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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철부지 아이의 힘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6-10-07 조회수611 추천수4 반대(0) 신고

 

 

<너희가 보는 것을 보는 눈은 행복하다.>- 철부지 아이의 힘

 

“주님, 주님의 이름 때문에 마귀들까지 저희에게 복종합니다.”

“보라, 내가 너희에게 뱀과 전갈을 밟고 원수의 모든 힘을 억누르는 권한을 주었다. 이제 아무것도 너희를 해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영들이 너희에게 복종하는 것을 기뻐하지 말고, 너희 이름이 하늘에 기록된 것을 기뻐하여라.”

“아버지, 하늘과 땅의 주님,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이것을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니, 아버지께 감사를 드립니다. 그렇습니다, 아버지! 아버지의 선하신 뜻이 이렇게 이루어졌습니다.”

“나의 아버지께서는 모든 것을 나에게 넘겨주셨다. 그래서 아버지 외에는 아들이 누구인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또 아들 외에는, 그리고 그가 아버지를 드러내 보여 주려는 사람 외에는 아버지께서 누구이신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너희가 보는 것을 보는 눈은 행복하다.” (루가 10,17-24)


  성경 안에서 예수님께서 표현하신 기쁨 중에 이보다 더 큰 기쁨을 찾아 볼 수 없습니다. 그 기쁨의 원천도 당신께서 무엇을 이루었다는 성취감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오직 하느님 아버지의 선하신 뜻이 이 세상에 뿌리를 내리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모르긴 해도 예수님께서 살아오시면서 이날이 가장 기쁘셨던 날이 아닐까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예루살렘으로 수난의 여정을 떠나시기에 앞서 72 명의 제자들을 미리 보내십니다.  말라키서 3,1에서  “보라, 내가 나의 사자를 보내니 그가 내 앞에서 길을 닦으리라.”라는 예언을 성취하시려는 의도이셨습니다. 그리고 그 구약의 예언이 성취되었습니다. 혹시나 하던 제자들이 기쁨에 겨워 돌아와 속속 보고합니다. 그들은 거의 흥분 상태였습니다. 부족하게만 보이는 자신들이, 아무런 힘도 없던 자신들이 주님의 이름을 부르기만 해도 마귀를 쫓아낼 수 있었고 사탄을 이겼습니다.  자신들이 그런 엄청난 일을 했다는 것보다 주님이 어떤 분이시라는 것을 확실하게 알게 된 것이 더 기뻤습니다. 그들은 주님의 권능이 얼마나 큰 분이신지 직접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율법서와 예언서 어디에도 사람으로부터 권능을 부여 받아 그 사람의 이름으로 마귀를 쫒아 냈다는 기록이 없었습니다. 오로지 하느님께로부터 권능을 받은 소수의 예언자들이 하느님의 이름으로 그런 일을 행하였을 뿐입니다. 바로 예수님께서 스스로  하느님의 아들이시라고 말씀하셨던 사실이 확실하다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여기에다가 한 가지를 더 보장해 주십니다. 눈앞에서 벌어진  기쁨보다 눈에 보이지 않게 이루어진 일을 더 기뻐하라고 하십니다. 그 당시 유대인들이 간절히 바랐던 하느님나라에 이름이 기록된 것을 더 기뻐하라고 하십니다.


   제가 이제껏 살아오면서 언제 가장 기뻤는지 되돌아보았습니다. 그런데 수많은 기쁜 날 중에 우리 부부가 첫 아들을 낳은 날이 가장 기뻤다고 생각됩니다. 그날 정오를 막 지나서 어머님께서 순산했다는 전화 주셨을 때 얼마나 기쁘던지 주변에 있던 사람들에게 “저 아빠 되었어요!”하고 막 악수 청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열 두 시간 진통을 겪은 집사람에게도 고마웠습니다. 나도 이제 한 가정을 이루게 되었다는 기쁨이 책임감과 함께 몰려왔었습니다.


  어느 형제님께서 결혼 후 첫애를 낳고 갑자기 사업이 어려워져 하루하루가 벼랑을 걷는 위험한 시기를 겪었답니다. 돌을 막 지난  딸이 축 처져 들어오는 자기를 보며 반갑다고 얼굴가득 웃음을 지며 안겨오는데 얼마나 힘이 되던지 하루 종일 겪었던 근심 걱정이 다 사라지더랍니다. 딸아이는 그저 아빠 얼굴만 보는 것이 최고 행복이라고 여기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부부는 이 아이가 우리에게 평생 할 효도를 지금 다 하고 있구나 하며 하느님께 감사기도 올렸다는 묵상을 하십니다. 딸아이가 자기를 바라보고 이렇게 기뻐하는데 어떻게든 이 고난의 위기를 이겨내고, 아이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지지 않도록 해 주리라고 결심했답니다. 지금도 비록 넉넉하게 돈을 벌지는 못하더라도 그때 그 결심을 지키려고 세 아이들을 위해, 온 가족을 위해 행복하게 해주려고 노력한답니다.


  예수님께서도 이런 마음을 가지셨을 겁니다. 지금 스승께서 수난의 길로 들어서신 것을 제자들은 전혀 모릅니다. 피해 갈 수도 있었지만 스스로 부딪치시는 이 수난의 길을 생각할 때 괴로움이 앞섭니다. 하지만 제자들이 스스로 이룩한 일을 대견하게 여기고 기뻐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예수님께서는 더욱 힘을 얻으십니다. 바로 어린 딸을 지켜보는 그 형제님 마음이 예수님의 심정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성령과 함께 아버지께 찬미를 올리십니다. 아버지께서 계획하시는 선한 뜻이 이루어 졌습니다. 지혜와 슬기에 가득하신 아버지의 계획은 여느 인간의 머리로는 상상조차 못할 방법으로 이루셨습니다. 아드님께서는 그 아버지의 뜻이 확연히 보입니다. 아버지가 어떤 분이신지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자들에게도 그 기쁨을 보여 주시고 싶으셨습니다. 지금이 인간 역사에서 얼마나 귀중한 때인지! 그렇게 많은 예언자들과 성왕들이 이 순간을 맞닥뜨리고자 하였으나 아직 때가 되지 않아 그러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주님께서 그 시간을 대어 오셨고 그 거룩한 시기는 당도했습니다. 그러니 이 모든 것을 확인하는 증인으로 서있는 제자들은 얼마나 행복한 사람들입니까?


  우리도 이 거룩한 시간을 매 순간 지켜 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하느님의 구원 사업은 지금도 진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발견하는 믿는 이의 눈은 언제나 행복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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