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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느님의 손가락으로' - [유광수신부님의 복음묵상]
작성자정복순 쪽지 캡슐 작성일2006-10-12 조회수708 추천수6 반대(0) 신고

<하느님의 손가락으로> (루가 11,14-26)

 

내가 만일 베엘제불의 힘을 빌려 마귀들을 쫓아 낸다면, 너희의 아들들은 누구의 힘을 빌려 마귀들을 쫓아 낸다는 말이냐? 그러니 바로 그 사람들이 너희의 재판관이 될 것이다. 그러나 내가 하느님의 손가락으로 마귀들을 쫓아 내는 것이면, 하느님의 나라가 이미 너희에게 와 있는 것이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이 벙어리 마귀를 쫓아 내시자 사람들은 "저자는 마귀들의 우두머리 베엘제불의 힘을 빌려 마귀들을 쫓아낸다."라고 하였다.

그러자 예수님은 "내가 하느님의 손가락으로 마귀들을 쫓아내는 것이다."라고 말씀하신다. (공동번역에서는 "하느님의 능력으로" 번역되어 있는데 새 번역에서는 "하느님의 손가락으로" 번역되었다. 이 번역이 맞는 번역이다.)


예수님이 마귀들을 쫓아 내신다든지 아니면 병자들을 낫게 해주실 때 사용한 단어들을 보면 "하느님의 팔을 뻗치시다. 하느님의 손가락으로"라는 말을 사용하신다. 이 말은 하느님의 능력, 또는 하느님의 힘을 의미한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서는 "하느님의 손가락으로 마귀들을 쫓아낸다"라고 말씀하신다. 참 재미있는 표현이다. 무엇을 말하는가? "하느님의 손가락으로"라는 표현은 하느님의 섬세한 면을 표현하는 것이다. 우리가 어떤 섬세한 작품을 만들 때에는 주로 손가락으로 조심스럽게 만들고 다듬는다. 또 의사가 환자를 진찰하거나 치료할 때 "손가락"으로 만져보고 손가락으로 치료한다.

예수님이 우리 안에 있는 마귀들을 쫓아내실 때 그마만큼 정성스럽게 그리고 섬세하고 사랑스럽게 다루면서 쫓아 내신다는 것이다. 마치 작품을 만들듯이 하나 하나 내 안에 있는 마귀들을 쫓아 내신다는 것이다. 우리는 마귀들로 인해 망가졌다. 내 영혼이 병들고 이그러지고 상처투성이이다. 그렇게 망가진 나를 치료하시려면 당신의 손가락으로 구석 구석 치유시켜 주시고 닦아주고 원상 복구시켜야 한다.

 

마귀들로 인해 망가진 내 영혼이 당신의 모습으로 창조되었던 본래의 나의 모습으로 복구시키고 치료해주시기 위해서는 손가락으로 섬세하게 치료해주지 않으면 안되었다. 마치 엄마가 넘어져서 얼굴에 피가 나고 상처가 난 자녀의 얼굴을 손가락으로 일일이 닦아주고 약을 바르고 하듯이 예수님은 마귀들과 함께 놀아 나 상처투성이인 내 영혼을 치유시켜주시고 아름답게 만들어 주시기 위해 사랑의 손가락으로 구석구석 닦아주고 어루만져주셔야 했다.


예수님은 그 누구보다도 깊은 상처투성이 뿐인 내 영혼을 치유시켜 주실 수 있는 전문가이시며 유일한 능력있는 분이시다. 그분의 손가락을 통하지 않고서는 치유될 수 없다. 예수님은 또한 가장 위대한 예술가이시다. "보시니 참 좋더라"고 당신 자신도 감탄할 정도로 아름다웠던 나의 모습이 마귀들에 의해 망가지고 찢기워 지고 이그러지고 잃어버렸던 나의 본래의 모습을 복구시키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나를 빚었던 그 감탄하올 손가락이 아니면 감히 손을 댈 수 없다. 내 영혼을 다시 복구시키시는 예수님의 손가락은 위대한 예술가의 손가락이며 내 영혼을 본래의 모습대로 복구시킬 수 있는 유일한 분이시다.


마귀들의 잔재는 내 깊숙이 베어있다. 겉에 묻어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속 깊이 파고 들어 있다. 마치 암세포가 퍼져있듯이 내 마음속에 깊이 새겨져 있다. 그래서 하느님의 손가락이 내 안에 깊숙이 들어오지 않으면 안 된다. 내 안에 들어와서 어루만져주고 닦아주고 싸매어 주지 않으면 도저히 치유될 수 없고 북구 시킬 수 없다. 그래서 하느님의 손가락은 내 안에 까지 들어와야 했다. 


이미 하느님의 구원의 역사는 즉 마귀를 쫓아 내는 일은 내 안에서 시작하셨다. 하느님의 섬세한 손가락은 이미 내 안에서 움직이고 있고 치유시켜 주고 있다. 문제는 하느님의 손가락이 일하실 수 있도록 내가 동의하고 도와 드리는 일이다. 협조하는 일이고 맡겨드리는 일이다. 치유시켜 주시는 분은 내가 아니라 하느님의 손가락이다.

 

즉 성령이신 하느님의 힘이며 능력이다. 아무리 천지 창조를 하신 능력자체이시고 섬세한 손가락을 가지신 분이시라 하더라도 내가 받아들이지 않고 동의하지 않으면 그리고 협조하지 않으면  역사하지 않으신다. 우리에게 자유를 주셨기 때문이다. 우리의 자유를 존중해 주시는 분이시기 때문이다. 아무리 용한 의사라 하더라도 대수술을 받아야 살아날 수 있는 환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수술을 할 수 없듯이 전능하신 능력을 갖고 계신 하느님이라 하더라도 내가 허락하지 않으면 그 어떤 일도 하실 수 없으시다.


병든 내 영혼을 치유시킬 수 있는 것은 하느님의 섬세하고 능력있는 손가락과 그분께 내 영혼을 완전히 맡겨드리는 자세가 함께 어울려질 때 가능한 일이다.
내가 하느님께 내 마음을 열고 하느님의 손가락을 내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받아들이고 맡겨드릴 때 이미 내 안에 하느님의 나라가 와 있는 것이다. 즉 하느님의 역사가 시작되는 것이다. 가장 힘센 하느님의 능력이 내 안에 깊숙이 들어오지 않으면 내 안에 자리 잡고 있는 마귀들을 쫓아낼 수 없다.

 

그렇다면 오늘 구체적으로 하느님의 손가락은 무엇일까? 하느님의 섬세한 손가락이 어떤 방법으로 내 안에서 역사하시는가? 그것은 곧 복음이다. 즉 하느님의 말씀이다. 하느님의 말씀만큼 섬세하고 내 가장 깊은 곳에까지 들어올 수 있는 것은 없다. 말씀을 내가 받아들인다면 내 안에 어느 곳이라도 들어와서 고쳐주시고 어루만져주시고 싸매어 주신다.


"하느님의 말씀은 살아 있고 힘이 있으며 어떤 쌍날칼보다도 더 날카롭습니다. 그래서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영혼과 정신을 갈라 놓고 관절과 골수를 쪼개어 그 마음 속에 품은 생각과 속셈을 드러냅니다. 피조물치고 하느님 앞에 드러나지 않는 것은 없습니다."(히브4,12-13)

 


하느님의 손가락인 말씀이 내 영혼과 정신을 갈라놓고 관절과 골수를 쪼개어 그 마음 속에 품은 생각과 속셈을 올바로 잡아주고 교정해주고 치유시켜 줄 때 바로 내 안에 있던 마귀를 내쫓아주는 것이다. 왜냐하면 마귀란 하느님의 생각과 다른 것, 하느님과 반대되는 것을 생각하는 것이기 때문에 말씀을 통하여 하느님의 뜻을 올바로 알아듣고 이해하고 그것을 실천하려고 한다면 이미 내 안에 있는 마귀들을 쫓아내 준 것이다. 오직 말씀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내가 말씀을 받아들이고 하느님의 뜻을 올바로 알아들을 때 나의 손가락은 또 다른 사람들을 치유시켜 주는 하느님의 손가락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성바오로가 "여러분은 이 세상을 본받지 말고 마음을 새롭게 하여 새 사람이 되십시오. 이리하여 무엇이 하느님의 뜻인지, 무엇이 선하고 무엇이 그분 마음에 들며 무엇이 완전한 것인지를 분간하도록 하십시오."(로마12, 2)라고 말씀하신 대로 내가 말씀을 통하여 진리를 올바로 깨닫는다면 나의 손가락은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어 낼 것이며 내가 하는 모든 일을 통하여 하느님은 찬미와 영광을 받으실 것이다.

 

그런 모습이 될 때 나의 영혼은 치유된 영혼이며 마귀를 내 안에서 쫓아낸 영혼이며 하느님을 닮은 아름다운 영혼일 것이다.

 

-유광수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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