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젊은 형제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들에게 “하느님이 계시다는 사실을 믿느냐?”고 물은 적이 있습니다. 그들은 서론도 결론도 없이 그저 단순하게 “믿는다”고 대답했습니다.
나는 이어서 그들에게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느님이 계시다는 걸 어떤 증거로 믿느냐?”고 물었고, 그들은 “우리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성경 말씀에 하느님이 계시다고 했으니까 믿는다”고 대답했습니다. 참으로 우문현답(愚問賢答)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들은 아니지만 믿는다는 것은 사실 그렇게 복잡하고 차원 높은 이론과 지식이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그저 하느님의 말씀에의지할 수 있으면 믿을 수 있는 것입니다. 하늘과 땅의 징조를 아는 자들이 누구입니까? 정치적인 역사와 전망, 과학적 증거 그리고 경제학적인 비전과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러나 그런 석학들이 모두 하느님의 뜻을 분별하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반면에 과학이나 역사 지식이 없는 사람이라고 해서 그분의 뜻을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선한 행위로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삶은 지식과는 별개의 것입니다. 오히려 세상의 학문을 많이 섭렵한 사람일수록 자신의 오만과 아집에 갇혀 진정한 구원을 얻지 못하고 화해를 이루기도 쉽지 않다는 것을 보게 됩니다. 믿음이란, 하느님의 진리를 깨닫는 삶이란 세상의 지식이나 경험이나 물질이나 인간의 의지에 의한 것이 아니라 오직 하느님이 주시는 ‘선물’입니다.
“여러분은 믿음을 통하여 은총으로 구원을 받았습니다. 이는 여러분에게서 나온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선물입니다”(에페 2,8). 그렇습니다. 우리가 가진 믿음이야말로 하느님께 받은 가장 귀한 선물입니다. 참으로 질그릇 같은 우리 속에 믿음이라는 보화를 주신 것은 크신 능력이 하느님한테서 오는 것임을 알게 하시기 위한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그 선물을 받은 자답게 살아가고 있는지요? 그렇게 하느님의 뜻을 분별하면서 살고 있는지요? 그렇게 이 땅에서 화해의 사명을 감당하면서 살고 있는지요? 그리고 우리가 받은 선물을 다른 이들도 받기를 간구하고 있는지요?
최명숙 목사(군산 베데스다 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