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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속을 비우면 모든 것이 깨끗해질 것입니다.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6-10-17 조회수885 추천수6 반대(0) 신고

 

 

<속을 비우면 모든 것이 깨끗해질 것입니다.>


“정녕 너희 바리사이들은 잔과 접시의 겉은 깨끗이 하지만, 너희의 속은 탐욕과 사악으로 가득하다.”

“어리석은 자들아, 겉을 만드신 분께서 속도 만들지 않으셨느냐? 속에 담긴 것으로 자선을 베풀어라. 그러면 모든 것이 깨끗해질 것이다.” (루가 11,39-41)


  그릇은 무엇인가 담기 위해서 있습니다. 그 그릇이 아무리 훌륭하더라도 물을 담고 있으면 물그릇이요, 밥을 담고 있으면 밥그릇입니다. 그릇 안에 쓰레기를 담고 있으면 쓰레기통이 되는 것입니다. 그 안에 꽃을 담고 있으면 꽃병이 됩니다. 아무것도 담고 있지 않으면 빈 그릇이라고 부릅니다.


  인간이라는 그릇은 하느님께서 성령을 담아 주시려고 만드셨습니다. 그 성령을 담고 있어야만 성령그릇이 됩니다. 이 성령그릇을 깨끗이 닦고 보존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그 몸의 귀한 가치를 알아보고 보존하는 것도 뜻이 있습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그 안에 귀중한 것을 담는 일이며, 더 중요한 것은 그 담긴 내용물을 제대로 보관하고, 제대로 사용하는 일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자신들 속에 담긴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그들에게 말씀하십니다. 하느님께서 겉과 속을 모두 만들어 주셨습니다. 그러니 자신의 속에 담긴 그것으로 자선을 베풀라고 하십니다. 그러면 자선을 베푼 그 일로 인해 모든 것들이 너희에게 깨끗하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의 뜻은 자선을 베풀면 자신은 물론 온 세상이 깨끗하게 되는 것을 보게 된다는 말입니다. (원문에는 ‘보다’라는 idou 동사가 있음)

  그 결과 자신 안에 담겨있는 것이 얼마나 위력이 있으며 훌륭한 것인지 알게 될 것이라는 말씀이십니다. 겉에 있는 것만 깨끗이 가꿀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겨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제대로 사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말씀입니다.


  이어서 여섯 개의 불행선언이 나옵니다. 이 모든 것이 자신들 안에 계시는 성령을 알아보지 못하고 성령이 계실 자리에 탐욕과 사악으로 채웠기 때문에 생겨난 것입니다.


   성서에 두 가지 상반된 인간형이 나타납니다. ‘아담과 같은 형’과 ‘아브라함과 같은 형’입니다. 두 사람은 극히 대조됩니다. 아담은 매사에 의심하면서도 판단을 스스로 내리지 않고 남에게 의존하며, 또 유혹에 쉽게 넘어 갑니다. 그리고 막상 일이 벌어지면 숨어 버립니다. 그 결과 그는 악의 자손을 낳습니다.

  아브라함은 어떤 경우에도 말씀을 신뢰하고, 모험을 겁내지 않았으며, 참고 기다릴 줄 알았습니다. 지나쳐 가는 여행객도 극진히 대접하여, 결국 자신을 축복하는 천사로 만듭니다. 자신 안에 있는 성령을 제대로 간직하고 사용했기 때문에 그의 주위에 있는 모든 것들이 그의 덕분으로 축복받게 됩니다. 우리가 어떤 인물형이 될지는 우리 각자에 달려 있습니다.


  논어 위정편 12장에 “君子不器”라는 말이 있습니다. 얼른 이해하기 쉽지 않습니다. 흔히들 “군자는 어느 한 가지 용도로 쓰이는 그릇과 같은 존재가 아니다.”라고 해석합니다. 그러나 저는 이 말의 뜻을 “군자는 함부로 자신 안에 무엇인가 담아 채워 놓지 않는다.”는 말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무엇인가 가득 채워 놓은 사람은 더 좋은 것을 받아들일 수 없게 됩니다. 그릇 안에 담긴 것을 비워야만 새 것을 담을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 훌륭한 가르침을 듣기 위해 자기 집으로 모셨던 바리사이들은 모처럼 맞은 좋은 기회를 놓쳤습니다. 제 기준에 맞춰 조그만 상대방의 험을 들추어내고서 그것으로 모든 것을 판단해 버렸습니다. 더 이상 그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고는 예수님을 없애 버리려는 악한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들은 가장 귀한 것인 성령을 얻을 기회를 스스로 차 버린 셈입니다. 이처럼 자신이 옳다는 아집을 버리지 않으면 새로운 가르침을 깨달을 수 없습니다. 우리도 우리의 것으로 채우려고 고집한다면 성령께서 활동하실 공간을 빼앗는 셈이 될 것입니다. 그러니 먼저 마음을 비우는 일부터 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것이 속에 담긴 것으로 자선을 베푸는 일 입니다.



Isadora (이사도라) / Paul Mauriat (폴 모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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