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사랑하는 이들 중에 휠체어에 의지하여 생활하는 자매가 있습니다. 그 자매는 유전적으로 손발톱이 없는 형제와 결혼해 딸을 낳았는데 그 딸 역시 손톱 일부와 발톱이 없습니다. 어느날 그 자매는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는 딸을 마중나갔는데 그 어린 딸은 친구들과 함께 있다가 휠체어를 탄 엄마를 보는 순간 반대 방향으로 달아나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본 그 자매의 심정은 말할 수 없이 비참했다고 했습니다.
저녁에 그 자매는 딸에게 “네가 엄마를 부끄러워하면 앞으로 엄마도 너를 부끄러워할 거야. 너도 손톱·발톱이 없잖아!”라고 했답니다. 어린 자식의 행동이지만 그 마음에 얼마나 큰상처가 되었으면 그렇게 냉정하고 모진 말까지 했을까 생각했습니다.
심한 지체장애를 갖고 있는 저에게는 오늘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이 특별히 더 마음에 와 닿을 때가 많았습니다. 어릴 때부터 부모 형제나 친척들에게 용돈이나 선물을 받는 것보다는 그들이 사람들 앞에서 부끄러워하지 않고 나를 자식으로, 누나로, 언니나 동생으로 인정해 주는 것이 더 기뻤습니다.
그 중에서도 남동생이 결혼할 상대를 부모님께 인사시키기도 전에 먼저 나에게 데리고 와서 소개한 일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목회를 하면서도 교회에 나와서 많은 봉사를 하는 이들보다는 연약한 나를 얕보거나 무시하지 않고, 사람들 앞에서 자기들의 목사로 자랑스럽게 인정해 주는 신자들에게서 감동을 받고 고마움을 느낍니다. 예수님께서도 ‘하느님의 일’이란 그분이 보내신 이, 곧 당신을 믿는 것이라고 말씀하지 않았는지요!(요한 6,28-29)
지금 우리는 생각 속에서, 말과 행동에서, 어떤 것을 결정해야 할 순간순간 하느님께서 내 삶의 주인이심을, 예수님께서 내 구원자이심을 믿으며 살고 있는지요? 주님을 향한 그 귀한 사랑의 표현을 통하여 ‘그날에’ 천사들 앞에서 그분의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그분의 자녀로 살아가고 있는지요?
최명숙 목사(군산 베데스다 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