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매일의 삶을 통한 복음화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6-10-22 조회수890 추천수13 반대(0) 신고
10월 22일 민족들의 복음화를 위한 미사-마태오 28장 16-20절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



<매일의 삶을 통한 복음화>


아직도 마음이 지리산 자락에서 떠나오지 못했습니다. 지리산 등반의 백미는 역시 능선타기입니다. 오르락내리락하는 능선을 따라 걷는 동안 양쪽으로 펼쳐지는 그림 같은 절경은 애써 산을 찾은 사람에게 주어지는 특별한 선물인 듯합니다.


산장에서 이른 저녁을 먹고 밤하늘에 뜬 별들을 바라보는 것 역시 엄청 큰 기쁨입니다. 도시에서는 상상도 못할 정경이 벌어집니다. 여기 저기 유성들이 떨어지는가 하면, 총총하게 박힌 별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대피소에서의 밤은 서둘러야 합니다. 8시부터 소등입니다. 침실의 구조는 군대막사나 수용소와 비슷합니다. 일련번호가 쭉 매겨져 있는데, 마룻바닥에 줄줄이 누워 모두 함께 같이 잠을 잡니다, 그래서 규율도 꽤 엄합니다. 떠들거나 술주정하다가 들키면 가차 없이 퇴실입니다.


저는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누웠습니다. 저녁 7시에. 그렇게 빨리 잠자리에 든 기억은 없었습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여기저기 ‘시체처럼’ 드러누워 깊은 잠에 빠져있었습니다. 저도 내일을 위해 푹 자두자며 담요를 머리끝까지 끌어당겼습니다.


그러나 즉시 다가온 상황은 꽤 심각했습니다. 어디선가 ‘카르릉 카르릉’ 마치 전기톱 돌아가는 날카로운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의 코고는 소리였는데, 정말 특별하고 대단했습니다. 듣고 있노라니 온 몸의 신경이 다 곤두섰습니다.


뿐만 아니었습니다. 반대편에 누운 한 아저씨는 고음의 ‘전기톱 아저씨’와 장단이라도 맞추려는 듯 낮고 둔중한, 그러나 ‘전기톱 아저씨’ 못지않게 귀에 거슬리는 ‘드르렁 드르렁’ 하는 소리를 내고 있었는데, 마룻바닥 전체가 다 울렸습니다.


잠시 코고는 소리가 멈추는 순간이 있었는데, ‘이 때가 기회다’ 싶어 서둘러 잠을 청해보기도 했지만 허사였습니다. 솜을 구해다가 귀를 막아도 별 효과가 없었습니다. 묵주기도를 수없이 바쳤지만 그래도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다른 사람들 상황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다들 잠을 청하려고 안간힘을 다 써보았지만 워낙 강력한 그분들의 소음 때문에 미칠 지경이었습니다. 도저히 견디기 힘들었던 몇몇 사람들은 쌀쌀한 바깥으로 나가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꼬박 밤을 새웠습니다.


그분들이 밉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 안됐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함께 사는 가족들은 얼마나 괴로울까? 본인은 또 얼마나 힘들까? 심한 코골이는 때로 위험하다던데, 치료를 받아야 할 텐데...


그 저녁을 떠올리며 이런 반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혹시 나도 은연중에 이웃들에게 고통을 안겨주지는 않는가 하는 반성, 나란 존재 그 자체가 이웃들에게 고통의 근원이 되지는 않는가 하는 반성, 내 상습적인 악습으로 인해 누군가가 괴로움을 겪고 있지는 않는가 하는 반성.


오늘 전교의 날입니다. 다른 무엇에 앞서 내 발밑을 잘 살펴보는 노력이 요구됩니다. 기본은 지키려는 노력, 내 언행이나 일거수일투족으로 인해 이웃들에게 불편을 끼치지는 않는지 돌아보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저 역시 돌아보니 제가 미처 의식하지 못하는 가운데 많은 이웃들에게 상처를 드리며 살아왔음을 뉘우치고 있습니다. 은연중에 칼날 같은 말, 너무 혹독한 표현, 도저히 이룰 수 없는 허황된 글로 사람들을 많이 괴롭혔습니다.


다른 무엇에 앞서 기본을 지키는 노력, 최소한의 상식을 철저하게 준수하려는 노력이 선행되면 좋겠습니다. 전교는 사실 그 이후에 다가오는 과제입니다.


‘신자란 사람들이 더해요!’, ‘사제나 수도자들이 더해요!’라는 말 적어도 듣지 않을 필요가 있겠습니다.

 

오늘 전교주일입니다. 전교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첫 번째 과제이자 가장 본질적인 사명입니다. 또한 어떤 성인의 표현대로 전교는 우리가 지은 죄를 기워 갚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보속입니다. 기회가 좋으나 나쁘나,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이 가장 기본적인 의무인 전교를 생활화할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다른 무엇에 앞서 우리 각자 존재 자체로 이웃들에게 그리스도의 향기를 풍기기를 바랍니다. 우리들이 눈빛만 봐도 사람들이 예수님의 빛을 감지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 존재 그 자체로, 우리 매일의 삶을 통한 복음화가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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