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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마태오의 편지 / 정만영 신부님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06-10-23 조회수693 추천수8 반대(0) 신고

     <아름다운 꽃과 아름드리 나무, 푸르른 잔디로 덮인 로스 알라모스의 풍경>

 

어제 아침에 한 편지를 받았다.



어느 누구도 나를 있는 그대로 불러 주지 않았다.
어느 누구도 나를 '레위'라고 불러 주지 않았다.
나는 내 이름 ‘레위’라고 아버지가 지어준 이름으로 불려 지기보다는 죄인, 세리로 불려졌다.
그러나 사실 죄인, 세리는 아주 점잖게 불려 졌던 경우였다.

피도 눈물도 없는 놈, 냉혈동물, 동포의 고혈을 빨아 로마인들에게 갖다 받치는 인간 흡혈귀,
개새끼, 매국노, 반역자….이것이 내가 실제로 이스라엘인들에게, 특히 바리사이들에게 불려지는 이름이다.
물론 더 있다…내 외모와 관련되어….대머리..배불때기, 땅땅보…돼지...숏다리..등…

'나를 따라라'

부모 이외 그렇게 따스한 목소리로 내게 말을 걸어온 사람은 지금까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나는 그의 눈을 보았다. 그가 나를 부를 때의 그 간절한 눈빛을 보고 느꼈다.

‘나를 좀 도와 다오…’

내가 세관에서 일한 이후로 그 어떤 이스라엘 사람에게서도 느끼지 못했고,
보지 못했던 진지한 인간의 눈빛이었다.

‘나를 좀 도와 다오’

그 눈빛을 보는 순간 나는 그 자리에 가만이 앉아 있을 수 없었다.
...내게 도움을 청하다니…내게….매국노,,인간 흡혈귀…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동물, 개새끼라고 불려진
내게 도움을 청한 사람의 음성과 눈빛에 나는 귀신에 홀린 듯 그렇게 따라 나섰다.

‘나를 따라라’

그의 목소리을 듣고 따라 나서긴 했지만, 나는 그가 누군지도 몰랐다.
다만 그의 눈빛과 목소리만이 나를 이끌었던 것이다.
그 목소리와 눈빛도 나를 일어나게 하는 요인이었지만
사실은 그보다 내가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라는 사실에 더 놀랐다.
그는 내게 도움을 청한 첫 이스라엘 사람이었다.
내게 도움을 청했다는 그 사실….
내가 아직 타인에게 소중한 사람이라 여겨진 이 사실이 나를 더 기쁘게 했다.
내가 아직 타인에게 관심을 받고 있었다는 이 작은 사실 하나가 그 무엇보다 나를 기쁘게 했던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동족들을 못 살게 구는 흡혈귀..냉혈동물, 개새끼, 매국노로 불려졌었다.
나 또한 그것이 내 신분이며 정체인 것으로 알고 있었다.
내 자신에 대해…미래에 대해…희망과 꿈에 대해….나는 죽어 있었던 것이다.
타인들이 나를 경멸하며 불렀던 그 소리에 나의 정체성은 상실되었고,
결국 나 역시 내 자신에 대해 왜곡된 모습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나를 따라라”

그런 나의 죽음보다 더 깊은 잠을 깨운 사람이 바로  그 였다.
자신을 따라 나선 내게 그는 ‘마태오’라고 다정스럽게 새 이름으로 불렀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인간흡혈귀, 냉혈동물, 개새끼, 매국노, 배신자가 아니었다.
나는 이제부터 헬라어오로 ‘맏다이오스’
즉 “하느님의 선물”이란 뜻을 지닌 마태오로 불리게 되었다.
그 기쁨에 나는 잔치를 내 집에 열었다.

‘나를 따라라’

나를 불러 주신 분의 이름은 ‘예수’라는 것을 미처 말하는 것을 잊었다.


초대하지도 않은 바리사이들이 내 집에 왔다.
그들은 자신들이 하느님 앞에서도 상당한 의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들은 잘못이 없고 깨끗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제자들의 문제를 예수님께 연결시키고 있었다.
즉 비겁하게 예수님께 직접 묻지 못하고, 제자들에게 질문을 하면서,
제자들이 죄인이니 예수님도 똑같은 것 아니냐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예수님이 이들과 함께 식사하는 것을 비난했다.
그런 의도를 알고 예수님은 그들에게
“튼튼한 이들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병든 이들에게는 필요하다.
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다”라고 대답 하셨다.

바리새인들은 판단과 심판의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의사의 눈으로 나를 보셨다.

의사인 그분은
내가 병들었다고 해서 죄인이라고, 더럽고 부정하다 하지 않았다.
의사인 그분은
나를 바라보았을 때 병들어 쓸모 없게 되었다고 외면하지 않았다.
의사인 그분은
나를 병자라 하여 그 병만 치료해 주면
내가 다시 건강한 사람이 될 것이며 희망을 주었다.
의사인 그분은
나의 병을 치료해 줌으로써 나를 살리려는 목적을 가졌다.
의사인 그분은
나를 치료해 주시기 위해, 살리기 위해 ‘나를 따라라’하며 내게 오셨다.

예수 그는 내게 있어 진정한 의사였다.

파스칼은 Pensee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그 하나는 자기를 죄인이라고 생각하는 의인이고,
다른 하나는 자기를 의인이라고 생각하는 죄인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누구인가?..





  정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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