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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0월 24일 야곱의 우물-루카12, 35-38 묵상/ 지루한 줄 몰랐습니다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6-10-24 조회수616 추천수2 반대(0) 신고

지루한 줄 몰랐습니다.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허리에 띠를 매고 등불을 켜놓고 있어라. 혼인잔치에서 돌아오는 주인이 도착하여 문을 두드리면 곧바로 열어주려고 기다리는 사람처럼 되어라. 행복하여라, 주인이 와서 볼 때에 깨어 있는 종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 주인은 띠를 매고 그들을 식탁에 앉게 한 다음, 그들 곁으로 가서 시중을 들 것이다. 주인이 밤중에 오든 새벽에 오든 종들의 그러한 모습을 보게 되면 그 종들은 행복하다!”
(루카 12,35-­38)

◆요즘처럼 먹을거리가 흔하지 않던 어린 시절, 어느 저녁 무렵이었습니다. 이웃집에서 이사를 왔다며 커다란 접시에 김이 무럭무럭 나는 붉은 팥고물 찰떡을 먹음직스럽게 담아가지고 왔습니다. 순간 얼마나 먹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어머니가 동생을 업고 시장에 가시고 안 계신 때였습니다. 나는 먹고 싶은 충동을 누르고 공부하던 책상 위에 떡 접시를 올려놓고 신문지를 펴서 떡에 닿지 않도록 살짝 덮어놓고는 어머니를 기다렸습니다. 먹고 싶었지만 어머니가 돌아오셨을 때 먹다 남은 떡 접시를 보여드리기 싫었습니다.

 

어머니는 떡 접시에 김이 다 가시고 식어갈 즈음 돌아오셨습니다. 긴 시간이었지만 기대감으로 지루한 줄 몰랐습니다. 나는 옆집에서 이사를 왔다며 가져왔노라는 보고와 함께 보란 듯이 말짱한 떡 접시를 곱게 드렸습니다. 어머니는 어린 마음에 먹고 싶은 것을 참고 기다린 것에 감동을 받으셨고, 나는 어머니의 칭찬과 함께 고물이 약간 식어서 말라가는 떡을 얼마나 맛있게 먹었는지 모릅니다.

 

지금도 그때처럼 그렇게 주님을 기다리며 인내하며 살고 있는지 생각해 봅니다. 그렇게 기대감에 부풀어 그분을 기다리고 있는지, 그때 어머니를 기다렸던 것처럼 속히 오시기를 바라고 있는지…. 그리고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늘 드리는 신앙고백처럼 ‘…전능하신 천주 성부 오른편에 앉으시며 그리로부터 산 이와 죽은 이를 심판하러 오시리라 믿나이다’라는 고백이 진심이라면, 그렇게 그분의 오심을 참으로 믿는다면 말입니다.

최명숙 목사(군산 베데스다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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