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마르타와 마리아 - 진정 누가 봉사하는가?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6-10-10 조회수914 추천수6 반대(0) 신고

 

<마르타와 마리아> - 진정 누가 봉사하는가?


우리는 루가 복음에서 단지 5절 밖에 되지 않는 이 짧은 구절 속에서

너무나도 많은 내용을 찾아 낼 수 있습니다. (루가 10,38-42)


  말씀의 전도 여행을 하시는 예수님을 찾아뵙고, 집으로 초대하는 마르타의 태도에서 적극성을 볼 수 있습니다. 그녀에게서 오지랖 넓게 활동하는 실천의 미덕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이 이야기 전에도 마르타는 설교하시는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깨달은 바가 많았을 것입니다. 자신의 가슴을 움직여 주는 그분의 말씀과 행동을 조금 더 가까이 느끼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분의 체온을 더 깊이 간직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마르타는 자신의 변화된 모습을 그분께 보여 드리고 싶었습니다. 누추하지만 집으로 모시고 정성껏 대접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예수님을 집으로 모셨습니다. 그날 마르타는 여느 엽렵한 여인들이 행동하는 것처럼, 바쁘게 움직이느냐 정신이 없었습니다. 아마도 손이 모자라는 상황이었겠지요. 주섬주섬 집안을 치우랴, 음식 준비하랴, 그분께서 편안하게 느끼고 계신지 살펴보랴, 필요한 것은 없는지 눈치 보랴, 발에 땀이 날 지경이었습니다.


  마침 동생 마리아가 생각나 찾았습니다. “얘는 어디 있지. 왜 도와주지 않는 게야. 평소에는 잘도 도와주더니만.” 오늘따라 마리아는 눈에 띄게 가만히 그분 곁에만 앉아 있습니다. 그분만 쳐다보고 있습니다.


  마리아에게 눈짓을 여러 번 보냈지만 그녀는 아는 체도 하지 않습니다. 못 본 것도 같고 일부러 그러는 것도 같고, 오늘따라 바쁜 마음에 화가 나기 시작 했습니다. 슬슬 동생이 미워지기 시작 했습니다. 평소에 게으른 동생이었다면 오히려 그러려니 했겠지요. 그런데 바지런한 그녀가 손을 놓고 있으니 이상하기도 했고, 막상 꼭 손이 필요해지니 부아가 났습니다.


  “마리아!” 하고 큰 소리로 야단치며 부르고 싶기도 했지만 귀한 손님을 초대 해놓고 큰 소리 치기도 쑥스러웠습니다. 그래서 마르타는 예수님께 도움을 청하기로 했습니다.


“주님, 제 동생이 저 혼자 시중들게 내버려 두는데도 보고만 계십니까? 저를 도우라고 동생에게 일러 주십시오.”


  약간은 실례가 된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동생의 버릇을 고쳐야겠다는 마음에 그만 저도 모르게 입 밖으로 나와 버렸습니다. 그분께 지나친 요청을 한 것만 같았습니다. 아차,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어떻게 하겠습니까.  겸연쩍었지만 아량 있는 분이시니 어떻게 이해하여 주시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대답은 전혀 예상 밖이었습니다. 주제넘은 요청을 한 마르타를 나무라시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마리아 더러 가서 언니를 도우라고 하시지도 않았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에 마르타의 이름을 두 번씩이나 부르시며 다정한 목소리로 말씀 하셨습니다.


  “마르타야, 마르타야! 너는 많은 일을 염려하고 걱정하는구나. 그러나 필요한 것은 한 가지뿐이다. 마리아는 좋은 몫을 선택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이 집에 대접을 받으러 온 게 아니다. 하느님 나라의 도래를 너희에게 알려 주려고 온 것이다. 나에게 음식 대접을 하겠다는 너의 정성이 갸륵해서 들르긴 했지만 나에겐 나만의 양식이 있다. 아버지의 일을 실현하는 것이 그 양식이다. 그 좋은 일을 할 때면 나는 먹지 않아도 배부르다. 마시지 않아도 목마르지 않다. 등등 이렇게 말하시는 것입니다.


  그러니 네가 나를 진정 알고 싶고, 진정 나를 대접하고 싶다면 내 말에 귀를 기울여라. 이것저것 쓸 데 없는 일에 신경 쓰느냐고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지 마라. 네가 걱정하면서 부산을 떨었지만 정작 너는 네 동생을 미워하는 마음만 먹지 않았느냐? 네가 나를 주님이라고 부른다지만 참으로 내가 너의 주님이더냐? 혹시 나를 네 심부름꾼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니냐? 모든 것을 네 맘먹은 대로 해야 직성이 풀리느냐?


  마르타는 그분의 눈과 마주치자 이 모든 실상이 한눈에 들어 왔습니다. 자기가 지금 무었을 하고 있었나? 사랑하는 동생에게, 그리고 주님이신 그분께!


  오, 주님.

  당신은 참으로 인간을 아십니다.

  그리고 진정으로 인간을 사랑하십니다.

  끔찍이 배려해 주십니다.

  올바로 깨우쳐 주십니다.

  누구에게도 상처를 입히지 않고 당신께로 이끄십니다.

  언제 어디서나 저희를 어루만져 주십니다.

  오, 주님.

  당신을 두고 누구를 따르겠습니까!



  우리는 가끔 교회에서 봉사활동을 한답시고 열심히 활동합니다. 그러다가 남들이 제대로 따라오지 않거나 뒷짐을 지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때가 있습니다. 내가 누구 때문에 이 곤혹을 치루는 데 왜 아무도 따라주지 않지 하며 야속한 심정이 듭니다.

  저도 초창기 성서 봉사를 하면서 출석율이 낮아지거나 예습, 복습, 묵상 나누기를 소홀히 하는 것이 눈에 띌 때 너무 속상했습니다. 내가 이렇게 열심히 준비해오는데 알아주기는커녕 어떻게 이렇게 결석할 수 있지? 왜 이다지 성의가 없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생각이 안 듭니다. 두세 분만 오시면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진도는 제쳐두고 다른 부분을 나누면 더 보람되더라고요. 무엇인가 조급하게 쫒기고 무엇을 이루려는 마음에서 벗어나고 봉사자의 자리를 떠나서  함께 주님 말씀을 나누는 것이 더 좋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제가 봉사한다는 생각이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그 모임시간이 주님께서 주도하시는 자리이며, 서로에게 봉사하는 것이지 제가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Un Sueno En La Floresta (숲 속의 꿈)/ Kaori Muraji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