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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어머니의 마음은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최영자 쪽지 캡슐 작성일2006-10-08 조회수689 추천수6 반대(0) 신고
 
    ♤ 어머니의 마음은 ♤
    한 교구 사제이 어머니를 알고 있습니다. 그분은 아들 신부가 몸 담고 있는 본당 근처에는 얼신도 하지 않는답니다. 아들 신부에게 털끝만치도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의도겠지요. 대체로 사제의 어머니들은 아들 신부로 인한 기쁨도 크겠지만 한 평생 조마조마한 마음, 안스러운 마음, 안타까운 마음으로 살아갑니다. 마음으로야 얼마나 아들 신부 가까이에서 살고 싶겠습니까? 얼마나 보고 싶겠습니까? 얼마나 챙겨 주고 싶겠습니까? 그러나 아들 신부에게 조금이라도 누가 될까 봐 먼발치에서 하염없이 묵주만 돌리는 어머님의 모습이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워 보입니다.
    그 겸손한 어머니가 제게 자주 하셨던 말씀은 제 기억 속에 강하게 각인되어 있습니다.
    "저는 제가 낳았다고 해서 지금까지 단 한번도 제 자식을 제 소유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단 한 번도 자식 덕 보겠다고 생각한 적도 없지요. 제 자식은 하느님께서 점지해 주셨고 하느님게서 잠시 맡겨 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선물을 다시 하느님께 되돌려 드리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 아닙니까? 참으로 겸손한 마음, 성숙한 신앙의 소유자이십니다. 무엇보다도 그 어머니의 마음은 고귀하기 그지 없는 성모님의 마음입니다. 성모님 역시 지극히 겸손한 분이셨습니다. 성모님은 주님이 당신 안에서 성장하시고 활동하시도록 끓임없이 당신 스스로를 비우고 낮추셨는가 하면, 부단히 자기 중심의 삶을 버리고 하느님 중심의 삶을 선택하셨습니다. 사실 성모님 역시 우리와 똑같은 인간, 지극히 나약한 한 인간이셨지요. 장차 구세주의 어머니로 살아가며 누리게 될 세속적 영예나 특권에 대한 일말의 기대도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반면에 구세주의 어머니라는 타이틀이 성모님의 신앙 여정에 오히려 마이너스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성모님은 언제나 가난하고 작은 사람으로 남기를 원하셨기에, 그 모든 유혹을 물리치실 수 있었습니다.성모님은 자아 도취에 빠진 적이 없으셨습니다. 겸손하신 성모님은 이런 기도 속에 한 평생을 사셨습니다. "주님! 저는 비천한 존재입니다. 당신이 빚어 만드신 작은 질그릇일 뿐입니다. 제 안에 주님을 담고 주님이 제 안에 성장하시도록 날마다 저를 비웁니다." 자신의 인생은 오직 메시아를 담아 내기 위한 질그릇 같은 인생에 불과하다는 것을 평새 잊지 않으셨던 성모님의 겸손, 여기에 그분의 위대함이 있습니다. '작고 가난한 이로 남기를 원하셨던 성모님, 그러나 그런 성모님을 가장 높이 들어올리신 하느님!' 우리는 여기에서 한 가지 역설적 진리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자신을 비우는 삶, 자신을 낮추는 삶, 그래서 사람들 눈에 '별 볼일 없어 보이는 삶, 이 주님 앞에는 '볼일 있는 삶', '의미있는 삶'이라는 것입니다. 자신을 낮추는 사람들,자신을 비우는 사람들, 끓임없이 작아지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의 삶이야말로 하느님께서 보시고 기뻐하실 삶입니다.
    하느님의 구원 계획에 가장 적극적으로 기여하신 분은 누가 뭐래도 성모님이십니다. 그러나 그분은 한 번도 앞에 나서지 않으십니다. 늘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 계십니다. 메시아의 잉태와 관련한 그 모든 일들을 조용히 마음에 새겨 간직하십니다. 침묵 가운데 기도하십니다. 진지하게 묵상하십니다. 우리도 예수님으로 인해 겪게 될 모든 고통과 십자가, 이해하지 못할 사건들 앞에 투덜대거나 불만을 늘어놓지 않고 성모님처럼 '그 모든 일을 마음속 깊이 새겨 오래 간직하면' 좋겠습니다. '마음속 깊이 새겨 오래 간직한다.' 라는 말은 '침묵한다.' 라는 말입니다. 침묵한다는 말은 모든 일을 인간적인 눈으로 바라보지 않고 하느님의 눈으로 바라본다는 말입니다. 육적인 눈으로 바라보지 않고 영적인 눈으로 바라본다는 말입니다. '영적인 눈으로 만사를 바라본다.'라는 말은 당장 무엇인가 결과를 거두려는 마음을 내려놓는 일입니다. 당장 결판을 내려는 마음을 거두는 일입니다. 그보다는 침묵 중에 주님의 때, 주님게서 활동하실 순간을 기다리는 일입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무상으로 받은 은총과 축복의 이 하루 첫 아침, 성모님처럼 우리에게 오신 구세주를 침묵과 기도 속에 경배하는 경건한 아침이면 좋겠습니다.
    사랑받고 있다고 느낄때까지 중에서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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