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6-10-14 조회수848 추천수12 반대(0) 신고
10월 15일 연중 제28주일-마르코 10장 17-27절


“부자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귀로 빠져나가는 것이 더 쉽다.”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일상생활 안에서 접하게 되는 다양한 대상들에 대해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가치평가를 하게 되고, 그에 따른 순위를 매기는 습관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은행직원들은 접하는 모든 고객들을 동일하게 바라보지 않습니다. 분명히 고객 리스트 비고란에는 A급 B급, C급 고객으로 분류할 것이고, 분명히 그 대하는 태도에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누군가로부터 선물을 받았을 경우에도 우리는 즉시 등급을 매깁니다. 메이커 있는 제품인지, 그저 그런 제품인지, 길거리 제품인지.


매일 우리에게 다가오는 다양한 순간들에 대해 그 중요도, 우선순위를 매깁니다.


좋아하는 주말 드라마를 가장 우선시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 드라마 보지 않으면 큰일이 납니다. 밥은 한 끼 걸러도 괜찮은데, 그 드라마 못 보면 삶의 의미가 없어집니다.


그런가 하면 어떤 분들은 주말 낚시가 삶의 유일한 낙입니다. 한주라도 빠지면 몸살이 난다든지 우울증에 걸립니다. 어딜 가나 눈앞에 찌가 오르락내리락 거리는 환영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돈 버는 것이 지상 최대의 과제이고 가장 큰 기쁨입니다. 부의 축척이야말로 유일한 특기이자 취미입니다. 매일 통장 잔고 늘어나는 것을 보는 것이 최대의 행복입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러한 우리들의 성향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십니다.


피조물로부터 오는 위로가 크면 클수록 하느님으로부터 오는 위로가 적다는 것은 필연의 법칙입니다.


물론 단 한번 우리에게 주어진 삶이기에, 삶을 즐길 줄 알아야 합니다. 건전한 취미활동은 우리들의 팍팍한 삶에 청량제와도 같은 역할을 합니다. 때로 재미거리도 있어야지요. 지루한 일상을 깨는 파격도 필요합니다. 과감하게 일상을 떠나 여행도 하면서 여유를 지닐 필요도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언제나 과도한 집착입니다. 한번 맛들이면 빠져나오지 못하는 나약한 우리이기에 때로 삶의 중심을 잃어버리고 정처 없이 표류하게 됩니다.


무엇이 가장 중요한 것인지, 무엇이 제1순위인지, 무엇에 가장 우선권을 둬야 하는지 망각하게 될 때, 많은 경우 우리 삶은 웃음거리로 전락하고 맙니다.


보다 자주 한 걸음 뒤로 물러설 필요가 있습니다. 멀리서 우리 삶을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이 보다 가치 있는 것인지, 무엇이 보다 영예로운 것인지, 무엇이 보다 덕스러운 것인지, 무엇이 우리 영혼에 보다 유익한 것, 무엇이 보다 영원한 것인지, 결국 불멸의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반문할 필요가 있습니다.


돌아보니 순식간에 시들고 마는, 너무도 작은 것에 목숨을 걸고 살아왔습니다. 부끄럽게도 잠시 지나가는 것을 영원한 것이라 여기며 살아왔습니다. 무익한 것, 불필요한 것을 대단한 것으로 여기고 주렁주렁 온 몸에 매달고 살아왔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그런 부차적인 것들, 비본질적인 것들, 우리 영혼을 속박하는 부자연스런 것들을 제거할 것을 요청하고 계십니다.


오늘, 새의 깃털처럼 보다 가벼워지길 바랍니다. 오늘 다시 한 번 털고 또 털어 또 다시 길 떠나는 구도자처럼  살아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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