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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아름다운 종말을 위해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6-10-13 조회수656 추천수5 반대(0) 신고
 

<아름다운 종말을 위해>


“내가 하느님의 손가락으로 마귀들을 쫓아내는 것이면, 하느님의 나라가 이미 너희에게 와 있는 것이다.” “내 편에 서지 않는 자는 나를 반대하는 자고, 나와 함께 모아들이지 않는 자는 흩어 버리는 자다.”

“더러운 영이 사람에게서 나가면, 쉴 데를 찾아 물 없는 곳을 돌아다니지만 찾지 못한다. 그때에 그는 ‘내가 나온 집으로 돌아가야지.’ 하고 말한다.”

“그리고 그 집이 말끔히 치워지고 정돈되어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자기보다 더 악한 영 일곱을 데리고 그 집에 들어가 자리를 잡는다. 그리하여 그 사람의 끝이 처음보다 더 나빠진다.” (루가 11,14-26)


  하느님의 손가락(daktylos theou 헬)이라는 표현은 성경에서 구약에 두 번 신약에서는 이 구절에서 한번만 나옵니다. 탈출기 8,15 절에 아론의 지팡이를 두고 파라오의 마술사들이 하느님의 손가락(etsba elohim 히브) 라고 표현하여 하느님의 능력이 그 지팡이를 통해 나오는 것이라고 파라오에게 알려 주었습니다. 신명기 9,10절에서 하느님의 손가락으로 직접 쓰신 두 돌 판을 모세가 산에서 가지고 내려옵니다. 이 두 구절을 통해서 하느님의 권능이 직접 행하여지는 상황을 하느님의 손가락으로 표현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자신을 하느님의 손가락으로 비유하신 것입니다. 그렇다면 하느님의 나라가 이미 들어와 있다고 과거형 동사를 사용하여 말씀하십니다.


  예수님께서 구약의 예언자들과 구별되는 점이 바로 이 점입니다. 모든 말씀과 행동을 하느님의 나라와 연결시키십니다. 바로 당신의 인격이 하느님 나라의 도래라고 선언하십니다. 당신께서 지상에서 활동하시는 것 그 자체가 하느님 나라의 구현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구약의 어떤 예언자와 왕도 감히 이렇게 말하지 못했습니다. 또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말씀과 행적을 믿고 하느님 나라의 도래를 고백하는 자들은 구원을 얻을 것이라고, 예수님 편에 서는 사람들은 하느님 나라의 백성이라고 하십니다.


  우리 밖으로 쫓겨난 악령은 아무데서도 안식처를 발견하지 못하면 다시 쳐들어올 기회를 엿봅니다. 그러다가 시험 삼아 약한 척 위장하고 들어 왔다가 약점을 발견하면 이제는 지난번 경험을 거울삼아 혼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응원군을 데리고 나타나게 됩니다.


  저는 성서 묵상하면서  '말끔히 치워지고 정돈되어’ 라는 구절에 이르러 쉽게 이해되지 않고 몇가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깨끗하게 치워지고 정돈된 상태에 구더기 같은 악령 들끓을 수 있느냐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사실 지저분한 곳에 벌레가 더 많이  들끓고 악령이 들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듭니다.

  그래서 이 구절에 쓰인 헬라어 '치운다는 의미의 saroo동사'와 '정돈한다는 의미인 kosmeo동사'를 묵상하며 이렇게 연결 시켜 보았습니다. 헬라어 kosmeo 는 요즘 영어로 ‘화장하다’ ‘꾸미다’ ‘매력 있게 만들다’의 형용사형 cosmetic 의 어원이 됐습니다. 즉 인간적인 면으로 정돈한다는 뜻이라고 묵상해 보았습니다.


  인간은 무엇인가 깨끗이 치우고 나면 슬슬 자신의 취향대로 꾸며보려 합니다. 처음 집을 이사해서는 가구도 적고 장식물도 적어 집이 넓은 느낌이 듭니다. 그러나 한해두해 살다보면 웬 물건들이 그리 많아지는지 모릅니다. 꼭 필요해서 사다 놓는 것도 있지만, 유행 따라, 이웃과 비교 돼서, 기분전환을 위해서 하나둘씩 꾸밉니다. 그리고는 버리기 뭣해서 짐처럼 지니고 삽니다. 한번 집에 들어온 물건들이 어디 쉽게 버려지던가요? 아마 이런 상태가 kosmeo 된 상태 아닐까 합니다.

  자신을 꾸미기 위해 덕지덕지 화장품을 쳐 바른 여인의 모습은 어쩌면 추하게 보이기까지 합니다. 요즘에 생얼 열풍이 부는 것도 지나친 화장에 대한 반감에서 나왔다고 보여 집니다.

   성령으로 꾸미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뜻으로 꾸미는 것이기에 악령이 활동하기 좋게 될 것입니다.

 

  가끔씩 집안 대청소를 하면서도 웬만해서는 장식물과 가구들은 과감히 버리지 못하는 우리의 처지가 악령을 부른다는 묵상을 해보게 됩니다. 그것이야 말로 헛된 욕심이라고 생각합니다. 필요하지 않은 것을 쓸 수 있을 때 이웃에 나눠주고 바꿔 쓰는 지혜가 절실히 필요한 때라고 묵상해봅니다. 자신을 꾸미기 위해 쌓아 두기만 했지 비울 줄 모르고 산다면 성령께서 사실 공간이 줄어 드는 셈일 것입니다. 성령이 아닌 인간의 것으로 채운다면 채울 수록 때가 더 낄 것입니다.

 

  한번 쫓겨난 악령들은 항상 기회를 엿보고 있다가 더 힘센 놈들과 결탁하여 쳐들어온다고 생각하면, 그 무엇보다도  가장 막강한 힘을 지니신 예수님의 손가락을 잊는 어리석은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마지막 날까지 예수님 편에 서고자하는 갈망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주님과 함께 모아들이는 일을 어렵다 말고 기꺼운 마음으로 나서야 하겠습니다.


  야구에서 9회 말이 끝나봐야 안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축구에서 후반 마지막 5분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9회 말 역전 홈런은 승리한 팀에게는 통쾌합니다만 진 팀에게는 천추의 한이 될 것입니다. 우리 인생에서 우리는 관객이 아니라 선수입니다. 지고이기는 것이 바로 우리에게 달려 있습니다. 아름다운 종말을 위하여 무엇을 해야 할지는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실천이 어려울 뿐입니다.

 



0B2. Glori

Sergei Trofanov / Moldova (R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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