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 (마르 12,41~44)
믿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묵상하면 은근히 겁날 때가 있습니다.
믿음이라는 것이 단순히 취미 생활도 아니고
지루함을 달래 줄 소일거리도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 예수님이 구세주이심을 믿고, 당신이 보여 주신 그 길이
진리임을 믿습니다. " 라고 기도하기는 하지만,
과연 제가 제 삶의 모든 것을 바쳐 그 믿음을 실천하며 살았는지
돌이켜 보면 영 자신이 없습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가난한 과부 이야기를 읽으면
제 자심감은 더욱 줄어듭니다.
사제가 된 것으로 제 인생 전부를 하느님께 바친 셈이라고 자부하지만,
사실 제 욕심과 고집과 이기적인 생각 모두를 버리고
하느님께 온전히 저 자신을 맡겨 보았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그래서 '나는 과연 진정한 믿음을 갖고 있는 것일까?'
하고 자문해볼 때면 늘 불안해집니다.
그러기에 가난한 과부가 자신이 가진 전부를 바쳤다는 말씀이
저 자신과 비교하면 너무도 거리가 먼 이야기처럼 느껴집니다.
믿는다는 것은 살아 있음에 대한 응답입니다.
삶과 믿음은 그 자체로 하나이어야 합니다.
내 삶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 믿음이라면, 그것은 믿음이 아닙니다.
믿음은 자신의 전부를 걸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게 믿는다는 건 참으로 긴장되는 일입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 진실히 여러분에게 말하거니와 헌금함에 넣은 어느 누구보다도
이 가난한 과부가 더 많이 넣었습니다.
사실 모두 그 넘치는 가운데서 얼마씩을 넣었지만,
그 과부는 그 구차한 가운데서 가진 것을 모두,
그의 생활비를 다 넣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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