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방향 전환, Turning-Point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6-10-16 조회수882 추천수5 반대(0) 신고

 

 

<방향 전환, Turning- Point>


니네베 사람들이 요나의 설교를 듣고 회개하였다. 남방의 그 여왕이 솔로몬의 지혜를 들으려고 땅 끝에서 왔다.

“이 세대는 악한 세대다. 이 세대가 표징을 요구하지만 요나 예언자의 표징밖에는 어떠한 표징도 받지 못할 것이다. 요나가 니네베 사람들에게 표징이 된 것처럼, 사람의 아들도 이 세대 사람들에게 그러할 것이다.” (루가 11,29-31)


  히포의 성 아우구스티누스가 회개한 계기를 보면 아주 단순합니다. 그는 그동안 살아온 자신의 생활과 삶이 올바르지 않다는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명예, 재산, 결혼 등의 내적 갈등을 겪고 있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하느님께 전적으로 헌신하며 살려는 소망이 불길처럼 치솟았습니다. 그는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못한 채 정원을 산보하다가 이웃집의 어린아이들이 노래 부르는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집어 들고 읽어라. 집어 들고 읽어라.” 하고 반복해서 외치는 신비로운 노래 소리를 듣고 문득 성서를 들어 펼쳐 읽어 본 것이 사도 바오로의 로마서 13장 13절의 말씀이었습니다. “진탕 먹고 마시고 취하거나 음행과 방종에 빠지거나 분쟁과 시기를 일삼거나 하지 말고 언제나 대낮으로 생각하고 단정하게 살아갑시다.”

  그래서 그는 387년 4월 13일 부활성야에 밀라노에서 성 암브로시우스 주교의 지도로 교리를 받고 세례를 받게 되었습니다.


  성 이냐시오도 전쟁에 참가 하였다가 다리를 다치는 심각한 부상으로 오랫동안 병상에 누워 있었습니다. 지루한 나날을 보내기 위해 읽었던 “그리스도의 생애”와 “성인들의 꽃”을 통해 그동안 자신이 추구해 왔던 삶이 헛된 것을 깨닫게 됩니다. 전쟁에 승리하고 기사로서 받는 명예가 헛되며, 성 프란치스코처럼 살고 싶다는 열망에 휩싸입니다.


  다마스쿠스로 향하던 사울이 경험하는 회개도 그동안 자신이 살아왔던 길이 보잘 것 없고 헛되었다는 자각입니다. 이 역시 결국은 내적 경험이었습니다.


  예수님께 표징을 요구하는 군중들의 생각은 하늘에서 불전차가 내려오고 천상의 군대가 몰려와 유대 민족을 지배하고 있는 로마와 이교도들을 쳐 부수어주기를 바랬습니다. 그러면 지금에 겪고 있는 모든 고통과 불행이 한꺼번에 해소될 것 아니냐는 기대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유대민족들이 세상을 지배하고 호령하는 광경을 보고 싶어 했습니다.


  이런 의도를 뻔히 알고 계시는 예수님께서 가리켜 보이신 회개의 자세는 두 가지였습니다. 하느님의 지혜를 찾으려는 열망과 전혀 예상치 못한 계기에 다가오는 어떤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라는 것입니다.

  남방의 여왕 시바는 언제나 최고 지혜를 듣고자 열망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진리인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자하는 열망으로 자신의 체면을 다 버리고 먼 여행을 감수하고 지혜를 찾아 왔습니다.

  니네베 사람들은 조그만 나라에서 온 한 현자의 믿기지 않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고 그 경고를 진지하게 받아드렸습니다. 어떤 표징도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자기들이 저질렀던 악행을 고백하고 하느님께 돌아섰습니다.

  “사람이든 짐승이든 모두 자루옷을 걸치고 하느님께 힘껏 부르짖어라. 저마다 제 악한 길과 제 손에 놓인 폭행에서 돌아서야 한다. 하느님께서 다시 마음을 돌리시고 그 타오르는 진노를 거두실지 누가 아느냐? 그러면 우리가 멸망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처럼 회개의 계기는 조그만 데 있습니다. 내적인 변화에 달렸습니다. 그동안 자신이 살아왔던 삶이 잘못되었던 것이라는 자각하는데 있습니다.

  성 토마스 아퀴나스는 이 회개를 전환이라고 부르며 네 단계가 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주님께서 주시고자하는 은총이 주입되는 단계가 선행된답니다. 그런데 이는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누구에게나 골고루 은총을 나누어 주시는 것이 확실합니다. 두 번째 단계는 믿음으로 하느님께 향하는 자유로운 선택입니다(turning-toward). 세 번째 단계는 죄를 거스르는 자유로운 선택(turning-from)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죄의식이 소멸하도록 지속적인 전환이 필요합니다.


  우리 각자는 이 전환의 계기가 우리 내부에서 받아드리도록 준비하지 않으면 그냥 지나쳐 버릴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아무리 충격적인 표징이 오더라도 그것을 회개의 계기로 삼지 않는다면 바람처럼 사라지고 말 것입니다.

  

  어느 수사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지금의 나의 모습은 내 평생 이렇게 되려고 연습해온 결과일 뿐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지금 출발선상에 있다고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닙니다. 우리는 결국 결승선에서도 지금과 같은 모습을 지닐 뿐입니다. 그러니 지금 내 모습이 결승선을 통과할 때의 모습이라는 자각으로 사십시오.”


  요나보다, 남방 여왕보다 더 크신 예수님을 보고도 방향 전환을 하지 못하면 지금의 모습이 그대로 결승선에 다다른 모습일 것입니다.

  

10. The Sound Of Silence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