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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도사수사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6-10-09 조회수680 추천수7 반대(0) 신고


 

                        도사수사님

 

 

"안녕하세요, 수사님!”

“네가 우리 현승이를 힘들게 하는 년이냐?
우리 현승이 너무 힘들게 하지 마라.”

 

괴짜 할아버지, 아니 도사 수사님(내가 지은 별명)과의 첫만남은 그렇게 나를 놀라고 당혹스럽게 했다.


 

매달 마감 날짜가 임박해지면 나는 필자들에게 원고 독촉 전화를 해왔다.


 

부탁할 땐 머리숙여 간절하게 애원했다가도 일단 승낙을 받고 글을 기다리다 보면 처음의 그 감사한 마음보다 빚 독촉하듯 짜증스런 소리를 내기 일쑤였는데 그동안의 내 잘못에 대해 한순간에 몽땅 꾸짖음을 들은 격이다.


 

자신과 함께 사는 공동체 젊은 수사가 내가 부탁한 글을 쓰기 위해 밤마다 고생하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웠던 도사 수사님. ‘그렇게 열심히 쓰셨을 줄이야…

 

.’‘년’ ‘아가’‘너’ 종잡을 수 없는 도사 수사님의 말투 때문에 나는 얼마간 당황스럽기도 하고 이상해서 빨리 자리를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차츰 대화가 오고갈수록 그분에게서 흘러나오는 독특한 유머와 깊은 영성에 오히려 내 쪽에서 대화를 더 하고 싶었다.


 

한마디 한마디가 내 마음을 콕콕 찌른다.
“고독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

너만의 공간을 가져라.

그 공간에 하느님이 계시면 좋겠고….”

 

손금도 보시는지 손바닥을 펴보라 하시고는 한참 후에 들려주신 얘기였다.

“책에 네 이름이 나올 때 기쁘겠지만 나도 내가 키운 고추를 된장에 찍어 먹는 기쁨을 맛본다.


사진? 글? 제발 작품 만들지 마라. 자연스럽고 진실한 게 좋다.”

 

수도원 정원수를 다듬고 군데군데 깨, 호박, 고추, 가지, 부추 등 다양한 야채까지도 키워서 밥상에 내놓는 즐거움을 갖고 계시는 수사님.


 

“여기 베어진 나무 봐라. 내가 이 나무를 벨 때 얼마나 가슴이 아팠는 줄 아냐.
그래도 필요가 없으니까 어쩔 수 없이 벴다.”

 

‘고독, 공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자꾸 수사님의 말씀을 되뇌게 되었다.

-김사비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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