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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소록도의 별 < 제 3 부 >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6-10-20 조회수875 추천수10 반대(0) 신고

                                    

                  소록도의 별 < 제 3 부 >


     할아버지가 경북 포항에서 전라도 땅 소록도까지 걸었다는 것은

     어린 나이에 무얼 알았겠습니까?

     그저 몸 부쳐 살 곳을 찾아 서럽게, 서럽게 무작정 걸었던 것이지요.

     자동차를 태워주지 않으니 걸을 수밖에…


     할아버지는 말씀 하셨습니다.

     나물죽 한 그릇이라도 얻어먹으려면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답니다.


     중앙공원의 거목이나 거석(巨石)은 육지에서 배로 실어 온 것을

     목도를 하여 공원까지 운반을 했는데

     사고도 많이 나고 죽은 사람도 많았다고 합니다.


     여러 사람이 밧줄로 얽어매어 어깨에 메고 옮기는 작업인데

     제대로 얻어먹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힘인들 옳게 쓸 수가 있었겠는 지요?


     목도는 한쪽이 힘의 균형을 잃게 되면

     여러 사람이 힘 만들고 일이 제대로 안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중에 억세고, 힘세고, 목소리 큰 사람이 채찍을 휘두르며

     욕설과 폭력으로 발길을 재촉하여

     이루어진 공원이 지금의 중앙공원이라고 하네요.

     그야말로 피, 눈물과 한과 육신을 바쳐

     죽지 못해 삶을 영위했던 비극의 땅덩어리

     소록은 말이 없습니다.


     눈이 있어 보았다 해도 소리 내어 말을 할 수가 없을 겁니다.

     인간의 언어로는 표현이 불가하다 해도

     과언은 아니리라 미루어 생각 해 봅니다.


     그런데 수십 년이 지난 지금은 그곳이 관광지가 되어

     보는 이로 하여금 아름다움만 보게 되었습니다.


     인간의 발길에 떼 묻지 않은,

     그래서 낙원이 이런 곳이 아닐까? 상상하며

     하느님에 취해 찬미를 연발하고

     '이곳을 볼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 합니다'  라고

     화살기도를 쏘아 올리며 마냥 행복해 합니다.

 


     자신의 모습이 하루하루 변해가는 참담함!

     과중한 노동과 폭력 앞에

     내가 왜 여기서 이러고 살고 있는가?

     죽어도 집에 가서 죽으리라!

     내 아버지와 그리운 엄마, 형제 가족들을 한번만 보고 죽으리라!


     빤히 보이는 녹동 부둣가를 보면서

     헤엄쳐 건너려고 바다에 뛰어 들었다가

     죽은 사람도 부지기수(不知其數)였다고 합니다.


     산 중턱에 올라가면 교도소가 있고 정신병동이 있습니다.

     인간의 존엄성과 기본권을 보장 받지 못한 환자들은 극으로 치달아

     범죄가 발생되고 또 지독한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병원에 수용되는

     환자도 발생되어 고적한 산속에 새 소리만 들리더니만

     그곳에 그런 시설이 있었습니다.


     화장터가 있었는데

     수백 구 수천 구를 파랑새 만들어 연기로 날려 보낸 화구가

     눈을 감고 침묵하고 있는 듯이 보였습니다.


     한줌의 재로 세상에 남겨진 어느 원혼들은 아직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소록을 지키는 파수꾼처럼

     그곳 납골당에 그대로 보관되어있고 일 년에 한번

     그 영혼들을 위하여 위령제를 소록도에서 지내고 있다 하더군요.


     납골당을 바라보면서


     " 이젠 이곳을 떠나도 되지 않습니까? 갈 곳이 없습니까?

     아니면 가족들이 당신들을 잊어버렸단 말입니까?

     무엇 때문에 소록도의 망부석으로

     이 자리를 지키며 누구를 기다리고 있는지요?"


     생명의 끝이 아직도 제 갈 곳을 찾지 못해 우리와 함께 있다는 것은

     살아있는 사람들의 몫이 아닐 런지?…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가게 놓아줘야 하는데 어찌하여 아직도…

     묻고 물으며 혼자의 독백으로 가슴앓이를 해야만 했습니다.


     그 산의 산새는 나름대로 노래를 했으련만

     내 귀에는 비운의 인생을 살다간

     영혼들의 슬픈 연가로 들려 발걸음 옮겨 놓는 것도 조심스러웠지요.

 


     그렇게 인연을 맺은 할아버지와 나는 편지를 주고받고

     소록도를 드나들면서 할아버지가 보내 주시는 마늘도 받아먹고

     피부병에 좋다는 귀한 약도 받았습니다.


     할아버지는 앞을 못 보시니까 간호원이 편지를 읽어주고

     또 받아쓰기를 해서 보내주고,

     나의 편지를 받는 것이 할아버지의 낙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에 대한 이야기는 한마디도 해 보지를 않았습니다.


     그렇게 여름이가고 가을이오고 또 겨울이오고 봄이 되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열두 살 어린 나이에 당신의 발로 찾아들었던 소록도에서

     당신의발로 예배당에 찾아가 40년을 개신교신자로 사셨던 분이셨지요.


     그런데 베드로라는 세례명으로 부활 때 영세를 하고

     할아버지 옆에서 아들처럼 손발이 되어 도와주던 젊은

     청년도 함께 영세를 했다고 편지를 보내셨습니다.


     할아버지를 생각하며 제가 할 수 있었던 것은 카세트 녹음기와

     영성강의 테입 셋트 그리고 공 테입을 보내 드린 것 밖에 없었는데

     복음의 씨앗은 그렇게 열매를 맺었습니다.

     공 테입은 녹음을 해서 여러 사람이 나누워 듣는다고 하더군요.


     소록에서 생을 마감했던 영혼들은 지금도

     소록의 하늘을 비추며 가족을 그리는 별이 되어

     그 슬픈 눈망울로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가슴속에 스며들고

     잊혀져가는 별이 된 것은 아닐 런지요?......


     주님!

     소록도를 살다 간 수많은 영혼들에게 평화의 안식을 주시옵소서.


     아멘. 

     < 끝 >


     - 아그마 (요안나)

 

                                        
                                                              Jaques
                                                   Offenbach (오펜바흐)
                                 하늘의 두 영혼 (Deux ames au ciel O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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