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 *
작성자이현철 쪽지 캡슐 작성일2006-10-19 조회수668 추천수4 반대(0) 신고

주: 이 글은 2004년에 올렸던 글입니다.^^*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

 

 

            (민신부님의 묘소에 헌정된 유고집 '아프리카...')

 

 

  십자가를 안테나로!
  민성기 요셉신부를 떠나보내는 장례미사와 장지예절을 다녀왔습니다. 장례미사가 있은 갈산동 성당은 다소 쌀쌀한 날씨인데도 불구하고 인천교구장이신 최기산주교님과 사제단 그리고 꼰벤뚜알 프란치스코회 박영호 관구장님과 수사님들 등 많은 수도자, 교우들로 가득찼었습니다. 고별식이 끝난 후, 민신부님의 수련동기인 백발의 에드몬드 수사님은 애절하고 뜻깊은 조사를 통해 많은 이들을 다시한번 울렸습니다. 민신부님은 성대서원을 앞두고 다리가 아픈 에드몬드 수사님에게 흰눈이 온 속리산을 등반하자고 했었고 때로는 소주병과 신발을 상위에 올려놓고 에드몬드 수사님을 '병신'이라고 놀리면서 '다리가 아프면 산에서 죽으면 되잖아 '해놓고 동생이 먼저 산에서 갔다고 애통해했습니다. 그리고 '민신부님과 흰 눈이 온 산정상에서 사도 바오로의 서간 즉 "그리스도께서 여러분을 받아들인 것같이 여러분도 서로 받아들여서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십시오!"(로마 15, 7)를 실천하자고 다짐했었는데 그것을 제대로 실천을 못한 것 같다'며 울먹였습니다. 그리고 에드몬드 수사님은 '킬로만자로의 표범'같이 산 아우 민신부님을 위해 아우가 늘 불렀던 성프란치스코의 태양의 찬가를 동료 수사님들과 사제들이 함께 불러주자고 제의하여 그 아름다운 찬가가 울려퍼지는 중에 민신부님의 유해는 인천교구 공원묘지인 '하늘의 문'을 향하게 되었습니다.


  운구차보다 좀 일찍 장지에 도착해보니 민신부님이 묻힐 무덤이 이미 파져 있었고 그 옆에는 무덤을 덮을 흙과 생석회포대가 쌓여 있었습니다. 마침내 민신부님을 모신 관이 도착하였고 민신부님은 어머니와 친척 그리고 사랑하는 교우들이 오열하는 가운데 오늘의 가을하늘만큼이나 높고 맑은 미소를 활짝 머금고 자신이 지금 들어가는 하늘의 문으로 우리가 모두 따라올 수 있도록 자신도 '또 하나의 하늘나라 문과 창문'이 되어주시면서 떠나가셨습니다.

 

  오늘 복음(루가 11, 47- 54)에서 예수님께서는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율법학자들에게 "너희는 화를 입을 것이다. 너희는 너희 조상들이 죽인 예언자들의 무덤을 꾸미고 있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이렇게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은 마태오 복음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즉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아, 너희 같은 위선자들은 화를 입을 것이다. 너희는 겉은 그럴싸해 보이지만 그 속에는 죽은 사람의 뼈와 썩은 것이 가득차 있는 회칠한 무덤 같다. 이와 같이 너희도 겉으로는 옳은 사람처럼 보이지만 속은 위선과 불법으로 가득차 있다.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아, 너희같은 위선자들은 화를 입을 것이다. 너희는 에언자들의 무덤을 단장하고 성자들의 기념비를 장식해놓고는 '우리가 조상들 시대에 살았더라면 조상들이 예언자들을 죽이는 데 가담하지 않았을 것이다'고 떠들어댄다.이것은 너희가 예언자를 죽인 사람들의 후손이라는 것을 스스로 실토하는 것이다. 그러니 너희 조상들이 시작한 일을 마저 하여라." (마태 23, 27- 32)

 

  집과 무덤의 차이는 '자신의 내면을 볼 수 있는 창문과 자신이 드나들 수 있는 문이 있고 없는 것'이라고 빵장수 야곱이 말했지요. 민신부님은 생전에 구상 시인의 '오늘'이란 시를 자주 신자들에게 들려주면서 "오늘은 우리들의 남은 날 중에 처음으로 맞는 날입니다. 즐겁고 기쁘게 삽시다"라고 하면서 점점 황폐해가고 무덤화되어가고 있는 우리들의 집에 열심히 문과 창문을 만드셨습니다.

 

  무덤에 생석회를 뿌리는 것은 무덤에 해충이나 동물들이 들어와 시신을 훼손하지 못하게 함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 생석회(?)를 너무 남용하거나 오용하여 산사람이나 집에도 마구 뿌려, 위선이나 교만으로 경직되거나 뻣뻣해 마치 기부스를 하고 산 바리사이파 사람이나 율법학자처럼 사는 것은 아닌지요? 그리고 정치소설의 제목으로나 쓰인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라는 말이 우리에게도 해당되지는 않는지요? 만약 그렇게 산다면 우리는 우리의 묘비명에 이렇게 써야 할 것입니다.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 라고.
                                                                                가브리엘통신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