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변방의 한가운데 서서 세상을 보다!
작성자최용훈 쪽지 캡슐 작성일2006-10-22 조회수647 추천수6 반대(0) 신고

선교주일을 맞이하면서 선교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특히 이번주는 좀 바쁜(?)시간이었기에 선교에 대해서, 내가 서 있는 자리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월요일에는 본당 관할 구역에서 살면서 활동하고 있는 프랑스 수녀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본당공동체가 여러가지로 도와주고 있던  가난한 집안의 10살짜리 작은 딸아이가 지병으로 하느님 품으로 돌아갔다는 것이었다. 물론 내가 직접 알고 있던 집안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월요일에 사망 소식을 접한 뒤 마지막 병자성사를 주지 못한 나의 미안한 마음이 결국에는 연락을 하지 않은 가족들과 주위의 신자들에게 원망이 돌아갔다. 그래서 1박 2일 일정의 외출을 접고 화요일 장례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화요일 아침에 관할 구역에서 살고 있는 수녀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동네 목사님이 장례를 집전하기로 했으니 오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장례가 오후 3시니까 그전에 조문을 와도 좋다는 것이었다. 가족들이 열심히 성당생활을 했다는 주위의 증언도 있어서 천주교 신자려니 했는데, 그래서 정성껏 장례를 준비했는데 오지않아도 된다는 소식을 듣고 섭섭한 마음이 들어서 섯푼짜리 내마음은 결국 꼬여서 조문조차도 가지 않았다. 그것이 마음에 걸려서였는지 결국에는 수요일 미사때 그 아이를 위해서 하느님께 기도하였다. 이 좁쌀같은 마음을 용서해달라는 부탁도 함께 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수요일에는 초상이 난 같은 동네 골목에 사는 한 청년이 마약을 했는지 아니면 조직간에 싸움이 났는지 한가족을 죽여버리겠다고 총을 난사 하는 바람에 결국에는 죽여버리겠다는 집의 아들이 총에 맞아 운명을 달리하였다. 벌써 총기사고가 올해로 몇번째인지...소식을 접하고 불편한 마음으로 사무실에 앉아 있는데 연미사를 해달라고 찾아온 신자가 있었다. 그러면서 한국돈으로 환산하면 약 200원인 100페소를 주면서 네 사람의 이름을 불러 주었다. 한 가족이란다. 아빠, 엄마, 형, 동생 그렇게 네 사람이 일년안에 목숨을 버렸단다. 마약 중독으로 자살도 했고, 죽임을 당하기도 했고, 약물중독에서 깨어나지 못하기도 했단다. 목요일 미사를 봉헌하면서 마음이 많이 무거웠다. 기뻐해야할 미사가 왜 그리 슬펐는지. 미사가 끝나고 마리 카르멘 이라는 신자에게 병자 성사를 주러갔다. 성사를 거행하는 동안 약물에 의해서인지 비몽사몽중인데도 불구하고 함께 성가를 부르고 기도를 따라하는 자매에게서 신앙을 배웠다. 자매는 열심히 본당에서 사획복지분야에서 활동하던 자매였다. 당뇨가 있었던 것외에는 늘 소화가 안된다 배가 아프다고 했는데 약 한달전에 병원에 검사를 하러갔다. 그런데 마침 병원들이 파업을 하던 시기여서 검사를 받지못하고 미루고 있다가 지난주에 검사를 받았는데 장암말기란다. 수술도 못한단다. 결국에는 살던 집을 떠나서 부모가 있는 곳에 창문없는 방에 누워서 임종을 기다리고 있었다. 벌써 복수가 차서 배가 남산만큼 불러있고 마약을 너무 맞아서인지 비몽사몽이다. 그런데도 성체를 모시는 기쁨이 얼굴에 가득, 성가를 부르는 입에 평화가 가득하였다. 자기도 가난하면서 다른 사람을 위해서 헌신한 사람의 신앙은 이런 억울한 죽음앞에서도 저렇게 당당하다는 것을 나는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금요일이다. 오늘은 아무일없이 지나려니 했는데 하이메라는 본당사목회장에게서 연락이 왔다. 다음주에 본당청소년들이 성지순례를 가는데 교통비로 6만페소를 달라고 한단다. 한국돈으로 약 12만원이다. 그런데 내가 년초에 담당 수녀와 지도자들을 만나면서 이 도보성지순례를 매년 하는 것은 학생들이 자기 희생으로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체험하는 것에 뜻이 있으므로 일년동안 참가비와 교통비를 준비하라고 했기 때문에 나와 본당수녀사이에서 난처한 입장에 있는 사목회장이 나에게 물어온 것이다. 참가비 2500원 교통비 5000원정도이다. 학생들이 피는 담배 한개피가 120원인걸로 생각하면 그렇게 큰 돈이 아니다. 그런데 마지막에 와서 돈이 없다고 생떼를 쓴단다. 본당주일 헌금이 2만페소가 안되는데 그 거금을 쉽게 달라는 것도 마음에 안들었지만 준비없이 무작정 가겠다는 것도 맘에 안들어서 밤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당장 본당 총무자매에게 전화를 했다. 혹시라도 수녀님이 달라고 하면 주지말라는 신심당부를 하기 위해서. 그리고 토요일을 맞이하였다. 저녁미사를 하기전에 아니나 다를까 수녀님이 찾아왔다. 그래서 본당수녀님을 만나서 사정과 이유를 설명하고 지원을 해줄 수 없다고 단호히 이야기 했다. 그러면서도 마음은 또 불편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미사가 끝나고 다시 수녀님을 만나서 참가비를 도와줄 수는 없고 혹시라도 모르니 비상금으로 5만페소 한화로 약10만원을 주겠나라고 했다. 그러니 좀 마음이 편해졌다. 그런데 그 만페소를 깍을껀 또 뭐람...하여간에 이렇게 한 주간을 보내고 주말 저녁미사를 마치고 사제관에서 쉬고 있는데 불자동차들이 고함을 지르며 내달린다. 성당 아주 가까운데서 들리는 걸보니 불이났나보다 했다. 그랬다. 결국 한지붕으로 줄줄이 엮어 있는 네 집이 고스란히 전소되었다는 소식이 급보로 달려온다. 우리동네 집은 다 그렇게 생겨먹어서 불나면 몇집 잃어버리는 것은 예사다. 사는게 뭔지.

하여간에 내일은 뭐 먹을 양식이라도 싸서 한번 가봐야겠다....

 

이렇게 선교사제의 한주간이 바람처럼 지나간다. 사랑과 열정의 나라 남아메리카 땅끝에 있는 칠레에서 본당사제로서 생활을 하면서 여기가 바로 변방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변방의 한 가운데 서 있는 나를 본다. 그리고 변방의 한 가운데 계셨던 예수님을 본다. 몸은 피곤하지만 마음은 행복하다. 그래서 내가 이렇게 변방에서 뼈를 묻으려고 하나보다....예수님의 말씀처럼 누가 이 잔을 함께 마실 것인지....새벽 밤하늘이 참 곱기도 하다.  안데스의 항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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