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215) '굽은 줄 위에' 글은 바로 쓰셨다
작성자유정자 쪽지 캡슐 작성일2006-10-27 조회수591 추천수6 반대(0) 신고

 

 

 

 

                                                                          글쓴이 : 원 신부님

 

교리 선생에게 어떤 일을 시켰는데, 여러 이유를 대며 하지 않으려 했다.

그 이유가 내게는 핑계로만 들려 화가 났다.

잠시 후 그가 집에 가서 저녁을 먹자고 했지만 나는 거절했다.

이유를 묻는 선생에게 "먹기 싫어서" 라고 잘라 말했다.

 

그리고는 그가 사는 동네 반대쪽으로 밥을 먹으러 갔다.

혹시나 그를 만날까봐.

'무엇을 먹을까? 설날이어도 한 곳 쯤은 열었겠지?'

화가 아직 안 풀린 나는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중국음식을 먹으러 갔다.

 

동네 중국집이 더 맛있었지만 나는 교리 선생이 사는 곳에서 더 떨어져

있는 곳으로 가려고 부두에 있는 중국집으로 갔다.

 

음식을 시켰다.

음......

맛을 보니, 식당을 잘못 들어온 것 같았다.

그래도 계속 먹을 수 밖에......  .

 

먹는 동안 주방아주머니들이 속닥거리며 나를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그중 한 명이 내게 다가와 물었다.

 

"신부님이세요?"

"네. 그렇습니다."

했더니 몹시 기뻐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신부님! 너무 다행입니다.

 우리는 종교가 없지만, 아버지는 가톨릭 신자입니다.

 그러나 노인이라 혼자서 성당에 가실 수가 없어요.

 시골로 이사 오기 전에는 남편이 차로 가끔 모시고 다녔는데

 섬으로 이사 온 후,

 성당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겠고 식당 일이 바빠서 모시고

 갈 수도 없었습니다.

 설날이 다가오자, 감사기도도 하고 조상들을 위해 기도하고

 싶다며 성당에 더욱 가고 싶어 하셨어요.

 그런데 우리가 성당을 찾을 필요도 없이 신부님이 우리에게

 오셨어요!

 우리 아버지를 만나줄 수 있으세요?"

 

식사 후, 노인어른을 방문했다.

노인은 오래 전부터 사제를 만나고 싶었다고 했다.

 

돌아오는 길에 하느님께 부끄러웠고 마음이 아팠다.

화가 난 나를 통해서도 그 노인을 돌보셨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자면,

 

'굽은 줄 위에'

 

글은 바로 쓰셨다.

 

그리고 하느님은 내게

 

'보속' 으로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음식을 먹게 하신 것이다.

 

일석이조였다.

 

 

 

*****이러한 체험도 하느님께서 직접 하신 일이라 생각하기에 굳이 이름 밝히기를 원치 않는다는 신부님의 글 *****

 

                  원제(原題) : <그가 사는 동네 반대쪽으로>

 

                         ㅡ출처 : 가톨릭 다이제스트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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