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있을 때 좀 더 잘할 걸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6-10-23 조회수1,073 추천수12 반대(0) 신고
10월 24일 연중 제29주간 화요일-루카 12장 35-38절


“너희는 허리에 띠를 매고 등불을 켜놓고 있어라.”



<있을 때 좀 더 잘할 걸>


저희 살레시오 회원들에게 있어 인사이동 때 마다 제일 마음에 걸리는 것 한 가지가 있습니다. 아이들입니다. 오래전 일이 생각납니다. 정들었던 아이들과 작별인사를 나누고 다른 곳으로 둥지를 틀기 위해 떠나던 아침이었습니다.


형들한테 맨 날 이리 채이고 저리 채이던 녀석, 못 얻어먹어서 삐쩍 마른 강아지 같던 한 꼬맹이가 계속 저를 졸졸 따라다닙니다. 바빠 죽겠는데 자꾸 왜 그러냐고 하니, 자기도 저랑 같이 가겠다는 것입니다. 참으로 난감해서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원망과 아쉬움 섞인 아이들의 눈동자들을 뒤로 하고, 또 다른 길을 떠나면서 얼마나 후회가 막심했는지 모릅니다. 계속 제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한 생각은 ‘있을 때 좀 더 잘 할 걸’이었습니다. 같이 살 때, 한번이라도 더 품에 안아주고, 한번이라도 더 눈길 주고, 한번이라도 더 용서해주고, 조금 더 뛰어다니고...그렇게 살 걸, 하는 생각이 밀물처럼 밀려왔습니다.


오늘 주님께서는 ‘그 날이 언제일지 모르니, 늘 준비하고 깨어 기다리고 있어라’고 당부하십니다.


주님께서 오실 날, 그분께서 우리에게 가장 기대하는 모습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묵상해봅니다.


아마도 평생을 하루처럼, 하루를 평생처럼 살아가는 모습이 아닐까요? 오늘을 마지막처럼, 오늘이 내 일생의 전부인양, 그렇게 진지하게, 철저하게, 심혈을 기울여, 혼신의 힘을 다해, 살아가는 모습이 아닐까요?


이웃을 바라볼 때도 오늘이 지나면 더 이상 못 볼 사람처럼 여기며 살아가는 모습, 오늘 배당된 일을 시작하면서 내게 주어진 마지막 업무로 여기는 모습이 아닐까요?


한 선교사 신부님께서 회의 차 긴 배 여행을 다녀오셨답니다. 기나긴 여행이었기에 심신이 지칠 대로 지치셨던 신부님이셨습니다. 비마저 추적추적 내려서 그런지 초라한 부두에는 마중 나온 사람이 한 명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배에서 내려서니 뜻밖에도 한 할머님이 신부님을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본당 내에서 가장 가난한 할머님이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은 신부님의 모습이 나타나자 그녀의 얼굴이 활짝 밝아지는 것이었습니다.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외쳐대는 할머님의 말에 의하면 “신부님이 안계시니 마음이 너무 허전해서 벌써 사흘 전부터 부두에 나와 있었다. 배가 도착하는 시간만 되면 비까지 맞아가면서 목이 빠져라 신부님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할머님은 신부님 앞으로 봉지 하나를 내밀었는데, 풀어보니 거기에는 손때가 묻을 만큼 묻어있는 이상하게 생긴 큰 떡이 여섯 개나 들어있었는데, 보아하니 불상 앞에 놓아둔 떡이 틀림없었습니다. 그 할머님을 바라보며 신부님은 이런 진리 하나를 깨달으셨답니다.


이 세상 살아가면서 기쁜 일중에 기쁜 일 한 가지는 ‘한 인간이 적어도 다른 한 사람에게 없어서는 안 될 다시없는 귀한 존재’로 여기지는 것입니다(A. J. 크로닌, ‘천국의 열쇠’, 바오로 딸 참조).


주님께서 다시 오시는 날, 아마도 그분께서 가장 기뻐하실 삶의 모습은 위의 신부님과 할머님 사이 같은 그런 그림 같은 모습의 삶이 아닐까요?


서로가 서로에게 존재 자체로 삶의 기쁨이며 희망인 그런 관계, 한 며칠 못 보면 허전하고 쓸쓸해서 못 견딜 정도의 그런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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