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사이비 - 열쇠를 누가 가지고 있는가?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6-10-19 조회수729 추천수4 반대(0) 신고

 

 

<사이비> - 열쇠를 누가 가지고 있는가?


“내가 예언자들과 사도들을 그들에게 보낼 터인데, 그들은 이들 가운데에서 더러는 죽이고 더러는 박해할 것이다.” “세상 창조 이래 쏟아진 모든 예언자의 피에 대한 책임을 이 세대가 져야 할 것이다.”

“불행하여라, 너희 율법 교사들아! 너희가 지식의 열쇠를 치워 버리고서, 너희 자신들도 들어가지 않고 또 들어가려는 이들도 막아 버렸기 때문이다.” (루가 11,47-54)


  바리사이와 같은 태도를 지니고 있는 사람들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한 자리를 차지한 채 온갖 폐해를 뿌리고 있었나봅니다. 논어에서 공자님께서도 이런 사람들을 ‘향원(鄕原)’이라 부르시며 ‘德을 도적질 하는 사람들’이라고 나무라셨습니다. 향원은 한 고을에서 점잖은 체하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맹자는 “공자께서 사이비(似而非)를 싫어하신다.”(맹자 盡心章下)고 인용합니다. 참된 덕을 외면하고 점잖은 체만하는 그들에게 ‘사이비’라는 이름을 붙여 德을 어지럽히는 인물들로 간주하였습니다. 진짜 같은 가짜의 폐해는 그들이 자신만 멸망의 길로 빠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그 길로 인도하기 때문입니다.


  바리사이나, 향원, 사이비 그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들의 말과 뜻은 고상하지만 행동은 꼭 그렇지도 못합니다. 말끝마다 옛사람의 훌륭한 덕과 전통을 들먹입니다. 사사건건 참섭합니다. 많은 이들의 칭찬을 받기 위해서 노력은 하면서도 실제 처신은 독불장군이며 거들먹거립니다. 겉으로는 온갖 선행을 혼자 다하는 척하지만 속으로는 세속적 가치를 추구합니다. 그리하여 남들에게 존경과 칭찬을 들으며 스스로도 그런 줄 압니다. 그리고 남들에게 자기를 본받으라고 강요합니다.


  이렇기 때문에 예수님이나 공자님 모두 이들을 섬뜩할 정도로 비난하셨습니다. 자신만 죄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남에게 까지 죄를 짓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이 작은이들 가운데 하나라도 죄짓게 하는 것보다, 연자매를 목에 걸고 바다에 내던져지는 편이 낫다.” (루가 17,2)

“너희 뱀들아, 독사의 자식들아! 너희가 지옥형 판결을 어떻게 피하려느냐?” (마태 23,33)

"외모는 위엄있으면서도 마음 속이 썩은 자는 소인배이다. 그들은 벽에 구멍을 뚫고, 담을 넘는 도둑과 같다," (논어 양화편 12장)


  주님께서는 우리의 마음속을 훤히 꿰뚫고 보시는 하느님을 제대로 바라보라고 하셨는데 바리사이들은 하느님보다 자신들이 정해놓은 규정을 더 살피라고 강요했으니 이 보다 더 큰 죄가 없습니다.

  우리도 이와 같은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지위가 높아질수록 학식과 능력이 많을수록 그 위험성은 커집니다. 가진 것들이 걸림돌이 되기 때문입니다. 집착을 여간해서는 버리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기준을 자신에게 세우고 남을 재단합니다.

  오늘날은 참으로 예수님의 질책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전 인구의 반 이상이 예수님을 주님으로 고백하면서도 여전히 싸우고 축재하며 헛된 명예를 추구합니다. 심지어 종교의 이름으로 처단까지 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는 것은 우리에게 커다란 위로를 줍니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에게는 커다란 도전으로 다가옵니다.


“나에게 ‘주님, 주님!’ 한다고 모두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이라야 들어간다.”(마태 7,21)


 어떤 수도원에서 수사들이 서로 화합하지 못하고 갈등 속에서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불같은 성격은 서로 제가 옳다고 우기다가 욕설과 말다툼으로 이어 졌습니다.

  그 수도원 밖에는 그들이 존경하는 한 은수사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자기들 중에 그래도 연장자인 늙은 수사를 대표로 뽑아 그 은수사에게 해결책을 질문하러 보냈습니다.

  그 늙은 수사의 말을 다 전해들은 그 은수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저랑 같이 성체 앞에 꿇어앉아 주님께 여쭈어 봅시다. 그러면 좋은 방도를 가르쳐 주실 것입니다.”

  잠시 후 성체조배를 끝낸 지혜로운 은수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주님께서 말하시는데, 여러분 중 한 사람이 메시아이니 잘 찾아보라고 하셨습니다.”

  이 말을 전해들은 그 수도원 수사들은 자기는 메시아가 아니니 누굴까? 하는 의문이 생겼고, 혹시라도 저 분이 메시아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서로를 존경하며 화합하였다고 합니다.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열쇠는 바로 내가 아니라 이웃이 가지고 있습니다.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