 아니라 묵주기도는 기적의 요술방망이가 아닙니다. 우리의 잡다한 이기적인 바램들을 한데 모아 성모님께 졸라대는 그런 기도도 아닐 것입니다.


묵주기도는 성모님과 함께 예수님의 일생을 묵상하는 묵상기도입니다. 묵주기도는 복음서 전체를 요약하는 기도입니다. 묵주기도는 예수님의 일생 전체를 묵상하는 기도입니다. 하느님 구원사업 전체를 관상하며 찬미와 감사를 드리는 기도입니다.


따라서 묵주기도를 바칠 때 우리는 복음의 마음으로 바쳐야 합니다. 복음에서 출발해서, 복음을 진지하게 묵상하고, 복음을 실제 삶 안에서 실천하고, 다시금 복음으로 돌아가도록 도와주는 기도가 묵주기도인 것입니다.


묵주기도를 제대로 바치는 우리에게 성모님께서는 한 가지 선물을 건네주십니다. 우리에게 성모님 당신을 닮게 하십니다. 성모님에게 있어 예수님은 삶의 중심이요 전부였습니다. 묵주기도를 정성껏 드릴 때 우리 역시 예수님이 우리 삶의 중심이요 전부가 되게 하십니다.


존경하는 저희 수도회 김보록 신부님께서 신학생 시절 원장이었던 치마티 신부님(이탈리아 출신 살레시오회 사제, 시복조사 중, 일본 선교사로 활동, 까리따스 수녀회 창설에 기여)을 기억하며 이런 글을 쓰셨습니다.


“그분은 항상 로사리오를 손에 들고 계셨는데, 매일 적어도 15단을 바치셨습니다. 복도에서, 운동장에서, 성모동굴에서, 사무실에서... 로사리오를 손에 들지 않은 신부님의 모습을 뵙기란 힘들었습니다.


점점 연로해지시면서 청각이 약해지셨는데, 그러다보니 신부님의 묵주기도 소리는 점점 커져갔습니다. 당시 신학생들이 치마티 신부님을 찾기는 쉬웠습니다. 신부님 특유의 성모송 외는 소리를 따라가면 반드시 신부님께서 거기 계셨습니다. 화장실 안에서조차 묵주기도를 바치셨던 신부님의 모습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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