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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18) 제목이 참 중요해요!
작성자유정자 쪽지 캡슐 작성일2006-10-31 조회수825 추천수3 반대(0) 신고

 

 

얼마 전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떻게 지내냐고? 별 일 없지? 하고 당연하다는 투로 묻는 친구에게 나는 왜 별일이 없겠냐고, 이도 아프고 푸덤 썩히듯 속을 썩이는 일도 있다 하니까 놀라면서 되물었다.

 

아니 니가 속 썩을 일이 뭐가 있냐고......

남편은 착실하지?하길래

남편이야 보증수표지!

했더니......

 

 

"그래 얘! 남편 착실하고, 아직 남편 현직에 있고, 애들 잘 키웠는데 뭐 속 썩을 일이 있니?" 하는 거였다.

그러나 그건 요즘 내 사정을 너무나 모르시는 말씀이다.

 

 

우리집 창문을 통해 보면 하루에도 수없이 비행기가 지나간다.

김포로 가는 국내선 비행기는 모두 이곳을 지나가는 것 같다.

거대한 새처럼 천천히 창문 앞을 지나가는 비행기를 보는 게 시각을 심심찮게 한다.

 

더우기 밤하늘을 날아가는 비행기를 보면 옆구리에도 꽁지에도 파란불, 노란불, 빨간불을 색색이 달고 반짝반짝 깜빡이며 가는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답고 너무 신비로워 매번 넋잃고 쳐다본다.

그 비행기 안에 있는 사람들까지 신비롭고 아름답고 낭만적으로 느껴졌었다.

 

그런데 막상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보았더니, 그리고 창밖을 내다보았더니, 별거 아니더라는 거였다. 마침 날개부분의 좌석에 앉아서, 보이는 건 긴 날개의 윗부분과 날개끝 바로 밑에서  불빛 하나만 번쩍거리는 거였다.

 

답답한 기내에 꽉 차게 앉아 있는 승객들, 그리고 귀가 애리는 비행기 소음에 머리가 아픈데, 그래도 지상에서 내가 탄 비행기를 쳐다보는 사람들 중에는 아름답다고 느낄 사람들도 있겠지! 하는 생각을 하며 피식 웃고 말았는데.....

 

남의 사는 모습은 바로 그런 것과 같지 않을까!

알고 보면 좋을 것도 부러워할 것도 없는 모습인데 남이 생각할 때는 포장된 모습으로 보여지고 상상되어지는 것 말이다.

보여지는 조건들을 통해서 얻어지는 선입견 같은 것 말이다.

 

그렇지만 아직도 난 밤하늘을 날아가는 비행기를 보면 여전히 아름답고 신비롭다고 느낀다.

내가 있는 곳이 아닌 곳에 있는 것들은 늘 그렇게 생각되는 걸 어쩔 수 없는가 보다.

걱정거리나 불행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그 속에 실제로 들어가 보지 않으면 알 수도 느낄 수도  없는 것.

 

친구가 그런다.

"얘, 너 성당에 다닌다며? 너무 좋기만 하면 니가 바칠 기도 제목이 없잖니? 제목거리가 있어야 하느님한테 기도를 하지."

오! 난 그 말을 듣고 손뼉을 쳤다.

맞어! 맞어!

어쩌면 그런 신통한 말을 다 하니!

 

글을 쓸 때도 제목이 참 중요하다고 한다.

제목은 글 전체를 압축하는 말이며 제목에서 읽는 이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켜야 하기 때문에도 그렇게 중요하다고 한다.

 

나도 글을 쓸 적에 제목을 먼저 붙여 놓고 쓸 때도 있지만 나중에 붙일 적도 있는데, 제목 붙이는 일이 만만치 않음을 자주 느낀다.

더우기 제목이 없는 남의 글을 필사할 적엔 더욱 고심을 하게 된다. 

마음에 안 들어 몇번씩 고치는 경우도 있다.

 

문득 생각한다.

무슨 제목으로 기도를 해야 할까?

지금 내 마음에 꼭 드는 기도 제목은 무엇일까?

지금 내게 가장 시급하고 필요한 기도 제목은 무엇일까?

 

속 썩는 일도 그냥 나쁘지만은 않은 거라고,

기도 할 수 있는 제목거리가 생기니 마냥 나쁘지만은 않은 거라고,

기도를 통해 하느님을 만나고 더 가까이 갈 수 있으니 감사하게 생각하자고.....

 

슬픈 일, 나쁜 일, 복잡하고 속썩는 일을 통해 기도하면서 자신을 성찰하는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니 신앙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로 삼자고......

 

하느님께 드리는 기도 제목이 참 종요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하느님의 호기심을 단번에 사로잡을 기도 제목은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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