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목생활 초기에 장애인 자매 둘을 데리고 생활했습니다. 모두 중증 장애였기에 제가 부엌일을 했는데 열다섯 살 된 자매는 혼자서 일어나고 앉기도 어려운 불편한 몸이면서도 날마다 해질 무렵이면 방 청소를 했습니다. 청소는 자기네가 하는 것이 나를 돕는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서른이 넘은 자매는 아예 청소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어려웠던 시절 쌀 한 되를 사서 하루를 먹는데 어느 때는 두 사람에게 밥을 퍼주고 나면 먹을 것이 없었습니다. 그럴 때면 어린 자매는 한사코 조금씩 같이 먹자고 권하지만 나이 많은 자매는 행여 빼앗아 먹을까 봐 모른 척하고 혼자만 먹었습니다. 그렇게 함께 생활하다 보니 어린 자매가 은근히 나이 많은 자매를 무시하는 것 같았습니다. 바라보는 눈길이 달라지고,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사람을 무시하게 되면 싫어지는 게 자연스런 과정인 것 같았습니다. 그러니 한 방에서 생활하기가 얼마나 힘들었겠습니까? 어느날 어린 자매를 불렀습니다. “얘야,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남보다 무엇인가를 주신 데는 모두 이유가 있단다. 네게 다른 누구보다 지혜를 더 주신 것은 더 받은 것을 감사하면서 받지 못한 그들을 도우라고 주신 거란다.”
“네.” 총명한 아이는 내 말뜻을 즉각 알아챘으며 그후로는 그 자매에게 훨씬 부드럽게 대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내게 생명을 주신 이유가 있듯이 내게 그 무언가를 주신 것도 모두 이유가 있습니다. 그 이유를 깨달아 사는 것이야말로 사명입니다.
최명숙 목사(군산 베데스다 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