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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우리가 진정 두려워해야 할 것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6-10-20 조회수921 추천수7 반대(0) 신고

 

 

<우리가 진정 두려워해야 할 것>


“바리사이들의 누룩 곧 위선을 조심하여라.”

“숨겨진 것은 드러나기 마련이고 감추어진 것은 알려지기 마련이다. 나의 벗인 너희에게 말한다. 육신은 죽여도 그 이상 아무것도 못하는 자들을 두려워하지 마라. 육신을 죽인 다음 지옥에 던지는 권한을 가지신 분을 두려워하여라.”

“하느님께서는 너희의 머리카락까지 다 세어 두셨다. 두려워하지 마라. 너희는 수많은 참새보다 더 귀하다.” (루가 12,1-7)


  인간은 누구나 엄청나고 예외적이며 두려운 현상을 경험하면 알 수 없는 공포를 느끼게 됩니다. 그 때 자신을 초월하는 어떤 존재가 눈앞에 있다는 기분을 느낍니다. 더군다나  모습을 정확하게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더 전율을 느끼게 됩니다. 루돌프 옷토는  감추어져 있고 알 수 없는 존재에게서 느끼는 전율을 tremendum이라고 표현합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인들은 이런 '공포'와 '하느님께 대한 경외'가 구별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모세가 불타는 가시덤불 앞에서 체험한 것이나, 시나이 산에서 이스라엘이 경험한 하느님의 모습은 막연한 대상에서 느끼는 전율이 아니었습니다. 자신들과 구체적 연관을 맺고 자신들을 구원하시려는 분으로 경험했습니다. 감추시지 않으시고 자신을 드러내고자 하시는 분으로 경험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은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엄위를 지니고 계십니다. 모든 것을 아시고 모든 것을 하실 수 있는 분이십니다. 인간을 無로 만드실 수 있는 분이십니다. 그러기에 느끼는 두려움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것을 “하느님의 경외”라고 부릅니다. 루돌프 옷토는 이를 두고 인간이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Numen적인 것” 이라고 표현합니다. 세상에는 인간의 이해를 뛰어 넘는 ‘비합리적 요소’가 엄연히 있다는 말입니다.


  참된 신앙생활에 있어 하느님께 대한 경외는 하느님께 대한 신뢰와 균형이 이루어질 때라야 제 역할을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사람에게 나타나실 때 사람을 전율(tremendum)시키는 것을 원하지 않으십니다. 먼저 “두려워 말라.”는 말씀으로 인간을 안심시키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의 필요에 마음을 써주시는 분이십니다. 당신의 권력을 마음대로 휘두르는 전제 군주가 아닙니다.

  구약에서 예언자들이 고통 받는 백성에게 종말론적인 약속을 할 때나 예수님께서 하느님나라를 약속하실 때도 “무서워하지 말라”는 말을 하였습니다. 하느님께서 예언자들에게 사명을 주실 때 그랬습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박해를 당할지라도 두려워해서는 안된다며 격려를 하셨습니다.


  이처럼 하느님께 대한 믿음은 인간에게 안도감을 주며 쓸데없는 전율을 없애줍니다. 이사야 11,2 절에서는 두려움을 성령의 열매로 보았습니다. 잠언1,7과 시편 111편에서는 하느님을 두려워하는 것이 지혜의 시초라고 말합니다. 집회서 1장11-21절에서는 하느님에 대한 두려움을 신앙의 근본으로 말합니다.


  

 인간들에게는 시도 없이 밀려오는 뿌리 깊은 불안이 있습니다. “이런 나를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나 자신이 나를 모르겠다!”, “시시각각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 “내가 걸머지어야만 한다는 십자가의 공포”, “나는 언제나 강해야 한다!”, “지금 누리고 있는 이 위치에서 떨어지지나 않을까?” 등등이 있습니다. 이 공포에 빠져들면 좀처럼 헤어 나오기 힘듭니다. 결국은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는 바닥까지 내려가고야 맙니다.


  한편으로는 하느님께서는 인간에게 유익한 두려움을 주시기도 합니다. 구약에서 하느님께서 재판관으로 나타나시거나, 율법을 선포하시고 율법을 어기면 벌을 내리시겠다고 위협하시는 분으로 표현됩니다. 구약성경의 내용은 하느님께서 이스라엘에게 내리시는 노여움을 담아 놓았습니다. 이는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지지 말라는 교훈적 가르침을 담은 것입니다.


  심판은 자신의 죄를 깊이 깨닫고 인간을 의화 시키는 하느님의 은총을 신뢰하는 자에게는 새로운 시작의 계기가 됩니다. 노예가 갖는 두려움이 아니라 하느님의 양자가 지니는 성령을 가지고 생활하게 만들어줍니다. 이런 의미에서 심판이 사랑의 약속이 되는 것입니다. 죄인들이 두려워 떨 심판의 날은 하느님을 두려워했던 의인들에게는 상을 주시는 때입니다.


  우리들이 잊지말아야할 것은 우리가 주님께 멀어졌을 때 우리를 파고드는 불안의식이 모두 우리가 주님께 되돌아서기를 바라는 성령의 작용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의식은 매우 미약합니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붙잡기 어렵습니다.


  우리가 진정 두려워할 것이 바로 이 성령의 목소리를 듣지 못할까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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