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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축복의 꽃길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6-10-16 조회수1,068 추천수17 반대(0) 신고
10월 16일 연중 제28주간 월요일-루카 11장 29-32절


“심판 때에 니네베 사람들이 이 세대와 함께 다시 살아나 이 세대를 단죄할 것이다.”



<축복의 꽃길>


그 유명한 렘브란트의 작품 ‘탕자의 귀향’을 경당에다 걸어놓고 ‘회개’란 주제로 묵상을 하고 있습니다.


탕자를 끌어안고 계신 아버지의 눈을 바라봅니다. 그 눈은 거의 감겨있습니다. 어떤 작품 해설가에 따르면 시각장애인의 눈이라고도 합니다.


눈을 감고 계신 하느님!


눈을 뜨면 즉시 감지되는 것이 무엇입니까? 이웃들의 허물입니다. 그들이 내게 저지른 잘못입니다. 그들이 끼고 사는 악습과 죄입니다.


반면에 눈을 감으면 어떻습니다. 다른 무엇에 앞서 그 모든 것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눈으로 바라보기보다 마음으로 바라봅니다. 상대방의 안쓰러움이, 측은지심이, 허전한 뒷모습이, 어쩔 수 없었던 상황이 떠오릅니다.


우리의 하느님은 그 숱한 우리들의 죄악과 끝도 없는 방황, 셀 수도 없는 배신을 유심히 관찰하시며, 헤아리시며, 우리를 향한 증오심을 차곡차곡 쌓아두시는 하느님이 아니라 그 모든 부정적 측면들 앞에서 눈을 감고 계신 하느님이십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군중들을 향해 극단적인 예까지 들어가며 회개를 촉구하십니다.


회개는 아무래도 우리의 지난날들을 돌아보며 출발해야 할 것입니다. 지난 날 우리가 지니고 있었던 하느님 아버지에 대한 그릇된 시각, 편협된 신앙생활, 자기중심적인 삶의 방식을 돌아보는데서 시작하면 좋을 것입니다.


우리의 하느님은 진노와 징벌의 하느님, 지극히 계산적인 감시자로서의 하느님이 아니라 온통 자비와 연민, 용서와 희망으로 똘똘 뭉쳐진 사랑의 하느님임을 자각하는 것이 회개일 것입니다.


언젠가 우리가 그분의 실체를 파악하게 될 때 너무 기뻐서 어쩔 줄 모를 하느님, 언젠가 우리가 우리를 향한 그분의 사랑이 어떤 것인가 알게 될 때 깜짝 놀랄 정도로 사랑이 크신 하느님임을 인식하는 일, 그래서 결국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베푸신 사랑을 조금이나마 돌려드리기 위해 그분을 향해 발걸음을 돌리는 것이 회개일 것입니다.


‘나는 형편없다’, ‘나는 죄가 많다’, ‘나는 허물투성이다’, ‘나는 구제불능이다’는 지나친 자책감에서 벗어나는 일이 회개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희망이 있다, 내 허물도 크지만 하느님의 자비는 더욱 크다, 하느님의 사랑은 우리의 죄를 훨씬 능가한다,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그분께서는 아직도 나를 극진히 챙기신다, 그분 앞에 나는 가장 소중한 존재라고 외치는 일이 회개일 것입니다.


내가 걸어온 지난 날, 내가 생각할 때 ‘꼬이고 꼬인’ 길, ‘운도 재수도 지지리도 없는’ 길이 결국 하느님 가호 안에 걸어온 은총의 꽃길이었음을 깨닫는 일이 회개일 것입니다.


지루하고 보잘 것 없다고 생각했던 내 지난날들, 별 것 아닌 것처럼 여겨졌던 내 일생이 사실은 금실과 은실로 곱게 짜여 졌던 축복의 나날이었음을 깨닫는 일이 회개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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