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 38 >두 원장의 차이 < 상 >ㅣ강길웅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6-10-31 조회수997 추천수7 반대(0) 신고

 

 

 

                     두 원장의 차이 < 상 >

                           


   사람은 어쩌니 해도 덕을 좀 닦으면서 살아야 한다. 그게 바로 세상을 사람답게 사는 지혜이다. 특히 윗자리에 있을 때 겸손한 자세로 봉사해야 하며 가진 것이 있을 때 베풀 수 있어야 한다. 세상은 정말 우리가 봉사한 만큼 그 세상을 차지하게 되며 사랑을 나눈 만큼 또 세상으로부터 되돌려 받게 된다.


   소록도의 80년 역사에서도 그런 일들이 많이 있었다. 나환우들에게 비인간적인 대접을 했던 원장이나 직원들은 역시 비인간적인 대접을 받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으며 참 사랑의 봉사를 했던 원장은 역시 참 사랑과 존경을 받으면서 그가 죽은 뒤에도 소록도에 여전히 남아 사람들을 감동 시켰다.


   초대 원장이었던 아리까와(蟻川亨:1916 ~ 1921)는 나환우들의 생활양식을 순전히 일본식으로 강요했는데, 이를테면 훈도시(일본식 팬티)위에 하오리와 하까마를 입고 게다(일본식 나무 슬리퍼)를 끌고 다녀야 했으며, 먹는 음식에서부터 다다미 잠자리에 이르기까지 환우들은 참으로 불편하기 짝이 없는 고통을 받아야 했다.


   뿐만 아니라 교도소와 같은 운영 방식으로 나환우들을 마치 노예나 짐승처럼 다루었으며 일체 다른 생각을 못 하게 오직 작업에만 지치도록 시달리게 했다. 도주를 방지하기 위하여 하루에도 두 차래 점호를 취했으며 한우들 간의 왕래를 제한하였고 또한 일본 황실의 천조대신(天照大神)을 숭배토록 강요했다.


   그런데 하나이(花井善吉:1921 ~ 1929)라는 군의관 출신의 2대 원장은 좀 달랐다. 좀이 아니라 많이 달랐다. 그는 군인답지 않게 아주 자상하고 인간적인 사랑으로 원생들의 삶의 질을 높여 주었으며 환우들이 원했을 때 과감하게 일본식의 생활양식을 뜯어고쳐 한국식의 생활풍습과 전통을 존중해 줬다.


   배급량도 대폭 늘려 자유 취사를 허용했으며 의식주에 있어서 불편이 없도록 안배를 했고 또한 신앙의 자유도 보장하여 신사 참배의 의무를 폐지하였다. 또한 일본의 천조대신을 모시던 사당을 철거해 버리고 기독교 예배 전용으로 하는 등 그는 실로 파격적인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보통학교를 설립하여 환자들의 교육을 위해 힘썼으며 오락 시설을 확장하고 환자 위안회를 조직하여 병에서 오는 외로움과 또한 고향을 등져야 했던 아픈 상처를 달래 주려는 노력을 많이 했다. 그는 일본 사람이면서도 한국의 나환우들을 친 가족처럼 돌보았다.


   환우들은 하나이 원장의 민족을 초월한 헌신적인 사랑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원장의 덕을 기리기 위해 환우들이 자발적으로 모금을 하여 창덕비(彰德碑)를 세우고자 했으나 하나이 원장의 강력한 만류로 뜻을 이루지 못하다가 원장이 과로로 순직을 한 그 이듬해에 이르러서야 본관 옆에 겨우 세울 수가 있었다.


   이 창덕비는 해방 후 정부의 일제 잔재의 청산 정책에 밀려 한때 폐기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으나 환자들이 자발적으로 몰래 땅에 묻었다가 시기를 기다린 뒤에 마침 5 . 16 군사 쿠테타 이후 대일 감정이 완화된 시기에 발굴하여 본래의 자리인 구 자혜의원 옆에 다시 세워 하나이 원장의 옛 덕을 기리고 있다.


   하나이는 이처럼 자신이 닦은 덕으로 인해서 민족을 초월한 존경과 사랑을 받게 되었으니 실로 멋진 인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제 민족을 못 잡아먹어 안달을 부린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자신이 가지고 있던 힘을 최대한 이용하여 환우들을 짐승처럼 혹사시킨 원장도 있었다.


    - 인생은, 편하게 살기에는 너무 짧다 중에서/강길웅 요한 신부 (소록도 본당 주임)

 

                       
                            Love Affair / Ernesto Cortazar

 

                                                

                                 

                               Avec mon oie sauvage d'amour ensemble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